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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타쿠'의 결정체..."기억에 없다"더니 "누군지 몰랐다"로 바뀐 총리 측근의 미꾸라지 답변

중앙일보 2018.05.10 15:46
“내가 기억하는 한 만난 적 없다” → “만났지만 그게 누구인지 모르겠다”
 

가케학원 관계자와 3번 따로 만나
이사장과는 총리 별장서 바비큐 파티도
"'수상의 안건' 아마도 쓰지 않는 단어"
"총리에 보고한적 없어" 방패막이 나서
"총리 비서관은 손타쿠의 결정체"

가케(加計)학원 스캔들과 관련, 기억에 의존한 답변으로 빈축을 샀던 아베 총리의 측근이 10일 국회에 출석해서도 미꾸라지 같은 답변을 이어갔다. 관련 기록이 나오고 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국회에 불려나오긴 했지만, 총리와 연관된 의혹엔 칼 같이 막아내며 방패막이가 됐다.
 

야나세 다다오(柳瀬唯夫) 전 총리비서관은 10일 국회에서 가케학원 수의학부 신설과 관련한 회의에 참석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에히메(愛媛)현, 이마바리(今治)시 관계자가 있었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당시 회의 참석자가 10명이나 됐기 때문에 일일이 다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야나세 전 비서관이 10일 국회에 출석해 회의 참석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상대방은 10명 넘게 있어서 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윤설영 특파원]

야나세 전 비서관이 10일 국회에 출석해 회의 참석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상대방은 10명 넘게 있어서 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윤설영 특파원]

 
“참석자의 명함을 받아두지 않았느냐”는 의원의 질문에는 “워낙 많은 명함을 받기 때문에 중요한 명함만 남겨둔다. 에히메현, 이마바리시 관계자 명함은 지금도 없다”고 말했다.
 
문제의 회의는 2015년 4월 관저에서 열린 것으로 가케학원은 아베 총리의 절친이 이사장으로 있다. 회의 기록에 따르면 이날 야나세 당시 비서관은 “(가케학원 수의학부 신설은) 수상(首相)의 안건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적혀있다. 야나세 전 비서관은 그동안 “내가 기억하는 한 만난 적 없다”며 회의 참석은 물론 발언 여부에 대해서도 애매한 태도를 취해왔다.
 
가케(加計)학원 스캔들의 핵심 관계자인 야나세 다다오(柳瀨唯夫) 전 총리 정무담당 비서관이 10일 참고인 초치(招致·소환의 일종)로 국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그는 이날 문제 사학인 가케학원 관계자와 만났다고 인정하면서도 아베 총리에게는 일절 보고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사진=연합뉴스]

가케(加計)학원 스캔들의 핵심 관계자인 야나세 다다오(柳瀨唯夫) 전 총리 정무담당 비서관이 10일 참고인 초치(招致·소환의 일종)로 국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그는 이날 문제 사학인 가케학원 관계자와 만났다고 인정하면서도 아베 총리에게는 일절 보고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국회에서 야나세 전 비서관은 ‘수상의 안건’이라는 용어에 대해 “아마도 ‘수상’은 사용하지 않는 단어일 것”이라면서도 “총리가 ‘수의학부 신설을 조속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소개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상당히 신경 쓰고 있는 사안이었음을 시인한 것이다.
 
또 가케학원 관계자들과 관저에서 3번이나 만났으며, 아베 총리의 별장에서 가케학원 이사장과 만난 사실도 새롭게 밝혔다. 그는 “후지산 부근 가와구치 호수에 있는 총리 별장에 비서관으로서 참석해, 가케학원 이사장과 바비큐를 하고 골프도 친 적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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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가케학원 수의학부 신설을) 관련 부처에 지시를 한 적은 없다”, “총리에게 보고하지도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며 총리와 연관 지을 수 있는 의혹에 대해선 칼 같이 부인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들에게 “야나세 비서관이 국회에 출석했으니 모든 의혹이 명확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발언을 놓고 “불리한 건 잊어버리고 유리한 것만 선택적을 기억하느냐”는 비난은 더욱 들끓고 있다. 더구나 정책 권한을 가진 총리의 측근이, 사학재단 이사장을 그것도 총리의 친구를 함께 만난 사실도 밝혀지면서 의혹이 씻기기는커녕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관저 소속 총리비서관은 각 부처의 과장급 중에서도 에이스를 골라서 임명한다. 총리에게 정책 조언은 물론이고 각 부처 등과 연락책을 담당하는 관저의 중추인 셈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3월 19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사학스캔들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는 각료석에 앉아 눈을 감은 채 답변을 듣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3월 19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사학스캔들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는 각료석에 앉아 눈을 감은 채 답변을 듣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보통은 2년 임기로 일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마이 다카야 정무비서관은 2012년 아베 2차 내각이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도 ‘아베 정권의 최고실세’로 불리고 있다. 그는 아베 총리의 정책, 메시지는 물론 일일 스케줄까지 관리한다.  
 
“총리 비서관은 뭐든지 하고, 각 부처에 대해 강한 힘을 갖고 있다” 고 할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지만, 이 역시 총리를 가까이서 보좌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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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총리 시절 비서관을 지낸 한 인사는 “기본적으로는 총리의 의향으로 움직이지만, 시키지 않으면 하지도 않는다. 어떤 의미에선 손타쿠(忖度ㆍ윗사람의 뜻을 헤아려 알아서 행동함)의 결정체다”라고 말했다.
 
총리비서관은 내각관방조직령에 따라 7명까지 둘 수 있다. 현재는 이마이 정무비서관을 비롯해 외무, 경제산업, 경찰, 국방성에서 파견된 비서관이 5명 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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