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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법규 없다"… 비상구 폐쇄한 병원명단 공개 못하는 정부

중앙일보 2018.05.10 14:00
지난 3월 6일 오후 2시50분 경기도 안양시 뉴코아아울렛 평촌점에 소방서 관계자가 들어섰다. 국가안전대진단 기간 중 불시점검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 자리엔 이낙연 국무총리와 행정안전부·안양시 공무원도 동행했다.
지난 3월 6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경기도 안양시 복합상가건물을 방문, 전문가와 함께 가스시설 안전진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6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경기도 안양시 복합상가건물을 방문, 전문가와 함께 가스시설 안전진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안부·자치단체, 전국 34만6346곳 국가안전 대진단
1만400곳 현장조치, 1232곳 과태료, 149곳 공사중지
과태료 부과 대상은 지난해에 비해 9배 증가
학교·도로 등은 공개… 민간시설은 민원 우려 미공개
생활과 밀접한 다중이용시설 공개 위한 법률 개정 추진중

이들은 건물 구석구석을 돌며 소방과 가스·전기분야를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점검에서는 방화셔터 작동이 불량하고 피난구 유도등이 설치되지 않은 게 적발됐다. 비상구 방화문 밀폐상태가 미흡하고 복도에 물건을 적치한 것도 드러나는 등 7건의 시정조치가 발견됐다.
 
3월 13일 대구의 한 병원에서는 피난시설과 방화시설이 훼손된 채로 방치했다가 소방당국에 적발됐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고가 발생한 지 불과 두 달도 지나지 않은 때였다.
 
충북 제천과 경남 밀양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 뒤에도 찜질방이나 요양시설·병원, 중소병원 등에서의 안전불감증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안전대진단 과정에서 적발된 불법 행위와 개선된 뒤의 현장 모습. [사진 행정안전부]

국가안전대진단 과정에서 적발된 불법 행위와 개선된 뒤의 현장 모습. [사진 행정안전부]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화재경보기·스프링클러 작동 스위치를 고의로 꺼놓고 비상구를 폐쇄하거나 물건을 쌓아둬 화재 등 비상상황 때 대피할 수 없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행정안전부와 소방청, 전국 자치단체가 추진한 국가안전대진단 결과에서 드러난 사례들이다.
 
행정안전부는 10일 열린 국정현안조정점검회의에서 2월 5일부터 4월 13일까지 68일간 이뤄진 ‘2018 국가안전대진단 추진 결과’를 발표했다.
 
안전대진단 기간 중 행안부와 각 공공기관·자치단체 등은 대형공사장·요양병원·숙박시설 등 34만6346곳을 점검했다. 애초 대진단은 3월 30일까지 54일간, 29만8580곳이 대상이었지만 취약시설 점검을 위해 기간과 대상을 확대했다. 점검에는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 등 연인원 63만여 명이 참여했다.
국가안전대진단 결과 과태료가 부과된 시설들. 대형공사장과 찜질방 등이 많았다. [사진 행정안전부]

국가안전대진단 결과 과태료가 부과된 시설들. 대형공사장과 찜질방 등이 많았다. [사진 행정안전부]

 
국가안전대진단 결과 현장 시정조치는 1만400곳, 과태료 부과·공사 중지 등 행정 조치는 4890곳, 보수·보강이 필요한 곳은 2만2282곳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31곳에 불과했던 과태료 부과는 올해 1232곳으로 9배나 증가했다. 행안부는 강도 높은 안전점검의 결과로 평가했다.
 
과태료가 부과된 시설은 대형 공사장이 710곳으로 가장 많고 찜질방 104곳, 요양시설·요양병원 93곳, 숙박시설 68곳, 중소병원 57곳 등이었다. 화재경보기와 스프링클러 전원을 고의로 꺼놓거나 비상구 폐쇄, 방화문 훼손 방치 등 소방시설 관리상태가 미흡한 게 대부분이었다.
 
행안부 등은 추락 위험장소 안전난간 미설치 등 사고위험이 높은 공사현장 149곳에 대해서는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정부는 국가안전대진단 점검 결과를 각급 학교와 자치단체 홈페이지 등에 공개할 예정이다. [사진 행안부]

정부는 국가안전대진단 점검 결과를 각급 학교와 자치단체 홈페이지 등에 공개할 예정이다. [사진 행안부]

 
안전대진단 기간 중 문제점이 드러난 시설의 개선현황(4월 말 기준)은 시정 명령이 내려진 3498곳 중 1760곳(50.3%)만이 개선된 것으로 드러났다. 나머지는 여전히 개선이 진행 중이다. 보수·보강 대상 시설 2만2282곳 중에서는 26.0%(5798곳)만이 개선을 마쳤다.
 
그동안 셀프점검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자체점검에 대한 조사(2958곳)에서는 체크리스트 항목의 97.8%가 관계 당국의 점검과 일치했다.
 
행안부는 건물주 등 개인의 이익이 국민의 알 권리, 안전·생명권보다 우선할 수 없다고 판단해 이번 국가안전대진단 점검결과를 공개할 방침이다. 학교시설과 청소년 수련시설 등은 공개 대상이다.
 
하지만 다중이용시설인 요양시설·요양병원과 숙박시설, 중소병원 등의 명단은 공개하지 않는다. 소송이나 집단반발, 시위 등 민원을 우려해서다. 이들 대부분은 민간시설이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2018 국가안전대진단' 추진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행안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2018 국가안전대진단' 추진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행안부]

 
행안부는 관련 법규가 없어 법을 위반한 민간시설의 명단을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중이용시설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시설은 법령을 적극 해석해 공개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법(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현재 개정안이 발의돼 국회에서 논의하고 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가안전대진단을 마쳤지만 사회 각 분야에서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을 지속해서 점검·보완해야 한다”며 “비상구 폐쇄 등 반복되는 안전 무시 관행은 점검과 단속을 강화하고 안전문화 운동을 통해 근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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