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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검찰 제출 증거 모두 동의”…‘이례적’ 결정한 이유

중앙일보 2018.05.10 08:46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2일 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구치소로로 향하고 있다. [중앙포토]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2일 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구치소로로 향하고 있다. [중앙포토]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명박(77) 전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재판 준비절차가 10일 열리는 가운데,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미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모두 동의하겠다는 입장을 재판부에 지난 8일 전달했다.  
 
검찰이 신청한 증거의 인정 여부를 밝히는 인부서에서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모든 검찰 측 증거에 동의하고 입증 취지를 부인한다”고 밝혔다. 증거 자체는 인정하되, 이 전 대통령의 무죄를 주장하는 근거 자료로 삼겠다는 취지다.
 
이를 두고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피고인이 검찰 증거를 모두 동의하는 건 극히 이례적”이라며 “검찰 증거에 동의했을 때와 증인들을 모두 법정에 불렀을 때의 유불리를 따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검찰 측 증거 자체를 인정한 것에 대해 이 전 대통령 측은 “변호인은 통상처럼 대부분 증거를 동의하지 말자고 주장했지만 대통령께서 반대하셨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변호인단에 “대부분의 증인이 같이 일을 해 왔던 사람들이고, 검찰에서 그런 진술을 하게 된 이유가 있을 텐데 그들을 법정에 불러와 ‘검찰에 거짓말한 것 아니냐’고 추궁하는 게 금도(襟度)가 아닌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그런 모습을 국민께 보여드리는 것도 옳지 않은 것 같으니 변호인 측에서 객관적 물증과 법리로 싸워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께서 이런 뜻을 강조하셔서 그에 따르기로 한 것”이라며 “다만 죄를 인정한다는 취지는 아니다.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도 모두 부인하는 취지로 의견서를 냈다”고 설명했다. 향후 금융 자료 추적 결과 등 객관적 자료로 검찰 주장을 반박하고, 증인 선정에도 신중을 기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이 검찰 측 증거에 모두 동의하면서 심리는 예상보다 빨리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류 증거들에 대한 조사를 중심으로 심리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의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은 10일 오후 2시10분 열린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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