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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바쳐야…” 정신질환자 억대 대출금 갈취한 종교인

중앙일보 2018.05.10 07:59
정신질환을 앓는 피해자에게 치료를 해주겠다며 접근해 1억4000여만원의 대출금을 뜯어낸 40대 종교인이 실형이 선고됐다. [중앙포토]

정신질환을 앓는 피해자에게 치료를 해주겠다며 접근해 1억4000여만원의 대출금을 뜯어낸 40대 종교인이 실형이 선고됐다. [중앙포토]

정신질환을 앓는 피해자에게 치료를 해주겠다며 접근해 1억4000여만원의 대출금을 뜯어낸 40대 종교인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청주지법 형사4단독 이지형 판사는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한 뒤 그를 법정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지난 2011년 6월쯤 특정 종교 신도인 A씨(42ㆍ여)는 망각과 환각, 우울증 등에 시달리던 피해자 B씨(여)를 우연히 알게 됐다.
 
A씨는 B씨에게 “얼굴에 공덕이 있다. 조상님을 천도시켜야 건강이 좋아진다”며 B씨를 청주에 있는 자신의 종교시설로 데리고 갔다. 이곳에서 함께 숙식하며 A씨는 B씨에게 ‘조상을 잘 모시려면…’ ‘집안이 잘 되려면…’ ‘아빠가 신기가 있어 이를 억누르려면…’ 등 전제를 달고 “돈을 바쳐야 한다”고 꼬드겼다.  
 
그러면서 재단에 돈을 내야 하는데 돈이 없으니 대출을 받으라고 본색을 드러냈다. 정신질환으로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했던 B씨는 A씨에게 현혹돼 시키는 대로 16개 대부업체로부터 5700만원가량을 대출받았다.
 
A씨는 B씨가 더이상 대출을 더 받을 수 없게 되자 B씨의 어머니까지 끌어들였다. B씨를 시켜 몰래 집에서 어머니의 통장과 주민등록증 사본을 가져오게 한 A씨는 다른 신도를 B씨의 어머니 대역으로 내세워 17개 대부업체로부터 대출받은 8700여만원을 더 가로챘다.
 
결국 B씨 측의 뒤늦은 고소로 경찰 조사를 통해 사기 행각이 모두 드러난 A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떨어지는 피해자를 부추겨 대출을 받게 한 것도 모자라 피해자의 어머니까지 끌어들이는 등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 금액이 크고 변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 피해자들의 정신적ㆍ경제적 고통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의 범행을 도운 다른 신도 2명에게도 각각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3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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