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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독수리가 젊어졌어요

중앙일보 2018.05.10 06:39
8일 넥센전에서 데뷔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한 내야수 정은원. [뉴스1]

8일 넥센전에서 데뷔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한 내야수 정은원. [뉴스1]

29.4세.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2017시즌 평균 연령이다. 10개 구단 평균(27.5세)보다 두 살 가까이 많은 1위였다. 하지만 올시즌은 27.9세로 낮아졌다. 베테랑 대신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는 구단 운영 방식이 바뀐 덕분이다. '젊은 독수리'는 생각보다 강하다. 하위권이란 예상을 뒤엎고 3위를 달리고 있다.
 
한화는 몇 년 동안 즉시 베테랑 선수 위주로 팀을 꾸렸다. 외부 FA를 영입하고, 신인에게 기회를 주기보단 검증된 선수를 활용했다. 신인지명에서도 대졸 선수를 선호했다. 김인식, 한대화, 김응용, 김성근 등 당장 성적을 내야했던 지도자들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2015시즌에 가을 야구 눈 앞에서 물러났을 뿐 줄곧 하위권을 맴돌았다. 그러는 사이 젊은 선수들을 키우지 못해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도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올시즌 한화는 '육성'으로 기조를 바꿨다. NC 시절 육성 파트를 맡았던 박종훈 단장은 젊은 선수들을 키우는 전략을 세웠다. 지난해 중반부터 고참 선수들을 대거 방출하고, 시즌 뒤엔 재계약하지 않았다. '화수분'으로 유명한 두산에서 코치를 지낸 한용덕 감독도 구단의 방침을 인정했다. 그 결과, 젊은 선수들의 숫자가 대폭 늘었다.
 
한화 고졸 신인 우완 김진욱. 대전=양광삼 기자

한화 고졸 신인 우완 김진욱. 대전=양광삼 기자

대표적인 게 2000년생 신인 듀오인 김진욱(18)과 정은원(18)이다. 드래프트 10라운드에서 지명된 김진욱은 2군에서 정민태 코치의 도움을 받아 구속이 오르면서 개막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1군에 콜업됐다. 데뷔전에서 시속 151㎞ 강속구를 뿌린 김진욱은 지난달 29일 롯데전에서 선발로도 나섰다. 결과는 2이닝 2실점으로 아쉬웠고, 2군으로 내려갔지만 한용덕 감독은 "다시 기회를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수비에 강점이 있는 내야수 정은원은 8일 넥센전에서 사고를 쳤다. 6-9로 뒤진 9회 초 넥센 마무리 조상우를 상대로 투런포를 날렸다. 데뷔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한 것. 정은원의 홈런 이후 타선이 터진 한화는 10-9 역전승을 거뒀다. 한 감독은 "눈에서 하트가 나온다"며 아기 독수리의 활약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화 고졸 신인 좌완 박주홍. 고척=양광삼 기자

한화 고졸 신인 좌완 박주홍. 고척=양광삼 기자

 
둘 뿐만이 아니다. 역시 고졸 신인인 박주홍(19)은 개막 이후 줄곧 1군에 머물며 17경기에 등판했다. 평균자책점은 5.02로 높지 않지만 좌타자 상대 원포인트, 추격조 등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피안타 8개 중 장타가 1개(홈런)라는 장점이 돋보인다. 프로 5년차 사이드암 서균(26)은 '미스터 제로'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등판이 늘어난 서균은 올시즌 자책점 '0'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서균은 "벤치에서 믿어주신 덕분에 자신감이 생긴다"고 했다. 대졸 2년차 박상원(24)은 시속 150㎞ 강속구를 앞세워 필승조를 차지했다. 백업포수 지성준(24)은 수비에선 다소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결승타 2개를 때려내는 등 만만찮은 방망이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 선발요원 김재영(25)과 김민우(23)도 20대 중반이다.
 
한화 외국인타자 제라드 호잉 [사진 한화 이글스]

한화 외국인타자 제라드 호잉 [사진 한화 이글스]

심지어 외국인선수도 젊다. 지난해 한화는 메이저리그 경력이 화려한 윌린 로사리오(29), 카를로스 비야누에바(35), 알렉시 오간도(35)를 기용했다. 하지만 올해는 젊고 가능성 있는 키버스 샘슨(27), 제이슨 휠러(28), 제러드 호잉(29)과 계약했다. 평균 나이는 28세. 연봉도 지난해(480만 달러)의 절반도 되지 않는 197만5000달러(약 21억원)로 줄었다. 호잉은 타격, 수비, 주루 모두 수준급 이상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샘슨과 휠러는 초반 부진을 벗어나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직 정규시즌 4분의1 정도 밖에 치르진 않았지만 20승16패로 3위에 올라 있다. 현재까진 '리빌딩'과 '성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지 않고 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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