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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요동치는 동북아 … 북한 CVID가 본질이다

중앙일보 2018.05.10 01:26 종합 30면 지면보기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 7~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3일 만에 중국을 다시 찾아 시진핑 주석과 2차 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9일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40일 만에 평양을 재차 방문해 김 위원장과 담판했다.  초읽기에 들어간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중이 어지러이 샅바 싸움을 벌이는 양상이다. 그러나 본질은 단순하다.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의 실현 여부다.
 

김정은 2차 방중 이어 폼페이오 재방북
미국의 이란 핵 협정 탈퇴도 북한에 압박
김정은, ‘진실의 순간’ 직시하며 결단하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장은 더욱 선명해졌다. 그는 8일 이란 핵 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인 존 볼턴은 이를 두고 “불충분한 합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시그널을 북한에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영국·프랑스·독일 등 핵심 우방과 손잡고 체결한 핵 협정조차 “이란이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를 할 여지를 남겨뒀다”는 이유로 탈퇴한 것이다. “김정은이 비핵화를 분명하게 약속하지 않으면 회담장을 뛰쳐나가겠다”는 게 빈말이 아님을 행동으로 보여준 셈이다.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평양을 찾기 직전 비핵화 일괄 타결 방침을 재확인하며 “그때까지 제재를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때맞춰 트럼프 대통령도 시 주석이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마친 지 수시간 만에 전화를 걸어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영구적 폐기가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런 만큼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과의 면담에서 비핵화 로드맵의 윤곽을 미국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시해 달라고 압박했을 공산이 크다. 이는 북한의 핵 위협이 완전무결하게 해소되길 원하는 우리의 입장과도 일치한다.
 
그러나 북한이 보여주고 있는 행보는 그런 기대와 멀어지는 양상이다. 김정은은 시진핑과의 2차 회담에서 혈맹 복원을 확인하고 미국에는 “대북 적대정책을 없애야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압박했다. 또 지난 3월 1차 북·중 정상회담에서 밝혔던 ‘단계적·동시적 조치’ 입장을 재강조해 미국의 ‘선 비핵화 후 보상’ 입장을 일축했다. 시 주석도 “북·중은 운명공동체”라며 김정은에게 힘을 실어주고 트럼프 대통령에겐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이 움직이는 만큼만 북한도 움직인다”는 주고받기식 거래로 CVID 원칙에 구멍을 내고,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끼워넣어 한·미 동맹을 뒤흔들려는 노림수일 공산이 크다.
 
김정은의 선택이 중요하다. 남북 정상회담과 달리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완전한 비핵화’란 추상적인 표현 한마디로 넘어갈 수 없다는 걸 본인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진실의 순간’을 정면 돌파하려면 배배 꼬인 수사 대신 진정성 있는 행동이 답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체제 보장을 전제로 1~2년 안에 비핵화를 일괄타결하겠다고 약속하는 것 만이 최선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신중하면서도 전향적인 전략을 구사할 때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완료되는 즉시 대규모 경제 지원과 북·미 수교 등 평양의 숙원 실현을 약속해 김정은의 결단을 끌어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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