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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치명타 '턱받이'도 드루킹 댓글조작 결과였다

중앙일보 2018.05.10 01:16 종합 2면 지면보기
지난해 1월 12일 귀국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연일 구설에 오르며 지지율 하락을 겪었다. 이 과정에 드루킹 일당의 기사 댓글 조작이 있었다. [뉴스1]

지난해 1월 12일 귀국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연일 구설에 오르며 지지율 하락을 겪었다. 이 과정에 드루킹 일당의 기사 댓글 조작이 있었다. [뉴스1]

드루킹 김동원(49)씨 일당이 지난 대선 전부터 댓글 조작을 해 온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당시 대권 도전을 선언하고 귀국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서도 인터넷 댓글 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드루킹의 최측근 김모(필명 ‘초뽀’)씨에게서 확보한 이동식저장장치(USB) 내 댓글 작업 기사 주소(URL) 9만여 건 중에는 이런 내용이 포함됐다고 한다.
 

드루킹 대선 때도 여론 조작 의혹
반, 작년 귀국 후 잇단 구설 오르자
비난 섞인 댓글 반복적으로 달아
기사 1만9000건 댓글은 대선 전 것

드루킹 2700만원 후원금 수사 확대
김경수에게 실제 전달했는지 조사

9일 경공모 회원 등에 따르면 드루킹은 반 전 총장이 귀국한 후 그와 관련된 기사에 댓글 작업을 펼쳤다. 2017년 1월 12일 귀국한 반 전 총장은 대권 도전을 선언한 이후 연일 구설에 올랐다. 귀국 당일 공항철도에서 표를 구매하기 위해 1만원권 2장을 발매기에 집어넣었고, 14일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는 죽을 떠먹여 주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턱받이를 착용했다. 같은 날 선친 묘소에 방문해서는 퇴주잔을 받아 마셨다.
 
반 전 총장의 이 같은 실수에 드루킹 일당은 조롱과 비난 섞인 댓글을 어김없이 달았다. ‘반기문, 연이은 구설에 곤혹…이번엔 퇴주잔 논란’ 기사에는 아이디 ‘sung****’가 “아니. 뭐. 마시고 싶었나 보지. 뭐가 어떻든 간에 반기문과 그놈의 보수 정당은 절대로 찍지 않을 거야. 새누리당이 10년 동안 해서 국민이 뭘 얻었어?”라는 댓글이 달렸다. 해당 아이디는 “김경수 오사카” 등의 댓글을 반복적으로 달았던 드루킹 일당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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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전 총장에 대한 드루킹 일당의 댓글 작업 의혹은 지난달 23일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도 페이스북을 통해 주장한 바 있다. 안 후보는 “혹시 지난해 1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하던 날부터 며칠간 벌어졌던 일들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았는지요. 공항철도 티켓 구입 논란, 선친 묘소 퇴주잔 논란 등으로 이어간 여론 조작, 댓글 조작 또한 여러 드루킹의 짓”이라고 주장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처럼 드루킹 일당이 대선 정국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댓글 조작을 펼쳤다는 정황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찰이 확보한 USB에는 대선 7개월 전인 2016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기사 9만여 건의 URL이 나온다. 경찰은 이 중 대선 이후 작성된 것으로 확인된 7만1000건에 대해서는 네이버를 상대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해 자료 확보에 나선 상태다. 나머지 1만9000여 건의 댓글 작업은 대선 전에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또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에게 회원 200여 명이 2700만원을 거둬서 냈다는 정황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중앙일보 5월 9일자 1, 3면). 이는 김 후보의 전 보좌관인 한모(49)씨가 드루킹 측으로부터 받았다가 돌려준 500만원과는 별도의 돈이다. 압수한 USB에서는 ‘정치후원금도 내고 세액공제도 받으라’는 안내문서 파일과 ‘김 의원 정치후원금 명단’이라는 엑셀 파일이 발견됐다. 후원 안내문서에는 김 후보 후원회 계좌번호와 예금주, 후원금 한도 등을 안내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치후원금 명단 파일에는 2016년 11월 경공모 회원 200여 명이 김 후보에게 1인당 5만~10만원씩 2700여만원의 후원금을 냈다는 내용의 후원 내역 등이 정리돼 있다. 수사 관계자는 “대개 비슷한 액수지만 많은 금액을 낸 사람도 일부 있다”고 말했다. 드루킹은 평소 회원들에게 ‘김 후보 측에 돈을 전달했다’고 말하고 다녔다고 한다. 경찰은 이 돈이 실제로 김 후보 측에 전달됐는지, 자발적으로 돈을 모금한 것인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경공모 회원들이 나서서 자발적으로 김 후보를 후원했다면 문제가 없지만 조직적 모금이라면 정치자금법상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또 조직적 모금이 아니라도 경공모 자금을 개인 명의로 쪼개서 후원했더라도 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4일 김 후보에 대한 참고인 조사가 이뤄졌지만 USB를 압수수색해 자료를 확인한 것은 참고인 조사 이후인 7일이었다”며 “후원금의 실제 전달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 측은 2700만원을 받았는지에 대해 “일단 그 내용은 좀 더 확인 해 보겠다”며 “앞으로도 특검을 통해서든,  그것보다 더한 걸 통해서든 필요한 게 있다면 충분히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한영익·송승환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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