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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직원 잘못으로 부글부글 끓을 때, 딱 5초만 참아라

중앙일보 2018.05.09 09:00 경제 8면 지면보기
[더,오래] 정혜련의 영원한 현역(15)
조현민 전 대한항공 광고담당 전무. [중앙포토ㆍ연합뉴스]

조현민 전 대한항공 광고담당 전무. [중앙포토ㆍ연합뉴스]

 
최근 대한항공 오너 일가족의 갑질이 뜨거운 이슈다. 이 사건에 대한 경찰 조사에서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처럼 감춰졌던 각종 의혹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온다. 게다가 다수의 제보까지 겹쳐져 매일같이 일간지를 장식하는 상황이다.
 
상해할 의도가 있든 아니든 공공장소에서의 언어폭력은 매우 심각한 의미를 가진다. 언어폭력은 감정적인 대처의 결과물이다. 회사에서는 리더급으로 올라갈수록 감정매니지먼트(감정경영)도 꼭 필요한 역량으로 간주한다. 업무역량이나 전문지식은 스킬업(skill-up)이 가능한 영역이지만, 폭력 성향(언어폭력과 실질적 폭력)은 그 사람의 인성과 관련된 것이어서 잘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주니어나 실무자급에서라면 포지션 파워가 약하기 때문에 폭력 성향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어떤 이슈든 절충의 여지가 있다. 임원급은 다르다. 감정컨트롤을 잘 못 하는 사람은 판단을 감정적으로 할 수 있다. 또 부하직원에게 미치는 영향력도 크기 때문에 중책을 수행할 리더로서는 자격 미달이다.


감정적인 대처는 금기 0순위
외국계 회사의 임원인 지인이 얼마 전에 이직했다. 그의 지인들도 모두 그가 더 나은 곳으로 이직한 것에 대해 본인의 일인 양 축하했다. 얼마 전에 미디어를 통해 그의 소식을 접하고 가슴이 철렁했다. 직원들과의 회식자리에서 ‘욱’하는 감정적인 행동으로 문제가 됐던 것. 급기야는 회사의 비전에 적합한 리더상이 아니라는 결론이나 힘들게 들어간 회사를 퇴사하는 수순을 밟게 됐다.
 
인과응보라는 말이 있듯이 감정을 자극할만한 원인 제공을 한 사람은 물론 존재한다. 하지만 대처가 부적절했기 때문에 본인의 역량을 발휘하기도 전에 기회를 박탈당했다. 더욱 큰 문제는 퇴사사유에 붙은 꼬리표로 인해 좋은 이직 기회를 만들기 힘들어졌다. 나로서도 매우 아쉬운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사건이었다.
 
한 대기업 임원급 후보자는 부하직원에게 소리 지르는 것은 물론이고, 자존심 상하는 언행과 인신공격을 일삼아 충격을 주고 있다. [중앙포토ㆍ연합뉴스]

한 대기업 임원급 후보자는 부하직원에게 소리 지르는 것은 물론이고, 자존심 상하는 언행과 인신공격을 일삼아 충격을 주고 있다. [중앙포토ㆍ연합뉴스]

 
대기업 임원급 후보자의 평판 조회를 하면서 충격적인 사례를 접했다. 같은 임원이나 동료 레벨에서 개성이 강하며 직설적인 화법을 써 별로 긍정적인 평을 얻지 못한 사람이었다. 직속 부하직원들 사이에서도 매우 부정적인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특히 언어폭력(verbal violence)이 심했다고 한다. 소리 지르는 것은 물론이고, 자존심 상하는 언행과 인신공격을 일삼았다고 한다. 대부분의 부하직원이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였고, 다른 부서로 이동하거나 퇴사했다. 심지어는 심하게 꾸짖는 광경을 부하직원이 필기구 카메라로 녹화하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은 단체 투서로 인해서 그 임원이 퇴사하는  방향으로 종료됐다.
 
요즘 근로자지원프로그램(EAP, Employee Assistance Program)을 운영하는 외국계 기업이나 대기업이 많다. EAP협회가 만들어졌고, EAP만 전문으로 하는 회사도 생겨나고 있을 정도로 수요가 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핵심은 바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잘 견딜 수 있도록 하는 감정 케어다. 우리나라의 기업 문화의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사회 전반적으로 투명성(transparency)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에 시대에 맞지 않은 강압적이고 공포심을 유발하는 리더십은 폐기처리 1순위다.
 
한 회사를 이끌어가는 임원이라 자리에서 감정컨트롤은 쉽지 않은 문제다. 화가 난 상황에서는 감정을 실어 더 세게 야단치기 쉽다. 직원들은 변명거리를 찾게 되는데, 심하면  반감을 품고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다음 사례는 이와 달리 감정 컨트롤을 잘해 승승장구한 기업인의 이야기다.


직원 꾸짖을 때 감정 섞지 말고 사실을 기반으로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참을 수 없을 정도라도 하루 정도 참고 다음 날 그 직원에게 사실을 기반으로 질책하는 것이 바로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사진 Pexels]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참을 수 없을 정도라도 하루 정도 참고 다음 날 그 직원에게 사실을 기반으로 질책하는 것이 바로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사진 Pexels]

 
글로벌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인 그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참을 수 없을 정도라도 절대 해당 직원을 바로 부르지 않는다. 대신 하루 정도 참고 다음 날 그 직원에게 사실을 기반으로 질책한다. 그러한 상황에서 큰소리가 날 법도 한데 그는 오히려 평소보다 한 옥타브 낮게 깔린 목소리로 표정 변화도 없이 조용히 대화로 풀어나간다. 매번 큰소리치고 잔소리를 하는 사람보다 더 무서웠다는 후문이다.
 
하루라는 시간이 너무 긴가? 혹은 다음날 업무가 바빠 제대로 시간을 못 가질까 봐 걱정되는가? 그러면 감정적인 말이나 행동 이전에 그 이후의 상황에 대한 이미지를 짧게 그려보자. 뒷감당이 가능한지 말이다. 머릿속에서 딱 5초면 충분하다. 단 5초도 못 기다릴 정도로 촌각을 다투는 상황은 거의 없다. 단지 습관이 되어 있지 않을 뿐이다.
 
‘직원 존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에서는 금요일에는 되도록 사원을 질책하지 않고, 해고·감봉·징계 등 인사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고 한다. 가족과 보내는 주말이 잔인한 시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배려의 리더십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내부의 적 만드는 강압적인 리더십
강압적인 리더십은 겉보기에 평화롭고 내부에서는 공포 속에서 일이 수행되고 성과도 낼 수 있다. 하지만 과정도 결과 못지않게 중요하다. 만약 과정상 반감을 품는 내부의 적을 만들게 되면 상사로서 원하는 만큼 장수할 수 없다. 마치 그때는 아무런 표가 나지 않고 묻힐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그 작은 적들이 뭉쳐져 몇 년이 지나서라도 끝내 발목을 잡을만한 이슈를 만들기 때문이다.
 
정혜련 HiREBEST 대표 nancy@youn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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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련 정혜련 HiREBEST 대표 필진

[정혜련의 영원한 현역] 인력개발에 잔뼈가 굵은 HR 전문가. 은퇴를 하면 꼭 재무적 이유가 아니라도 활기찬 삶을 위해 재취업을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학교 졸업 후 첫 직장에 취직하려면 경쟁력있는 스펙을 쌓아야 하듯이 재취업에도 그에 맞는 스펙과 경력이 필요하다. 은퇴에 즈음한 독자들을 대상으로 사례별로 준비해야 할 경력관리 방법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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