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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체 소모품도 특허 보호막 쳐놓아야 재산 피해 막는다

중앙일보 2018.05.08 09:00
[더,오래] 김현호의 특허로 은퇴준비(7)
특허에 밝지 않은 소상공인은 특허 하나만 믿고 안심하게 마련이다. 특허를 내놨으니 모든 권리가 인정받겠지라는 것이다. 그러나 특허의 권리는 그보다 훨씬 복잡할 수 있다. 다음의 사례가 그렇다.
 
1994년 대학 입학 선물로 애플의 매킨토시를 선물로 받았다고 자랑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때만 해도 우리 집에는 PC가 없었다. 당시에도 고가였던 매킨토시는 분명 자랑거리였다. 이제는 가정이든 사무실이든 PC가 없는 곳이 없다. 필수 전자 제품으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다.
 
아이맥 G3. 1998년부터 2003년까지 Apple Computer에 의해 개발, 제조, 판매된 개인용 데스크탑 컴퓨터. 반투명하고 밝은 색상의 플라스틱을 사용하여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인 이 제품은 출시 당시 스티브 잡스의 최초의 소비자용 Apple 제품이었다. [중앙포토]

아이맥 G3. 1998년부터 2003년까지 Apple Computer에 의해 개발, 제조, 판매된 개인용 데스크탑 컴퓨터. 반투명하고 밝은 색상의 플라스틱을 사용하여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인 이 제품은 출시 당시 스티브 잡스의 최초의 소비자용 Apple 제품이었다. [중앙포토]

 
PC뿐만 아니라 프린터 등의 보조 장비도 마찬가지다. 집이나 사무실에서 필요한 프린터를 사기 위해 한 번쯤은 인터넷을 통해 프린터 가격을 검색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오픈마켓에서 프린터의 가격을 검색해보면 삼성, LG 등의 대기업 제품은 복사기, 스캐너 등의 다양한 복합 기능이 있음에도 생각보다 가격이 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프린터를 쉽게 사곤 하는데, 이후 프린터를 쓰다가 잉크 카트리지를 교체해야 할 때가 되면 꽤 당황한다. 정품 잉크 카트리지의 판매 가격이 꽤 높게 책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때서야 프린터를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이유를 깨닫게 된다.
 
프린터뿐만이 아니다. 정수기나 공기 청정기 또한 필터의 주기적인 교체가 필요한 제품이다. 프린터, 정수기, 공기 청정기 등과 같은 가전제품은 판매 이후에도 소모품 판매를 통해 매출이 지속해서 발생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효자가 없다.
 

제품 가격 낮추는 대신 소모품 판매로 이익 남겨 
제품을 산 이상 소모품의 주기적인 교체를 소비자가 거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일부 기업은 일단 제품의 판매 가격을 최대한 낮춰 소비자들이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이후 소모품의 판매를 통해 수익을 확보하는 전략을 세우기도 한다. 실제 일부 기업은 프린터를 제품 원가보다도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린터를 판매할 때마다 오히려 손실을 본다는 것인데, 이러한 손실을 소모품의 판매를 통해 만회하려는 계산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소모품 판매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소모품의 제품 본체와의 결합 구조를 차별화해 경쟁사의 소모품은 못 쓰게 하고, 자사의 다른 모델 소모품도 쓸 수 없게 한다. A사의 잉크 카트리지를 B사의 프린터에는 결합할 수 없고, 동일 회사의 잉크 카트리지라 해도 다른 모델의 프린터에는 장착할 수 없게 돼 있는 것에는 바로 이런 이유가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빈번하게 구매해야 하는 잉크 카트리지의 높은 가격에 불만을 갖게 마련이다. 이를 노린 일부 제조업체들은 대기업 프린터의 정품 카트리지와 동일한 구조를 갖는 대체 카트리지를 자체 생산해 저가에 판매하기도 한다.
 
고객들이 정품 카트리지 대신 저가의 대체 카트리지를 사 피해를 보게 된 대기업이 대체 카트리지 제조업체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었다. 특허업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감광드럼 토너 카트리지’ 사건이다.
 
본체에 대한 특허를 냈다고 해서 안심하긴 이르다. 대기업도 손 놓고 있다가 곤란을 겪기도 한다. 본체뿐만 아니라 소모품 등 보조 장비도 신경을 써야 한다. 대기업도 이럴진대 소상공인 자영업자라면 더 그렇다.   

 
소비자들은 빈번하게 구매해야 하는 잉크 카트리지의 높은 가격과 프린터와의 호환성을 이유로 타사 제품을 쓸 수 없다는 것에 불만을 갖기 시작했다. [사진 pixabay]

소비자들은 빈번하게 구매해야 하는 잉크 카트리지의 높은 가격과 프린터와의 호환성을 이유로 타사 제품을 쓸 수 없다는 것에 불만을 갖기 시작했다. [사진 pixabay]

 
당시까지만 해도 그 대기업은 프린터 제품 자체에 대한 특허만 취득했을 뿐, 카트리지에 대한 특허를 별도로 취득하지 않았다. 그로 인해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이후 대법원에서는 특허 발명에만 사용되는 부품인 전용품을 제조 또는 판매하는 행위도 침해로 인정하는 특허법 규정인 이른바 ‘간접 침해’의 성립을 인정해 그 대기업은 최종적으로는 승소했다.
 
침해 소송을 통해 교훈을 얻게 된 그 대기업은 이후부터는 프린터 제품을 개발한 경우 프린터는 물론, 카트리지도 청구범위에 포함해 특허를 취득하는 전략을 세우게 됐다고 한다.
 
법원의 판결로 인해 이후 대체 카트리지의 판매가 제약을 받았지만, 이후에도 프린터 소모품 시장에서 기생하려는 관련 업체의 시도는 끊이질 않았다. 대체 카트리지를 판매하는 업체는 줄어든 반면, 특허권자의 정품 카트리지에 잉크를 충전해주는 리필 업체가 많이 늘어난 것.
 
10여년 전 한 대기업의 프린터 사업부 특허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강의했다. 당시 이와 같은 리필 업체의 행위에 대한 법률적 의견을 질문받은 적이 있다. 당시에도 답변했듯이 정품 카트리지 잉크 리필을 일회용으로 판매한 잉크 카트리지의 재생산 행위로 보아 특허권자가 리필 업체를 상대로 법률적 조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리필 업체는 대부분 영세업자고 산재해 있어서 대기업이 이들을 모두 상대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위에서 설명한 프린터와 같은 성격을 갖는 친숙한 제품이 또 있다. 바로 정수기다. 정수기 또한 주기적으로 필터를 교체해야 한다. 경험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 필터의 교체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그래서 여러 정수기에 장착해 사용할 수 있는 대체 필터를 저가에 판매하는 업체가 상당수 생겨났다.
 
정수기 업체는 자사의 정품 필터 판매가 영향을 받아 수익이 감소하기 때문에 대체 필터 업자들을 법률적으로 제재하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관련 특허를 취득하지 않은 경우 이들을 제재할 수 있는 뚜렷한 방법은 없다. 그래서 이들은 정수기 필터에 대한 상표 등록을 통해 대체 필터의 판매를 막으려 한다. 상표권자는 자신의 등록 상표를 타인이 사용하는 행위를 제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정수기 업체는 자사의 정품 필터에 대해 ‘OOO’이라는 상표 등록을 해둔다. 이후 대체 필터를 판매하는 업체가 ‘000 정수기에 사용할 수 있는 필터’라고 온라인상에서 홍보하는 경우, 이를 자신의 등록 상표를 허락 없이 사용하는 상표권 침해 행위라고 주장하며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상표적 사용' 아니면 상표권 침해 성립 안 돼
정수기 업체는 자사의 정품 필터 판매가 대체 필터에 영향을 받아 수익이 감소하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제재하려고 하지만 관련 특허를 취득하지 않은 경우 이들을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중앙포토]

정수기 업체는 자사의 정품 필터 판매가 대체 필터에 영향을 받아 수익이 감소하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제재하려고 하지만 관련 특허를 취득하지 않은 경우 이들을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중앙포토]

 
그러나 상표권의 침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상표의 단순한 사용이 아니라 ‘상표적 사용’이 있어야 한다. ‘000 정수기에 사용할 수 있는 필터’라는 홍보 문구는 상품의 성질이나 기능을 단순히 설명하는 문구에 불과해 이를 ‘상표적 사용’이라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상표권 침해는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도 대체 필터 판매 행위를 보고만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일부 업체는 상표 침해 혐의로 형사 고소를 해 심리적 압박을 가하려고 하지만 ‘상표적 사용’이 아닌 이상 대부분은 처벌을 면한다.
 
정수기 업체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그들이 지식재산 관리를 소홀히 한 탓이 더 크다. 만약 해당 정수기 업체가 필터 본체와의 고유한 결합 구조를 개발하고 그 결합 구조에 대해 특허를 받아뒀다면 대체 필터를 판매하는 업자들을 특허권 침해를 이유로 제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허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수기 필터의 본체와의 결합에 필요한 고유의 구조적 형상에 대해 최소한 디자인 등록이라도 해뒀다면 디자인권 침해를 이유로 동일하게 제재할 수 있다.
 
내 집 앞마당에 침입자가 들어와서 활개 치는 것이 싫다면 미리 울타리를 쳐두어야 한다. 이러한 상식은 법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김현호 국제특허 맥 대표 변리사 itmsnm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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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호 김현호 국제특허 맥 대표 변리사 필진

[김현호의 특허로 은퇴준비] 15년간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지적재산권 창출, 보호, 활용을 도운 변리사. 변리사 연수원에서 변리사 대상 특허 실무를 지도했다. 지적재산은 특허로 내놓으면 평생 도움이 되는 소중한 노후자금이자, 내 가족을 위한 자산이 된다. 직장과 일상에서 떠올랐던 아이디어를 자신만의 특허로 내기 위한 방법을 안내한다. 특허를 내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도 알려준다. 아이디어 많으신 분들 특허부자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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