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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홍진기 창조인상 수상자] 살아있는 세포를 3D로 보다

중앙일보 2018.05.08 00:54 종합 17면 지면보기
과학기술부문 박용근 KAIST 교수 
과학기술부문 박용근 KAIST 교수

과학기술부문 박용근 KAIST 교수

유민(維民) 홍진기(1917~86) 한국 최초 민간 방송인 동양방송(TBC)을 설립하고 중앙일보를 창간해 한국 대표 언론으로 탄탄한 기반 위에 올려놓았다.

유민(維民) 홍진기(1917~86) 한국 최초 민간 방송인 동양방송(TBC)을 설립하고 중앙일보를 창간해 한국 대표 언론으로 탄탄한 기반 위에 올려놓았다.

홍진기 창조인상은 대한민국 건국과 산업 발전기에 정부·기업·언론 분야에서 창조적인 삶을 실천하는 데 힘을 쏟았던 고(故) 유민(維民) 홍진기 중앙일보 회장의 유지를 기리기 위해 2010년 제정됐다. 아홉 번째 영예를 안은 올해 수상자들은 시대를 선도하는 혁신적인 창의성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힘과 긍지를 세계에 떨치고 새 비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사는 이홍구 전 총리, 송자 전 교육부 장관, 송호근 서울대 석좌교수,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이건용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이 맡았다. 이홍구 심사위원장은 “기성세대의 과거 업적을 포상하는 기존 상들과 차별화해 인류 문명의 변혁기에 젊은 세대의 미래 가능성을 격려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홀로그래피 기술로 세포 입체분석
신약 개발 기여 HT-1 현미경 개발
MIT·하버드 등 50개 기관이 사용

살아있는 세포를 속까지 자세히 들여다볼 방법은 없을까. 생명공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오랜 바람이다. 일반 광학 현미경은 관찰대 위에 올려진 대상의 겉면만을 들여다볼 수 있다. 속을 들여다보려면 세포 속 관찰대상을 형광물질로 염색해야 가능하지만, 이 과정에서 세포 손상이 불가피하다. 전자 현미경이나 원자 현미경은 광학 현미경보다 훨씬 더 자세하게 사물을 볼 수는 있지만, 그 역시 관찰 대상은 죽은 대상의 표면뿐이다. 미토콘드리아와 핵 등 세포막 속에 있는 소조직을 살아있는 상태에서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다면, 세포의 원리를 더 잘 이해하고 연구할 수 있다. 또 질병의 진단과 신약 개발에까지 획기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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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근(38) KAIST 물리학과 교수는 이런 연구자들의 고민을 해결해준 신진 과학자다. 그는 기계공학도 출신으로. 미국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연합해 운영하는 의공학 대학원에서 의학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 교수의 주 연구주제는 홀로그래피 기술이었다. 2010년 만 30세의 나이에 KAIST 교수에 임용된 박 교수는 3차원(3D)을 구현할 수 있는 홀로그래피를 활용한 다양한 응용방법을 찾고 있었다. 이 연구의 최대 성과가 레이저 홀로그래피를 이용해 살아있는 세포를 3차원 영상으로 관찰할 수 있는 현미경 ‘HT-1’의 개발이었다.
 
박 교수는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일의 혁신 창업가이기도 하다. 연구실에만 머무르지 않고, 2015년 9월 레이저 홀로그래피 현미경 HT-1을 개발·제작하는 벤처기업 토모큐브를 설립했다. HT-1현미경을 이용하면 관찰한 뒤 체내에 다시 주입해야 하는 살아있는 면역세포나 줄기세포 연구와 치료를 할 수 있다. 기존의 관찰 방식으로는 힘들었던 세포 관찰 현미경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다. 이에 힘입어 창업 6개월 만인 2016년 여름부터 미국·일본 등으로 HT-1 수출이 시작됐다. 현재 MIT·하버드의대·독일 암센터 등 전 세계 50여개 기관에서 HT-1 현미경을 사용 중이다.  2016년에는 박테리아를 신속하게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더웨이브톡’을 공동창업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현재는 연구 장비 수준이지만, 하버드의대 등 미국 주요 기관들과 협업해 질병 진단 장비로 발전시키는 공동연구도 진행 중”이라며 “향후에는 이런 홀로그래피 레이저 기술을 이용해 질병을 이해하고 진단하데 그치지 않고 치료까지 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박 교수의 연구실 창업을 지원한 김병윤 KAIST 창업원장은 “지금 한국 사회에는 연구를 주로 하면서도 이를 통해 혁신적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인재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박 교수가 바로 이런 인재”라고 말했다.
 
박용근(1980년생)
▶여의도고-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매사추세츠공대(MIT) 기계공학과 석사, 하버드-MIT 연합 의공학 대학원 의학공학 박사(의학물리), 2010년 KAIST 교수 임용 ▶장영실상(2017), 올해의 KAIST인(2017), 2018년 과학의 날 과학기술 포장 수상, 미국 광학회 석학회원 선정 ▶현재 KAIST 물리학과 교수 겸 벤처 토모큐브의 최고기술책임자. 더웨이브톡의 기술고문.

 
글=최준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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