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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병원, 복지부로 간다” 오버한 ‘실세’ 중앙의료원장

중앙일보 2018.05.07 00:59 종합 2면 지면보기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

최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간호사의 약물 중독 사망, 마약류 유출 적발 등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정기현(사진) 국립중앙의료원장의 대처가 입길에 오르고 있다. ‘정권 실세’로 불리는 정 원장이 의료원 내 사고를 숨겼다는 의혹과 함께 정부 정책에 월권을 행사했다는 논란까지 제기됐다. 정 원장은 지난해 1월 문재인 대통령 지지모임인 ‘더불어포럼’ 창립 시 공동대표에 이름을 올렸다.
 

문재인 대선 후보 지지 모임 출신
민관 위원장 자격 “적극 추진” 공언
미완의 정책 미리 공개, 월권 논란

마약류 감사 은폐 의혹엔 “몰랐다”
“내용도 보지 않고 결재했나” 비판

6일 정춘숙(더불어민주당)·김승희(자유한국당) 의원실이 제출받은 국립중앙의료원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의료원 소속 간호사 A씨는 차량에 보관하던 마약류 의약품인 페치딘·펜타닐 앰플 3개를 자진 신고했다. A씨는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응급실 리모델링을 하며 임시 보관하다 반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료원 간호부 등은 뒤늦은 반납 사유, 마약류 사용 여부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의약품을 자체 폐기했다. 올해 1~2월 내부 감사가 실시됐고, 감사 보고서는 정 원장이 직접 결재했다.
 
마약류 관리법에 따르면 의료원은 관할 보건소에 즉시 부실 관리 사고를 신고해야 했다. 하지만 보고서 작성 이후 3개월 가까이 사고 사실을 외부로 알리지 않았다. 직원 중징계도 하지 않았다.
 
지난달 16일 또 다른 간호사 B씨가 화장실에서 약물 중독으로 숨진 채 발견되면서 앞선 사건도 알려졌다. 의료원은 B씨의 사망 사실도 보건복지부에 즉각 알리지 않았다.
 
복지부 공공의료 담당 C과장은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사건을 파악했다. 의약품 관리에 구멍이 드러나면서 마약류 감사 은폐 논란은 더 커졌다. A간호사 감사 보고서가 작성된 시점(2월 7일)은 정 원장 임명 2주 뒤다. 하지만 의료원은 지난 3일에야 감사 내용에 대해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의료원 측은 “전 집행부가 잘못 처리한 일이며, 정 원장은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다. 의료원 관계자는 “지난 2월 부원장이 대면 보고 대신 서면 보고를 했다. 정 원장이 결재할 서류가 많은 데다 제목에도 ‘의약품 관리 부실’로만 나와 있어 큰 문제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무심코 결재했다”고 해명했다.  
 
국립중앙의료원 논란 일지

국립중앙의료원 논란 일지

하지만 익명을 요청한 또 다른 의료원 관계자는 “공공기관 행정은 모두 서류로 이뤄지는데 내용도 보지 않고 결재했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정 원장이 감사 내용을 알았든, 몰랐든 간에 모두 심각한 문제다”고 말했다.
 
마약류 감사 결과를 보고한 시점도 논란이다. 중앙의료원은 지난달 20일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해당 내용을 보고했다고 밝혔지만 국회 측 설명은 다르다. 여야 관계자들은 “그런 내용을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의료원이 지난달 23일 김승희 의원실에 제출한 ‘향정신성 의약품·마약류 관리’ 자료에서도 감사 결과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이와 별도로 정 원장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정부 정책을 발표해 ‘월권’ 논란에도 휘말렸다. 올해 열린 국립대병원 기획조정실장 회의에 참석한 정 원장은 공공보건의료발전위원회(공발위) 공동위원장 자격으로 “국립대병원 소관 부처를 교육부에서 복지부로 바꾸도록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몇몇 국립대병원장을 직접 만나 같은 내용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구성된 공발위는 공공의료정책 개선을 위해 만들어진 한시적 민관 위원회다. 법적 근거를 둔 공식 위원회가 아니다. 공발위가 개선책을 마련하고, 복지부와 함께 조정하지만 최종 결정은 정부 몫이다. 검토작업이 끝나지 않아 발표 시기도 다음달 지방선거 이후가 유력하다. 의료계 내부에선 “미완의 정책을 복지부 대신 ‘외부인’이 공개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의 한 국립대병원장은 “예전에도 몇 차례 논의된 사안이지만 아직 이번 안의 구체적 내용이 나오지 않아 판단을 못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 산하 공공기관장이 정부 위원장을 맡는 것도 이례적인 일인데, 정권 실세로 꼽히는 기관장이 직접 나서 정책을 쉽게 발표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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