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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의 시시각각] 트럼프가 노벨평화상 받을 이유

중앙일보 2018.05.04 01:33 종합 30면 지면보기
강찬호 논설위원

강찬호 논설위원

곧 열릴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해 한반도에 비핵화와 평화가 실현된다면 올해 노벨상위원회가 평화상을 줄 사람은 단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미국 대통령 사상 처음으로 북한에 진짜배기 배고픔과 공포를 안겨 협상장으로 나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북한 제대로 손봐 협상장 끌어낸 첫 대통령
김정은 움직인 건 제재 … 고삐 풀지 말아야

지난겨울 북한 엘리트층이 모여 사는 평양아파트에서 독감으로 숨지는 노인들이 속출했다. 제재로 기름 공급이 끊기면서 집집마다 냉골이 됐기 때문이다. 북한은 남측에 “약을 달라”고 애걸했다. 남측은 전용 논란을 피하기 위해 올해 안에 소진해야 하는 유효기간 1년짜리 타미플루를 긴급 지원했다. 또 지난 2월 평창 겨울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아이스하키 선수단은 스케이트 없이 내려왔다. “제재로 형편이 어려우니 남측이 알아서 도와 달라”는 메시지였다. 우리 측은 북측의 심기를 헤아려 미국산 대신 캐나다산 스케이트를 줬다. 북한 선수단은 경기 뒤 귀국하면서 스케이트는 숙소에 남겨두고 가는 것으로 ‘자존심’을 세웠다.
 
트럼프발 제재로 인한 북한의 고통은 이토록 엄청나다. 특히 체제의 보루인 인민군의 사기 저하가 심각하다. 전국 각지에서 무장 탈영병이 속출해 평양 외엔 안전지대가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더 큰 문제는 군의 핵심인 고위 장성들의 사기 저하다. 김정일과 김정은은 장성들에게 때마다 벤츠 자동차 등 사치품을 안겨 주는 ‘선물정치’로 ‘선군정치’를 해왔는데 최근 제재로 사치품 반입이 전면 중단되며 ‘군심’이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배고픔에 이어 죽음의 공포도 안겨줬다. 지난해 9월 23일 밤 평양을 융단폭격할 수 있는 B1-B 랜서 전폭기(‘죽음의 백조’)를 휴전 이후 처음으로 NLL 북측에 띄워 북한 코앞을 날게 했다. 노후한 레이더 때문에 인민군이 백조의 존재를 감지하지 못하자 미국은 이 사실을 공개해 평양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더 놀라운 건 ‘죽음의 백조’의 NLL 월경 비행은 그 당시 여섯 차례나 더 실시됐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 사실도 까맣게 몰랐다가 뒤늦게 중국으로부터 전해듣고 새파랗게 질렸다고 한다. 당시 평양을 찾았던 러시아 외무부 인사는 “만나본 고위 관리들이 ‘정말로 두려움을 느낀다’며 떨었다”고 모스크바에 보고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북한을 손보려 했다가도 중국이 말리면 물러서기 일쑤였다. 그러나 워싱턴 문법을 깡그리 무시하는 ‘외교 조폭’ 트럼프는 달랐다. 시진핑 주석에게 “당신이 북한과 뒷거래하는 중국 기업들을 막지 않으면 내가 직접 손보겠다”고 협박했다. 놀란 중국은 북한에 전례 없이 매서운 제재의 칼을 빼들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해 역대급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한반도를 6·25 이래 최대 위기로 몰고 갔던 김정은이 돌연 태도를 바꿔 대화에 나선 건 전적으로 트럼프가 지휘하고 중국이 집행한 ‘기아와 공포’ 작전 덕분이다. 북한 비핵화가 실현되면 트럼프가 노벨평화상을 탈 자격이 넘치는 이유다.
 
여당과 진보진영은 햇볕정책이 아니라 트럼프의 철권 압박이 북한의 극적인 변화를 끌어낸 사실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다행히 문재인 대통령은 그런 순리를 알고 워싱턴과 시시콜콜한 정보까지 공유하며 트럼프의 강경책과 보조를 맞추었다. 그 결과 북한은 손을 들 수밖에 없었고, 문 대통령은 사상 처음으로 남한 땅에서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하는 대박을 쳤다. 앞으로도 한·미는 대화에 힘을 실으면서도 제재의 고삐는 계속 조여야 한다. 그래야 북한의 진짜 비핵화를 끌어낼  수 있다. 그리하여 트럼프가 노벨평화상을 타고, 문 대통령도 시상대에 함께 서는 그날이 속히 오길 기대한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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