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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 경험없는 사람이 읽을만한 책 『마음』

중앙일보 2018.05.03 15:02 종합 18면 지면보기
[더,오래] 한순의 인생후반 필독서(8)
그것은 비행기와 기름통을 구분한 것과 같았다. 마음은 우리를 이끌고 가는 기름과 같은 연료인 것이다.
 
나무생각 출판사를 설립하면서 실버와 심리학 두 분야를 중심축으로 세웠다. 그리고 나에 대한 탐구와 더불어 실전 심리학 현장을 체험하기 위해 개인 상담도 시작했다. 
 
상담을 시작한 시기는 서른을 꽉 채우고 마흔의 문턱으로 들어설 무렵이었다. 분석이 진행될수록 사는 동안 묻어두었던 감정이 밀고 올라와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사진 freepik]

상담을 시작한 시기는 서른을 꽉 채우고 마흔의 문턱으로 들어설 무렵이었다. 분석이 진행될수록 사는 동안 묻어두었던 감정이 밀고 올라와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사진 freepik]

 
상담을 시작한 시기는 서른을 꽉 채우고 마흔의 문턱으로 들어설 무렵이었다. 1년 가까운 기간 진행된 분석은 죽을 만큼 힘이 들었다. 사십이면 불혹이라한다. 자신의 세계와 우주의 섭리가 이해될 정도로 삶이 흔들림이 없다는 뜻으로 읽히는데, 분석이 진행될수록 사는 동안 묻어두었던 감정이 밀고 올라와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병약하면서도 우아하고 쇠심처럼 자식 사랑이 확고한 엄마에 대한 애증, 셋째 오빠를 낳고 6년 만에 태어난 막내딸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던 엄격한 아버지, 병풍처럼 나를 둘러싸고 있었던 든든한 오빠들, 교통사고로 벚꽃잎이 흩날리는 어느 봄날 불현듯 하늘나라로 소풍을 떠난 언니!
 
나의 원가족, 나에게는 원천이 되는 가족을 풀어놓자 열린 실타래처럼 감정이 끝없이 풀려 나왔다. 따뜻하면서도 슬프고, 미우면서도 귀한 혼돈의 극치였다.
 
치열했던 1년여의 분석이 끝나고 집단 상담에도 참석했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심리학과 정신분석에 대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지구의 중력을 거슬러 공중에 떠 있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비로소 내 마음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올해 환갑을 맞은 남편과 스위스로 떠나는 여행에서 이제 겨우 나와 내 마음의 반응을 구분하게 된 것이다.
 
학구적인 심리학 이론서에 싫증을 느낄 즈음, 슬슬 산책하듯 읽을 책이 없을까 생각하며 찾아낸 책이 국제정신분석가인 이무석 박사의 『마음』이다. 이 책에 소개된 그의 이력 첫 줄이 인상적이다.


마음의 관리를 행복의 열쇠로 본 이무석의 『마음』
『마음』, 이무석, 비전과리더십, 2011

『마음』, 이무석, 비전과리더십, 2011



“마음이 무슨 무쇠인 줄 아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마음은 연약하고 섬세한 것이다. 눈빛 하나에도 상처받아 아프고 자존심 건드리는 말 한마디에 뿌리부터 흔들리는 것이 마음이다. 마음 관리를 잘하는 사람은 효자손을 갖고 사는 사람과 같다. 가려운 곳을 정확히 파악하고 적절하게 해결할 줄 안다. 인생을 효율적으로 사는 사람들이다. 행복을 일으키는 성감대가 마음에 있기 때문이다. 마음 관리가 행복의 열쇠다. 이무석 박사는 전남의대를 졸업했고…”로 이어진다.
 
이무석 자신의 이력보다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연구하고 발견한 메시지를 제일 먼저 전하고 싶은 간절함이 느껴진다. 또한 이 책의 에필로그에 보면 나이가 꽤 지긋하고 박사이며 명성도 높은 분이 이무석 박사에게 이런 고백을 했다고 한다.
 
“제 마음은 미풍에도 떠는 나뭇잎 같습니다. 멀리서 보기에는 푸르고 싱싱해 보이지만 작은 바람에도 몸을 파르르 떠는 나뭇잎 같습니다. 출근할 때 시선을 주지 않는 아내의 태도도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퉁명스러운 택시기사의 어투, 따지듯이 이야기하는 간호사도 제 마음을 나뭇잎처럼 떨게 합니다. 제가 이렇게 여린 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마음도 상처 나고 무너지기 쉽고, 성공했든 나이가 많든 상관없이 매우 주관적으로 한 개인의 삶에 깊이 개입한다.
 
이 책은 1부에서 마음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아온 강군 가족 이야기를 시작으로 마음이 무엇인지, 마음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2012년 12월에 이 책을 완독했다고 메모 되어 있는데, 이번 칼럼을 위해 강군 이야기를 다시 읽었다. 처음 읽었을 때처럼 똑같이 눈물이 흘렀다.
 
2012년 12월 이 책을 다 읽고 "기쁘다. 이무석 교수님께 감사하다"는 메모를 적었다. [사진 한순]

2012년 12월 이 책을 다 읽고 "기쁘다. 이무석 교수님께 감사하다"는 메모를 적었다. [사진 한순]

 
2부에서는 ‘당신은 딴 다리 긁고 있다, 마음이 문제다’라는 주제로, 삶을 이끄는 것은 눈에 보이는 현실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것을 밝히면서 마음이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음을 소개한다.
 
3부에서는 ‘마음이 무슨 무쇠인지 아는가? 상처 나고 무너지기 쉽다’라는 주제로, 4부에서는 ‘마음은 필사적이다, 상처를 피하려고 벌이는 몸부림’을 소개하면서 무의식적인 방어기제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조종하는지 일반인도 쉽게 알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5부 ‘마음은 아이와 같다, 사랑으로 돌봐 주어야 한다’에서는 이무석 박사가 퇴직하기까지 끊임없이 연구해온 신비한 마음에 대한 금언(金言) 넘치는 연구로 채워져 있다. ‘마음 관리는 에너지 관리다‘, ‘늘 피곤하고 무기력한 건 정신 에너지가 없어서다’, ‘정신력의 누수를 막아야 한다’,‘정신 에너지가 고갈되었을 때 나타나는 신호들-충전 없이 소모만 하면 에너지의 고갈이 온다. 이 상태가 탈진 증후군이다’ 등등.
 
삶을 이끄는 것은 눈에 보이는 현실이 아니라 마음이다. [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삶을 이끄는 것은 눈에 보이는 현실이 아니라 마음이다. [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마음 에너지를 빼앗는 스트레스 세가지
그리고 마음 에너지를 빼앗아 가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알려준다. 이무석 박사가 의사 생활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이 호소하는 주된 스트레스는 대략 세 가지였다.
 
첫째, 포기할 것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가 내린 처방은 ‘포기를 잘하라’이다. 둘째는 미움이다. 남을 미워하는 것은 내가 미움을 받는 것보다 더 큰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이때 그가 내린 처방은 ‘용서하라’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몸과 마음이 병든다. 셋째는 열등감이다. 열등감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더 우울하고 오해도 잘하고 매사를 더 괴롭게 받아들인다. 이에 대한 처방은 ‘열등감을 벗고 자존감을 가져라’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사례는 책 속에 친절하게 소개되어 있다.
 
누가 뭐라 해도 인간은 자기 손톱 밑 가시가 우선이다. 그러나 이무석 박사는 “자기 불행만 가장 크고 비극적으로 보이는 것은 인간의 이기적인 심성 때문일 것이다. 인생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힘들다. 힘든 것이 인생이다. 그럴 줄 알고 살아야 한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인생은 행복한 것인데 나만 재수가 없어서 이렇게 힘들게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힘든 인생을 극복하며 살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마음』의 끝부분에는 오스트리아 정신분석학자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소개한다. 프랭클은 유대인으로 2차 세계대전 때 나치에 잡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갇혀 처참한 생활을 했다. 멀건 죽 한 그릇으로 하루를 버티며 중노동을 했고, 영양실조로 쓰러지면 가스실로 끌려가 죽는 상황이었다.
 
아우슈비츠 집단수용소에서 나치 병사들이 죄수들을 감시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정신분석학자 빅터 프랭클의 책에서는 그가 이곳에서 했던 인상적인 경험을 소개하고 있다. [중앙포토]

아우슈비츠 집단수용소에서 나치 병사들이 죄수들을 감시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정신분석학자 빅터 프랭클의 책에서는 그가 이곳에서 했던 인상적인 경험을 소개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때 프랭클은 인상적인 경험을 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설사병에 걸렸고 다음 날 행진까지 예정돼 있었다. 의사인 프랭클은 자기 몸 상태로는 도저히 일터까지 갈 수 없으리란 것을 알았고, 도중에 쓰러지면 일어나지 못하고 가스실로 끌려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이 그에게 마지막 날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에게 도움을 받았던 간수가 그를 행렬의 제일 앞에 서게 해주었다. 그래도 일터까지 갈 자신이 없었던 프랭클은 행진이 시작되자 부인과 함께 행복하게 살던 시절을 회상했다. 그리고 석방돼 사랑하는 부인과 함께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생각을 했다. 갑자기 들려온 호루라기 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몸은 아무 일 없이 일터에 도달해 있었다. 의학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세상 사는 힘은 자신의 의미를 찾는 데서 나와
“인생의 위기는 삶의 의미가 증발해 버리고 실존적 진공 상태에 빠졌을 때 온다. 돋보기를 쓰고라도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세상사는 힘이 거기서 나오기 때문이다.”
 
1998년 나무생각 출판사 창업과 함께 두 개의 세계가 내 안에서 진화하고 있다. 나무생각이라는 출판 생명체와 ‘나’라는 세계에 대한 탐구이다. 그 둘은 교묘하게 섞이고 분리되면서 어쨌든 진화한다. 진화가 진행될수록 짧고 편견에 잡혔던 생각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나만 가질 수 있는 고유의 무늬에 가치를 느끼게 된다.
 
자신을 분석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 정신분석의 경험이 없었다면 이제라도 새로운 세계로의 입문을 추천하고 싶다. 우리 주변에는 정신분석에 도움을 줄 책이 가득하다. 오늘은 이무석의 『마음』을 추천한다.
 
한순 도서출판 나무생각 대표 tree33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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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 한순 시인, 도서출판 나무생각 대표 필진

[한순의 인생후반 필독서] 노후에 들어선 사람은 새로운 추억을 쌓아가는 게 필요하다. 그 방법 중 하나는 예전에 밑줄 치며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 읽어보는 것이다. 그때의 감동이 되살아 인생 후반부에 제2의 사춘기를 겪게 될지 모른다. 흔들리는 대로 나를 맡겨보자. 또 퇴직하게 되면 만나는 사람의 범위가 좁아지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외로움과 고독이 밀려온다. 이럴 때 책 읽기는 세상에 둘도 없는 절친이 돼 줄 수 있다. 출판사 대표가 인생 후반부의 필독서는 어떤 게 있고 책 읽기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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