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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언으로 ‘남북 수담’ 가능해질까

중앙일보 2018.05.03 00:36 종합 25면 지면보기
2005년 5월 일본에서 열린 제26회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에선 남북 대표 선수가 맞대결을 펼쳤다. 65개국 아마추어 선수가 참가한 이 대회에서 북한 대표인 조대원(오른쪽)은 남한 대표인 서중휘(현재 프로 6단)를 꺾고 결승에 올라 준우승을 차지했다. 서중휘는 4위에 머물렀다. [사진 한국기원]

2005년 5월 일본에서 열린 제26회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에선 남북 대표 선수가 맞대결을 펼쳤다. 65개국 아마추어 선수가 참가한 이 대회에서 북한 대표인 조대원(오른쪽)은 남한 대표인 서중휘(현재 프로 6단)를 꺾고 결승에 올라 준우승을 차지했다. 서중휘는 4위에 머물렀다. [사진 한국기원]

남과 북이 바둑으로 수담(手談)을 나누는 날이 올 것인가.
 
남북 화해 분위기를 타고 바둑에서도 남북 교류가 성사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27일 ‘판문점 선언’에 따르면, 남북 정상은 스포츠 교류를 확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1조 4항에서는 ‘2018년 아시아경기대회를 비롯한 국제 경기들에 공동으로 진출하기로 했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남북은 국제 경기에서 공동 입장을 넘어 종목별로 단일팀을 구성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바둑 열기 뜨거운 북한=바둑은 남북 교류 가능성이 큰 스포츠 종목 중 하나다. 남한 바둑은 1990년대부터 각종 세계대회를 휩쓸며 세계 최정상급으로 꼽힌다. 최근 들어 컴퓨터 게임 등에 밀려 인기가 시들해졌지만, 여전히 남한의 역사와 문화 곳곳에는 바둑이 깊게 스며들어 있다. 
오디세이 북한바둑 사진. [중앙포토]

오디세이 북한바둑 사진. [중앙포토]

북한에도 바둑 열기가 매우 뜨겁다. 지난 2월 평창 겨울올림픽에 참석하기 위해 강원도를 찾은 한호철 조선올림픽위원회 사무국장은 “바둑을 열심히 배우는 어린 아이들이 많다. 아이들 교육과 두뇌 개발에 좋다고 해서 바둑을 가르치는 걸 권장하는 분위기”라고 북한의 바둑 동향을 전했다.
 
북한에서 바둑의 인기가 높은 근간에는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바둑에 많은 관심을 보여 단기간 급격한 발전을 이뤘다. 북한은 바둑 영재를 ‘국가 인재’로 발탁해 중점적으로 육성하고,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 북한의 바둑 인구는 3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남북한 바둑 교류

남북한 바둑 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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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시작된 남북 바둑 교류=과거에 남북 바둑 교류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까지는 민간 업체나 바둑 동호회가 이벤트 형식으로 소규모로 교류를 추진하는 수준이었다. 이에 한국기원은 올해 초부터 남북역사문화교류협회와 손을 잡고, 공식적인 남북 바둑대회를 추진하고 있다. 
분단 이후 최초로 북한에서 열린 국수전. 금강산 호텔에서 치러졌다. [사진 한국기원]

분단 이후 최초로 북한에서 열린 국수전. 금강산 호텔에서 치러졌다. [사진 한국기원]

윤승용 남북역사문화교류협회 이사는 “지난 1월 16일 남북역사문화교류협회 내에 ‘바둑 교류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남북 바둑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북측에 타진하고 있다. 현재 북한의 민족화해협의회에 ‘남북바둑대회’를 공개 제안해놓았고, 응답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양종호 한국기원 전략기획실장은 “남북 바둑대회를 열기 위해 남북역사문화교류협회와 MOU를 추진하는 등 꾸준히 물밑 작업을 하고 있다. 마침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바둑 남북 교류가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남북 선수들이 단일팀을 구성해 ‘팀 코리아’로 국제 경기에서 바둑을 두는 모습도 볼 수 있을까. 바둑은 8월 열리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는 빠졌지만 2022년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그때까지 남북 화해 분위기가 유지된다면, 남북 선수들이 함께 팀을 이뤄 다른 나라 기사들과 바둑 대결을 펼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2004년 제15회 국제페어바둑대회에서 북한팀과 대국을 했던 하성봉 아마 7단은 “남한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북한에는 프로급의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많다. 남과 북이 단일팀으로 경기에 참여하고 힘을 합쳐 연구한다면 우리나라의 바둑 수준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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