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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국회의원도 성희롱 피해…국회 2750명 전수조사 결과 보니

중앙일보 2018.05.02 18:52
국회 안에서 일하는 여성 중 약 100명이 성희롱을 경험했고, 현직 국회의원도 가해자와 피해자에 모두 포함돼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위원장 유승희)는 2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국회 내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성희롱 피해를 직접 경험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99명(여성 97명, 남성 2명)이었다. 성희롱 피해를 입었을 당시 가해자의 직급을 묻는 질문에는 70명이 응답했는데 이 중 8명(11.4%)이 국회의원이 가해자였다고 답했다. 피해자는 모두 여성이었다.

 
여성 직원 11명 "국회의원에게 성폭력 피해"
가벼운 성추행 피해를 직접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61명(여성 59명, 남성 2명)이었다. 피해 당시 가해자의 직급에 대해서는 62명(여성 60명, 남성 2명)이 답했는데, 이 중 2명(여성 2명)이 국회의원을 지목했다.
국회의원이 성폭력 가해 행위(음란전화, 음란문자, 음란메일 등)를 했다고 답한 응답자도 1명(여성 1명) 있었다.

 
윤리위는 국회의원이 성폭력 피해를 받았다고 응답한 사례도 있었다고 밝혔다. 여성 국회의원 1명이 성희롱 피해를 직접 경험했다고 답했고, 음란한 전화 등을 직접 받았다고 답한 여성 의원도 1명 있었다.
 
이번 조사는 모두 익명으로 진행됐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 등 가해자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는 어려울 전망이다. 유승희 윤리특위 위원장은 “이번 설문은 현황 파악을 위한 것이지 (가해자를) 색출해서 조사하고 처벌하려는 게 목표가 될 수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며 “피해자들이 직접 자기 피해 사실을 체크만 한 거라 거기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 [중앙포토]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 [중앙포토]

윤리위 "국회의원들이 성추행 방관"
앞서 국회 윤리특위는 지난달 3~5일 국회의원과 국회의원실 근무 보좌진(의원실 인턴 포함, 지역 보좌진 제외)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윤리특위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영향으로 국회에서 처음으로 성폭력 실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총 1818부의 설문지를 익명으로 배포해 그 중 958부(여성 43.1%, 남성 56.6%)가 회수됐다. 국회의원은 재적 의원 총 293명 중 48명(여성 7명, 남성 41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조사와 분석은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연구책임자 박인혜)가 진행했다.
 
국회의원 중에서는 성폭력을 목격하거나 들었다고 응답한 경우도 30명(중복 포함) 있었다. 음란 전화·문자·메일 등을 목격하거나 들었는지에 대해 국회의원 4명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성희롱과 가벼운 성추행 피해를 목격하거나 들은 경험이 있는 국회의원은 각각 9명씩 있었다. 심한 성추행 피해를 목격하거나 들은 국회의원은 5명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토킹, 강간 미수, 강간 및 유사강간 피해를 목격하거나 들은 국회의원도 각 1명씩 있다.
 
윤리특위는 결과 보고서를 통해 "모든 유형의 성폭력 범죄 문제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어느 정도 인지는 하면서도 방관했음을 시사하는 조사 결과"라며 "국회의원이 민감하게 대응하고 해결 의지를 가져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승환·정용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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