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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출신 지리산 반달가슴곰,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중앙일보 2018.05.02 12:00
지리산 반달가슴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 반달가슴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 일대 야생에서 활동 중인 반달가슴곰의 개체 수가 늘어나면서, 반달가슴곰의 서식지가 지리산 밖으로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과거 북한에서 들여와 방사한 반달가슴곰의 후손이 향후 백두대간을 따라 고향인 북한으로 가는 길이 열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환경부는 지리산에 방사한 반달가슴곰이 늘어나고 서식 범위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개체 중심의 복원사업을 서식지 관리체계로 전환한다고 2일 밝혔다. 반달가슴곰이 지리산에만 살도록 하는 것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서식지를 넓혀 나갈 수 있도록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지리산 반달가슴곰. [중앙포토]

지리산 반달가슴곰. [중앙포토]

이 같은 정책 전환은 2020년까지 반달가슴곰을 최소 존속 개체군인 50마리까지 늘린다는 당초 목표를 올해 이미 달성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4년 첫 방사가 시작된 이후 올해 초 8마리의 새끼가 태어나면서 야생 반달가슴곰은 총 56마리로 늘었다.

 
지리산 반달가슴곰 새끼.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 반달가슴곰 새끼.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반달가슴곰의 개체 수는 출산과 수명(약 20~25년) 등을 고려할 경우 2027년에는 100마리 이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리산에서 수용 가능한 개체 수(78마리)를 초과하는 개체는 다른 서식지를 찾아 이동하거나 분산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반달가슴곰 1마리가 백두대간을 따라 김천 수도산까지 약 100㎞를 두 차례나 이동했다가 붙잡혀 되돌아온 경우도 있었다.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개체 수가 늘어나면 지리산에서 덕유산으로 반달가슴곰이 분산할 것”이라며 “앞으로 생태 정책을 어떻게 펴느냐에 따라 설악산까지 백두대간 전체로 서식지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서 들여온 반달가슴곰 손자까지 태어나 
2005년 도라산 출입국관리사무소를 통해 남한으로 넘어온 북한산 반달가슴곰이 검역을 받고 있다. [중앙포토]

2005년 도라산 출입국관리사무소를 통해 남한으로 넘어온 북한산 반달가슴곰이 검역을 받고 있다. [중앙포토]

지리산 곰 복원사업이 본격화된 건 2004년부터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은 러시아와 중국 등에서 들여온 반달가슴곰을 지리산에 방사했다. 2005년에는 평양동물원에서 새끼 반달가슴곰 8마리를 들여와 지리산에 풀었다. 암수 각각 4마리였던 북한 태생의 반달가슴곰은 백두대간 야생에서 자리를 잡았고, 다른 반달가슴곰과 새끼도 낳았다.
 
13년이 지난 현재는 방사한 8마리 중 2마리가 지리산에 사는 것으로 종복원기술원은 보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에서 들여온 반달가슴곰의 손자까지 태어난 사실도 확인됐다.
 
지리산 반달가슴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 반달가슴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장기적으로는 백두대간 생태 축 복원 등 생태계 연결사업이 진행되고 남북교류에 따라 DMZ(비무장지대)가 평화지대로 정착될 경우 반달가슴곰이 설악산을 거쳐 고향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종복원기술원 관계자는 “북한에서도 묘향산 등에서 반달가슴곰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며 “향후 설악권까지 개체군이 형성되면 생태이동 통로를 통해서 반달가슴곰이 남북을 자유롭게 왕래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달가슴곰과 공존 정책 펴기로
지리산 반달가슴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 반달가슴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환경부는 향후 반달가슴곰의 행동권이 지리산 권역 외로 퍼질 것에 대비해 건강한 서식지 제공과 안전관리, 공존시스템 구축 등 반달가슴곰과 지역사회의 공존을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반달가슴곰의 활동과 분산을 지원하기 위해 백두대간 생태 축 복원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리산·덕유산·속리산 등 중남부권역으로 이어지는 국가 생태 축을 조사하고, 훼손되거나 단절된 곳을 2022년까지 복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서식환경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고속도로 폐도 복원, 생태통로 조성 등 생태계 연결사업도 병행할 예정이다.
 
지리산 반달가슴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 반달가슴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활동도 강화된다. 주요 대피소와 탐방로마다 곰 활동지역과 대처요령 등을 안내하는 한편, 잦은 출입이 불가피한 지역주민들에게는 곰 퇴치 스프레이 등을 소지할 수 있도록 행정적인 지원을 할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반달가슴곰은 통상 사람을 잘 공격하지 않고 회피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역주민과 탐방객들이 국립공원의 안내사항과 기본적인 안전 매뉴얼을 잘 숙지하면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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