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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오염에 노출되면 첫 월경 시기 빨라진다

중앙일보 2018.05.02 10:42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상태인 지난해 3월 서울의 한 학교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상태인 지난해 3월 서울의 한 학교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대기 중 미세먼지 오염이 심할수록 여자 청소년의 첫 월경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초경이 앞당겨지면서 미세먼지가 성조숙증과도 관련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화여대 의대 직업환경교실 하은희 교수팀은 질병관리본부의 2010~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와 국립환경과학원의 도시 대기오염 자료를 활용해 미세먼지가 여자 청소년의 첫 월경 시기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일 밝혔다.
미세먼지와 초경 시기와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는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 환경(Environment International)' 인터넷판에 게재됐다.
 
국내 13~17세 여자 청소년 63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조사에서, 초경 시작 시기를 기준으로 최근 1년간 노출된 미세먼지(PM10) 농도가 ㎥당 1㎍(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이 높아질 때마다 초경 시기가 0.046년(17일)씩 앞당겨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세먼지 오염이 심할수록 초경이 더 앞당겨지는 셈이다.
 
특히, 초경 시작 시기를 기준으로 최근 2년간이나 최근 3년간 노출된 미세먼지 농도보다도 최근 1년간 노출된 농도가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3년 평균 미세먼지 오염도가 1㎍/㎥ 높아졌을 때는 초경 시기가 0.031년(11일)씩, 2년 평균 미세먼지 오염도가 1㎍/㎥ 높아졌을 때는 초경 시기가 0.038년(14일)씩 앞당겨졌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미세먼지 없는 통학로 만들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미세먼지 없는 통학로 만들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또, 가구의 소득 수준과 거주하는 도시의 규모, 체질량지수(BMI), 2차 흡연 노출 여부 등을 보정한 후 분석한 결과에서도 최근 1년간 노출된 미세먼지 오염도가 1㎍/㎥ 높아질 때마다 초경이 평균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8%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차이를 보였다.
 
국내에서는 여자 청소년의 평균 초경 시기가 1970년 14.2년에서 2010년 12.7년으로 앞당겨진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번 연구에서는 12세보다 이른 경우를 초경이 앞당겨진 것으로 판단했다.
 
하 교수는 "미세먼지 노출로 인해 여자 청소년의 초경이 앞당겨지는 것은 미세먼지에 포함된 환경 호르몬 탓일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늘고 있는 어린이 성조숙증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조숙증은 사춘기가 이른 시기에 찾아와 2차 성징이 평균보다 일찍 시작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치료가 늦거나 방치하면 성장판이 조기에 닫혀 키가 제대로 자라지 못할 위험이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성조숙증으로 진료를 받은 국내 어린이는 2007년 9800여 명에서 2016년에는 8만6000여 명으로 10년간 약 8.7배 증가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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