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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스 "주한미군 이전 조급해말라", 트럼프 "평화가 상이다"

중앙일보 2018.05.02 09:47 종합 5면 지면보기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이 1일 CBS 방송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주한미군 이전 및 평화협정 체결에 조급해말라"고 조언했다.[CBS 화면 캡처]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이 1일 CBS 방송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주한미군 이전 및 평화협정 체결에 조급해말라"고 조언했다.[CBS 화면 캡처]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이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주한미군 이전 문제에 대해 조급해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주한미군은 한반도뿐이 아니라 지역 전체의 안정세력”이라면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북·미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과 함께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대두한 데 제동을 건 것이다.
 

비핵화부터 완료후 평화협정 주장
폭스·CBS, 트럼프에 세 가지 조언
"김정은과, 세부 디테일 협상 말라,
북 정권 진정한 본성을 잊지 말라"

대선 때부터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언해온 라이스 전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와 CBS 방송에 출연해 회담에 대한 세 가지 충고 중 하나로 주한미군 계속 주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CBS 방송에선 “한 번에 한 걸음씩 나아가라”며 “한반도 평화협정에 관해 이야기하는 건 좋고, 평화협정이 궁극적인 목표가 돼야 하지만 단계적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핵화라는 소중한 목표에 집중하면서 북한이 하는 모든 행동에 대해 철저한 검증을 확실하게 보장해야 한다”며 "우리가 원하는 건 그들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없도록 저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27일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미군이 한반도에 계속 주둔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마도 그것은 북한과의 협상에서 우리가 논의할 이슈의 일부”라고 답했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도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평화협정이 체결된 뒤에는 한반도에 주한미군 계속 주둔을 정당화하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라이스 전 장관의 이날 조언은 한ㆍ미 양국에서 제기된 '평화협정 체결-주한미군 철수'론에 대해 앞서가지 말라고 브레이크를 건 것이다.   
 
라이스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나머지 두 가지 충고로 각각 “김 위원장과 세부사항, 디테일을 놓고 협상하려고 말라”“북한 정권에 대한 진정한 본성을 잊지 말라”고 했다.
라이스 전 장관은 “세부사항 협상은 현재 상황의 미묘한 차이를 전부 이해하는 사람들에게 맡기라”면서 “한국과 일본 등 여기에 관심을 가진 나라들도 있기 때문에, 이해관계를 가진 다른 당사자들이 있다는 걸 명심하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은 불과 1년 전 미국 시민을 살해한 정권이며, 말레이시아에서 자신의 이복형을 VX 신경가스로 살해한 지도자가 이끄는 잔혹한 정권이자 비밀스러운 정권”이라며 “그들과 협상하는 건 아무 문제가 없지만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라이스 전 장관은 특히 비핵화 검증 방식으로 “과거 속인 전력이 있는 정권을 사찰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불시 사찰(snap inspection)’”이라고 주장했다. “불시 사찰은 당신이 사찰단을 파견하고 싶을 때 언제든, 어느 장소든 사찰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며 “예를 들어 이 정권은 어떤 장소를 사찰하겠다고 사전에 통보하면 청소를 하는 데 매우 능하다”고 하면서다. 또 “북한은 이미 알려진 장소들만 명단을 작성한 후 다른 장소들은 숨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든 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라이스 전 장관은 또 “사찰단원을 처음부터 관여하도록 하는 게 변화를 만들 수 있다”며 북한과 비핵화 협상에서 첫 단계에서 취할 조치 중 하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을 현장에 복귀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대북 정보가 썩 좋지는 않기 때문”이라며 “현장에 노련한 전문가들이 있어야 우리가 다른 수단으론 얻을 수 없는 것들을 알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기본적으로 북한의 성실한 자진 신고에 의존해야 하는 검증의 한계를 지적했다.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북한의 기존 핵무기 폐기나 핵시설 폐쇄를 검증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과일 크기의 핵분열물질(피트: 금속표면의 플루토늄이나 고농축우라늄 덩어리로 핵탄두의 코어)를 북한 어느 곳에 숨기지 않았는지 검증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패트리샤 루이스 전 유엔 군축연구소장은 "완전한 검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검증은 실제 군사적 중요성을 띄는 공격능력을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트럼프 "2~3일내 장소 발표, 노벨상 제안 문재인 좋은 사람" 
한편 북·미회담장소로 판문점 평화의집과 자유의집을 거론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지금 현재 회담을 준비중이며, 아마 앞으로 2~3일 안에 회담 장소와 날짜를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노벨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받고 우리는 평화만 얻으면 된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그런 제안을 해준 문재인 대통령은 매우 좋고 너그러운 사람"이라며 감사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나는 평화를 얻기를 원하며 그게 중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 발언이후 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국장은 "평화가 바로 상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트럼프의 겸손을 상징하는 홍보 이미지를 만들어 트위터를 통해 배포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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