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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시록' 같은 남북관계발전법, 어떤 내용 담겼나

중앙일보 2018.05.02 06:00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을 두고 여야가 대결 양상을 보이면서 그 근거 법인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약칭 남북관계발전법)도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난달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선언'을 발표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판문점=한국공동사진기자단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난달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선언'을 발표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판문점=한국공동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대통령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법이 정한 남북합의서 체결 비준ㆍ공포 절차를 조속히 밟아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절차가 아니라 법률적 절차”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발의 근거 역시 남북관계발전법이다.
 
노무현 정부 때 여야 합의로 제정
 
남북관계발전법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12월 제정됐다. 입법 취지는 최근 벌어진 것과 같은 남북관계의 급속한 변화 또는 발전에 현실적인 대비를 하려는 것이었다. 제정안에 담긴 입법 취지는 아래와 같다.
 
“남북관계가 급속하게 발전함에 따라 대북정책의 법적 기초를 마련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으며 특히 남북 간 합의서에 법적 실효성을 부여함으로써 남북관계의 안정성과 일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어, 남한과 북한 간의 기본적인 관계, 국가의 책무, 남북회담대표의 임명 및 남북합의서의 체결ㆍ비준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대북정책이 법률적 기반과 국민적 합의 아래 투명하게 추진되도록 하려는 것임.” 
 
법 제정 당시엔 북한을 국가로 볼 것인지, 국가가 아니라면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지도 쟁점이었다. 법은 남북 관계를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3조 1항)라고 정했다.  
 
남북은 '잠정적 특수 관계' 규정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정문헌 전 의원은 다른 의견을 냈다. 별도의 ‘남북관계기본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남북 관계에 ‘북한은 헌법 제3조의 규정에 따른 대한민국의 일부이다’는 문구를 넣었다. 이 같은 정치권의 시각차는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서 논의 끝에 현행법대로 결론지었다.
 
변화무쌍한 남북 관계를 예측하면서 만든 법이기 때문에 실제로 적용된 사례가 많지 않다. 새로운 변화가 생기면 남북관계발전법이 마치 ‘계시록(啓示錄)’처럼 가이드를 하는 형국이다.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법이 거칠게 만들어져 ‘디테일의 악마’가 숨어있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문 대통령의 ‘법률 검토’ 지시가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남북합의서 비준에 대한 국회 동의에 대한 내용이 담긴 남북관계발전법.

남북합의서 비준에 대한 국회 동의에 대한 내용이 담긴 남북관계발전법.

1일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역대 정상회담 합의가 정권에 따라 이행되지 못하거나 퇴행한 경험에 비춰 봐도 합의문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법률적 검토 도출될 때까지 국회가 선제적으로 판문점 선언 지지를 결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바른미래당 박선숙 의원 등 10명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 지지 및 국회 비준 동의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한국당, “부도수표에 돈 넣어야 하나”
 
반면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의 비준 동의 절차 요청에 대해  “부도 수표인지 아닌지 확인도 안 하고 돈부터 넣으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판문점 선언’에 적시된 합의 사항 상당수가 미북정상회담 이후, 유엔 제재가 해제돼야 추진이 가능한 내용인데 덮어놓고 비준 동의를 하라는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행동”이라며 "무조건 도장부터 찍으라는 것은 무책임한 대못 박기"라고 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중앙포토]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중앙포토]

한국당의 주장은 남북관계발전법이 정한 국회의 비준 동의 요건을 근거로 하고 있다. 이 법은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거나 ^입법사항에 관한 합의서는 국회가 동의권을 갖는다고 규정했다. 
 
20대 국회 들어서 민주당 이인영 의원은 기존 두 가지 조건에  ‘한반도의 평화 정착 및 유지에 관한 남북합의서’까지 동의 대상에 포함하자는 법안을 제출했다. 
 
남북관계 홍보 조항도 9월 발효
 
지난 3월에는 남북관계의 홍보에 대한 조항도 추가됐다. 9월부터 시행되는 이 조항은 "정부는 남북관계 발전의 필요성에 관한 국민의 관심 확대를 위하여 다양한 홍보 방안을 마련하여 시행한다"는 내용이다.
 
김승현 기자
s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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