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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아웃도어’ 주춤…‘작은 아웃도어’ 약진

중앙일보 2018.05.02 02:00
화려한 컬러와 복잡한 절개선이 특징인 '한국형 아웃도어 패션.' 지난달 주요 아웃도어 브랜드의 매출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사진 블랙야크]

화려한 컬러와 복잡한 절개선이 특징인 '한국형 아웃도어 패션.' 지난달 주요 아웃도어 브랜드의 매출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사진 블랙야크]

4월 아웃도어 매출 ‘뚝’
롱패딩 덕에 살아난 아웃도어 시장에 다시 빨간 불이 켜졌다. 업계에 따르면 노스페이스·네파·K2·블랙야크·아이더·코오롱스포츠·밀레 7대 아웃도어 브랜드의 4월(1~29일) 매출은 약 164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877억원에 비해 12.4% 감소했다. 또 7개 브랜드의 올해(1월 1일~4월 29일) 누적 매출은 704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081억원)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아웃도어는 지난겨울 롱패딩 열풍에 힘입어 살아나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마땅한 모멘텀을 마련하지 못하며 지난해보다 더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7개 브랜드의 지난해 매출은 2조2809억원(코오롱스포츠는 추정치)으로 2016년(2조2840억원)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노스페이스를 운영하는 영원아웃도어 외에는 제자리걸음이거나 후퇴했다. 노스페이스의 실적도 지난해 평창겨울올림픽 특수에 힘입은 바 크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노스페이스의 매출 신장은 화이트 라벨과 노스페이스 키즈, 겨울올림픽 특판 매출까지 모두 포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4조원대 시장 굳어지나  
유럽·미국 등 아웃도어 선진국에서 ‘하이엔드’ 브랜드로 분류하는 몬추라·마무트·아크테릭스 등의 매출도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브랜드는 한때 자국의 매출보다 한국시장 매출이 더 높아 ‘한국은 세계 최고 아웃도어 브랜드의 전시장’이란 얘기도 돌았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아웃도어 시장은 지난 2014년 6조8439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줄곧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약 4조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업계는 이런 추세로 가면 올해가 최근 5년 중 가장 힘든 시즌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아웃도어 시장은 지난 2005년 1조원 시장에 진입했으며, 2012년 5조원 대로 올라섰다.
상위권 브랜드의 매출 부진은 주 고객층인 중·장년층의 소비 하락에 기인한 바가 크다. 또 아웃도어의 무게 중심이 등산에서 라이프스타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화려한 컬러와 모자이크를 한 듯 절개선을 붙인 아웃도어 디자인은 이른바 ‘한국형 아웃도어 패션’으로 불리며 50대 이상 중·장년층에게 크게 어필했다. 아웃도어의 본고장 유럽에선 ‘등산복을 입은 관광객은 한국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현상 제로그램 대표는 “‘울긋불긋’으로 대표되는 아웃도어는 올드한 패션이 됐다. 메이저 업체들이 브랜드 에이징(Brand Aging) 관리를 잘못한 측면이 있다”며 “실제 옷을 사는 사람은 장년층일지라도 트렌드를 이끄는 20~30대가 외면하는 패션은 오래갈 수 없다”고 말했다.
 
100억원 안팎 강소 브랜드 선전  
매출 2000억원 이상의 메가 브랜드와 해외 유명 아웃도어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스노우라인·헬리녹스 등 전문 브랜드는 성장세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등산·캠핑 전문 브랜드인 스노우라인의 지난해 매출은 141억원으로 2016년(80억원)보다 72% 증가했다. 아웃도어 의자 브랜드 헬리녹스의 지난 분기(2016년 7월~2017년 6월) 매출은 254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8% 성장했다. 2년 전(142억원)과 비교하면 100억원 이상 증가했다. 백패킹(1박 이상의 야영 장비를 지고 이동하는 트레킹) 전문 브랜드 제로그램도 20억원 안팎의 매출을 달성하며 성장 중이다. 
 
매출 100억원 안팎의 ‘작은 아웃도어’의 성장은 대규모 양산보다는 소비자 타깃에 맞춘 전략에 힘입은 바 크다. 이는 아웃도어가 등산뿐 아니라 산악마라톤·백패킹·서핑 등으로 보다 전문화·세분됐다는 방증이다. 이 대표는 “광고·마케팅비를 거의 쓸 수 없기 때문에 충성도를 높은 고객을 잡기 위한 기술력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스노우라인 관계자는 “캠핑 소품, 아이젠 등 등산 장비 매출이 늘었다”며 “기술력을 바탕으로 유럽·미국·홍콩·대만 수출도 늘었다”고 말했다.
 
“이게 정상” vs “날씨로 인한 단기 부진”
업계는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란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아웃도어 업계 관계자는 “아웃도어 시장이 침체라는 말은 틀렸다”며 “그동안 시장이 너무 과열됐다. 이게 정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에 안 가던 사람이 산에 가게 되면서 등산복 시장이 아웃도어로 확장됐는데, 이제 다시 등산복으로 되돌아온 것”이라고 했다.
 
이지은 삼성패션연구소 그룹장은 “최근 2~3년간 캐주얼·스포츠 시장이 치고 올라오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정체됐던 아웃도어는 앞으로도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며 “아웃도어는 최근 스포츠·애슬레져(Athleisure)로 확장 중이지만, 기존 스포츠 브랜드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론 4월 매출 부진이 황사·미세먼지로 인한 단기 요인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K2코리아 정영훈 대표는 “날씨 때문에 야외 활동 인구가 줄며 아웃도어 의류의 소비도 부진했다”며 “최근 수년간 조정을 통해 아웃도어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는 해결됐다. 시장 규모는 5조원 대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겨울 시즌이 되면 가격과 품질력을 갖춘 패딩 등이 다시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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