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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학생부 개선안까지 민간에 하청 준 교육부의 면피주의

중앙일보 2018.05.02 01:02 종합 30면 지면보기
대학입시에서 학교생활기록부의 중요성은 해마다 커지고 있다. 어제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전국 4년제 대학의 2020학년도 대입 계획에 따르면 현재 고2가 치를 입시에서 학생부가 좌우하는 수시 비율이 역대 최고인 77.3%까지 치솟았다. 수능 중심 정시 비율은 22.7%에 그쳤다. 교육부 차관의 ‘정시 확대 압박’ 전화에 서울 소재 대학은 정시를 늘렸지만, 전국적으론 수시 확대 기조가 이어진 것이다.
 
수험생 10명 중 8명이 수시로 입학하는 상황에선 학생부의 투명성·공정성은 생명이다. 하지만 대입 개편 등 정책 헛발질로 국민 신뢰를 잃은 교육부는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내년 고1부터 적용할 새 학생부 기재 방식을 정책숙려제를 통해 결정하겠다더니 슬그머니 정책 운영·구성 주체에서 빠지겠단다. 민간업체가 학생·학부모·교사·시민 등 100명을 뽑아 시민정책단을 구성, 의견을 모아 다음달까지 권고안을 제출하면 그걸 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용역비만 1억5000만원이 든다.
 
“국민 의견을 듣는 과정”이라는 교육부 설명도 궁색하다. 이미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전국 17만 명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와 60회의 현장 의견 수렴을 거쳐 수상 경력과 진로희망 삭제 등 구체적인 개선안까지 내놓았다. 그랬던 교육부가 대표성과 전문성이 불명확한 100명에게 학생부 운명을 맡기겠다는 것이다.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국가교육회의와 그 산하 대입개편 특위, 공론화위에 하청·재하청·재재하청을 준 것처럼 결정 장애와 무능·무책임이 도를 넘었다. 오죽하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유성엽 위원장이 교육부 폐지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했겠나.
 
교육부는 공정한 학생부와 대입 개편에 명운을 걸기 바란다. 그렇지 않고 면피에만 급급하면 교육부는 해체가 불가피하다. 학생을 입시 모르모트로 만든 게 한두 번인가. 국민도 더는 참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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