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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평화협정 뒤 미군 주둔 정당화 힘들 것”

중앙일보 2018.05.02 00:46 종합 5면 지면보기
문정인. [뉴스1]

문정인. [뉴스1]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평화협정이 체결된 뒤에는 한반도에서의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외교전문지인 포린 어페어스에 기고한 ‘남북 정상회담의 진전과 약속’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서다. 문 특보는 기고문에서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철수에 대해 남한의 보수 야당 세력이 강력히 반대할 것”이라며 “이는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중대한 정치적 딜레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외교전문지에 철수 가능성 시사
“보수 반발, 문 대통령 딜레마 될 것”
김정은엔 “실용·현실적 인물” 묘사

청와대 “대통령 정책 방향과 달라”
한국당 “김정은의 특보냐” 비판

또 문 특보는 “평화롭고 핵 없는 한반도는 문 대통령이 당선 전부터 추구해 온 목표였다”며 “문 대통령은 정권이 바뀐 뒤에도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기 위해 국회 비준을 추진하고 있지만 보수파들이 비준을 막고 선언 이행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판문점 회담이 문 대통령의 꿈을 실현할 새로운 기회를 열었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를 문 대통령은 정확히 알고 있고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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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특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서는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인물”이라고 묘사했다. 그 이유로 “(김정은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전제조건으로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 한·미 동맹 등에 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 내에서도 남북 평화협정 뒤 주한미군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지난달 27일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미군이 한반도에 계속 주둔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마도 그것은 먼저 동맹과의 협상에서, 물론 북한과의 협상에서도 우리가 논의할 이슈의 일부”라고 답했다. 또 “그래서 나는 지금 당장 우리가 그 절차에 따라 협상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향후 어떻게 될지에 대한 전제나 추정은 하지 말아야 한다. 외교관들이 이제 그 문제를 다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한미군 지위 변화에 대한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또 미 NBC 방송은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평창 겨울올림픽 개최 전 주한미군 철수 방안을 검토했지만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과의 격렬한 언쟁 끝에 결국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무역 불균형 문제를 다룰 카드로 주한미군 철수를 꺼내자 켈리 실장이 저지했다는 내용이다. 백악관은 이 보도를 부인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지난 3월 “남북한 사이에 우리 군인 3만2000명이 있는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두고 보자”고 말한 적이 있다. 이런 와중에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분야 멘토로 통하는 문 특보가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시사하는 논의를 제기해 파장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1일 “북한은 주한미군에 대해선 문제 삼지 않겠다는 선대의 유훈이 지금도 유효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주한미군 철수를 꺼낸 적이 없다”며 “문 특보의 발언은 학자적 주장일 순 있어도 문 대통령의 정책 방향과는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국 입장에서 주한미군은 대북 억제력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와의 군사적 균형추 역할도 하기 때문에 철수 요청을 할 이유가 없다”며 “북한도 주한미군이나 주일미군이나 위협이 똑같기 때문에 굳이 주한미군만 문제 삼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 관계자도 “현재 한·미 간에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 논의한 일도 없다. 향후 논의할 일도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보수 진영은 문 특보 기고문에 강력 반발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문 특보는 우리나라 대통령 특보냐, 북한 김정은의 특보냐”며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이 필요 없어질지 모른다는 주장은 대한민국 안보를 흔드는 망언이며 논평할 가치조차 못 느낀다”고 비난했다.
 
최익재·강태화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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