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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학대 처벌 세진다 … 아이 숨지면 최대 징역 15년

중앙일보 2018.05.02 00:23 종합 12면 지면보기
아동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크게 다치게 한 범죄의 권고형량이 높아진다.
 

대법 양형위, 아동범죄 권고형량 강화
생명 위험 중상해 땐 최고 징역 12년
6세 미만 대상 학대는 가중처벌
집행유예 선고 여부도 더 엄격하게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전체 회의를 열어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치사죄에 최대 징역 15년, 아동학대 중상해죄에 최대 징역 12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양형기준 수정안을 의결했다고 1일 밝혔다. 양형위원회는 “아동학대 범죄에 엄정한 처벌을 바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반영하고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큰 사안에서 타당한 양형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준을 개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2013년 의붓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울산 계모 사건’과 ‘칠곡 계모 사건’이 잇따라 터지며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폭발했다. 이를 계기로 이듬해 아동학대처벌법이 마련됐지만 아동 대상 중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월에만 해도 대구고법은 세 살 난 아들을 집안에서 돌아다니지 못하게 하려고 애완견용 목줄을 채워 방에 가뒀다가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죄)로 기소된 20대 부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4월 일곱살 난 아이의 몸에 락스를 붓는 등 학대 끝에 숨지게 한 ‘평택 원영이 사건’ 계모와 친아버지에게 각각 징역 27년과 17년을 확정했다. 두 살배기 딸을 두고 여행을 갔다가 영양실조로 아이를 숨지게 한 30대에게 대법원은 지난 4월 징역 9년을 확정선고했다.
 
아동학대치사죄의 법정형은 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이다. 법정형의 범위가 너무 넓어 자칫 들쑥날쑥한 선고가 이뤄질 수 있다. 법원이 양형기준을 만들어 재판 때 기준점으로 삼도록 하는 이유다. 죄질이 나쁜 경우 양형 가중요소로, 정상을 참작할 사정이 있다면 감경요소로 반영한다. 예를 들어 ‘피해자가 여러 명인 경우’ ‘학대의 경우가 중한 경우’ 형량을 높이거나, ‘자수한 경우’ ‘피해 회복을 위해 진지하게 노력했을 경우’ 형량을 깎아주는 등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형량을 선고하는 것이 좋을지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번 조정안이 통과되면 가중요소가 있을 경우 상한선이 징역 9년이 아니라 징역 10년으로 올라간다. 가중요소가 2개 이상이면 형량을 최고 1.5배까지 ‘특별조정’할 수 있는데, 그러면 징역 15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학대의 결과 아동이 숨지진 않았지만 아동의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불구·난치병에 이르게 된 아동학대 중상해죄의 양형기준도 올라간다. 현재 양형기준상 가중요소가 있으면 징역 7년까지 선고할 수 있게 돼 있는 것을 앞으로는 8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한다. 특별조정시 징역 12년까지도 선고가 가능하다.
 
양형위원회는 아동 중에서도 특별히 더 어린 아동을 상대로 한 범죄는 더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는 기준도 마련했다.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이란 만 18세 미만인데, 이 중 만 6세 미만의 취학 전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일 경우 더 무겁게 처벌하는 것을 권고하기로 했다. 집행유예를 선고할지 고민할 때에도 만 6세 미만을 상대로 한 범행일 경우 한 번 더 생각해보도록 했다. 양형위원회는 “영유아는 유기나 학대를 당해도 외부에 적절한 구호를 요청할 수 없고, 후유증이 매우 커 신체적·정신적으로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보다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양형기준 조정안은 향후 한 달간 검찰·변호사·여성단체 등 여러 유관기관의 의견 수렴을 거쳐 다음 달 11일 양형위 회의에서 최종 의결된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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