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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편중·원화 강세 우려되는데 … 수출 감소는 착시?

중앙일보 2018.05.02 00:02 경제 4면 지면보기
부산 신선대 부두에 접안한 컨테이너선에 화물이 선적되는 모습. 4월 수출 증가율(전년 동월대비)이 마이너스가 되면서 향후 수출 전망이 엇갈린다. [연합뉴스]

부산 신선대 부두에 접안한 컨테이너선에 화물이 선적되는 모습. 4월 수출 증가율(전년 동월대비)이 마이너스가 되면서 향후 수출 전망이 엇갈린다. [연합뉴스]

수출 증가율이 18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정부는 ‘비교 기준인 지난해 4월의 수출 실적이 좋았기 때문에 생긴 일시적인 감소(기저효과)’란 입장이다. 반면에 일부 전문가는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제 성장을 지탱해 온 수출마저 후퇴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4월 수출증가율 18개월 만에 마이너스
산업부 “기저효과 따른 일시적 현상”
전문가 “상승 흐름 꺾이는 추세”
자동차·디스플레이는 부진 계속돼
경쟁력 회복 위해 규제 완화해야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4월 수출액은 500억6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5% 감소했다. 문제는 이 감소를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다. 지난해 4월 수출액은 전년 동월보다 23.8%나 늘었다. 대규모(약 55억 달러) 해양플랜트 잔금이 들어오면서다. 55억 달러는 당시 전체 수출의 약 1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컸다.
 
지난해 4월 기준이 높다 보니 올해 4월 수출이 나쁘지 않은 데도 증가율은 마이너스가 됐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김영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일시 효과가 사라지면서 올해 4월 수출이 마이너스로 전환했을 뿐 전반적인 수출 증가세는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선박을 제외한 4월 수출은 482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0.4% 증가했다. 일평균 수출액도 선박을 빼놓고 보면 1월 19억5000만, 2월 21억6000만, 3월 21억1000만, 4월 21억 달러로 비슷한 수준이다. 1~4월 누계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9% 증가한 1955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월별 수출액도 사상 처음으로 두 달 연속 5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김 실장은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세계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 5월엔 다시 증가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너무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미 지난해 4분기부터 추세적으로 상승 흐름이 꺾였다”라며 “걱정할 것 없다는 해석은 착각”이라고 말했다.
 
불안 요인이 없는 게 아니다. 반도체 편중이 더 심해졌다. 4월엔 13대 주력품목 중 반도체·석유화학·석유제품·일반기계 등 7개 품목의 수출이 증가했다. 특히 반도체는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수출이 함께 늘면서 역대 2위 수출액(97억8000만 달러)을 기록했다. 19개월 연속 증가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357억 달러(57.4%)나 늘었다. 전체 수출 증가액(784억 달러)의 46%에 달한다. 지난해 전체 수출 증가율은 15.8%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8.6%로 떨어진다. 전반적인 수출 회복이라기보다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결과라는 의미다.
 
올해 역시 이런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까지 10~12%였다가 지난해 17.1%까지 상승했고, 올해는 4월까지 평균 20.1%를 나타내고 있다. 반도체는 경기에 민감한 장치산업이다. 신산업 성장에 따라 수요가 유지되지만, 예상보다 빨리 경기가 나빠지면 전체 수출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반면 자동차와 디스플레이 등 다른 주력 품목의 부진은 길어지고 있다. 자동차는 미국 시장의 정체와 국내 완성차 업체의 생산량 조정 등으로 3개월 연속 수출이 감소했다. 디스플레이도 중국이 액정디스플레이(LCD) 생산을 크게 늘려 가격이 내린 탓에 큰 폭으로 수출이 줄었다. 가전 역시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원화 강세도 부담이다. 지난해 4분기까지 달러당 1100원대를 유지했던 원화가치는 4월 1060~1070원대를 오갔다. 더구나 남북 간 화해 무드가 조성된 상황에선 원화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정부가 앞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한 내용을 사후에 공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는 원화가치가 급격히 오르더라도 정부가 시장 개입을 하기 어렵게 됐다는 얘기다.
 
여기에 제조업 동향도 심상치 않다. 3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1.2% 감소했다. 2016년 1월(-1.2%) 이후 2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다. 제조업을 포함하는 광공업 생산이 2.5%나 줄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전월 동기 대비 1.8%포인트 하락한 70.3%로,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았다. 미래의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설비 투자도 기계류 투자가 줄면서 전달보다 7.8% 감소했다. 5개월 만의 마이너스 전환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생산 지표의 부진은 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걸 주저한다는 의미”라며 “이 와중에 수출마저 꺾이면 경제 전반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세돈 교수는 “대북 이슈에 집중해 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걸 방기해선 안 된다”며 “주력산업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수출 기업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금융연구원은 이날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8%에서 3.1%로 0.3%포인트 올려 잡았다. 한국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전망치(3%)보다 높다. 상향 조정의 핵심 배경은 수출 증가와 민간 소비 회복이다. 그러나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는 증가세가 크게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용 전망도 어둡다. 올해 취업자 수 증가 규모는 지난해보다 5만 명 감소한 27만 명, 실업률은 0.2%포인트 오른 3.9%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지만 불확실성은 1년 전보다 커졌다”라며 “미국 금리 인상과 가계부채, 미·중 통상갈등, 남북관계 개선에 따른 북핵 위험 완화 등이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새누리 기자,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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