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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벤처펀드, 공모형에 공모주 10% 더 몰아준다

중앙일보 2018.05.02 00:02 경제 3면 지면보기
출범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코스닥 벤처펀드가 수술대에 올랐다. 공모펀드에 불리하고 사모펀드에 유리한 구조를 금융 당국이 손질한다. 공모펀드에 공모주 물량을 최대 10%까지 추가로 배정한다. 사모펀드 설정 후 1년 안에 청산한 자산운용사는 불성실 기관투자가로 지정된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코스닥 벤처펀드 균형 성장 방안’이다.
 

평균 수익률 33%로 인기 높은데
고액 투자 위주 사모형에만 유리
돈 쏠림 심해지자 한 달 만에 보완
일반인 공모주 투자 쉽게 규제 완화

코스닥 벤처펀드는 코스닥 시장 활성 목적으로 정부가 주도해 출시했다. 공모주 가운데 30%를 이 펀드에 배정하기로 했고, 최대 300만원 소득공제 혜택도 얹었다. 코스닥 벤처펀드는 지난달 5일 출시 이후 20여 일만에 2조원 가까운 자금을 끌어모으는 ‘돌풍’을 일으켰다. 동시에 논란의 대상이 됐다. 지나친 사모펀드 쏠림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5~26일 코스닥 벤처펀드에 유입된 1조9469억원 가운데 사모펀드가 1조4233억원으로 73.1%를 차지했다. 공모펀드 판매액은 5236억원에 불과하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사모펀드는 일반적으로 최소 가입 금액이 1억원 이상이다. 일반 투자자가 넘기엔 높은 문턱이다. 수억, 수십억원을 한 번에 움직일 수 있는 자산가나 법인이 주로 이용한다. 코스닥 벤처펀드가 ‘그들만의 잔치’가 될 수 있는 이유다.  
 
공모주는 증시 상장(IPO·기업공개)을 앞둔 기업의 주식을 말한다. 금융감독원 집계를 보면 지난해 코스닥 공모주의 평균 수익률은 상장일 기준 33%에 이른다. 공모주 수익, 세제 혜택만 얻고 코스닥 시장을 떠나는 ‘체리 피커(cherry picker)형’ 사모펀드를 양산한다는 비판도 일었다.
 
정부도 이 부분을 인정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코스닥 벤처펀드 간담회’에서 “사모펀드 위주의 경향이 지속할 경우 국민에게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혁신·벤처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한다는 코스닥 벤처펀드의 도입 취지가 퇴색할 가능성이 있다”며 “공모펀드가 상장 주식에 보다 원활히 투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코스닥 벤처펀드별 공모주 배정 방식이 바뀐다. 지금은 A기업이 100억원을 공모한다면 5개 펀드가 100억원씩 5대 1 경쟁률로 청약하는 식이다. 공모펀드보다 덩치(순자산 규모)는 작으면서 개수는 많은 사모펀드가 수익률과 경쟁률에서 유리했다. 앞으로는 공모·사모 상관없이 코스닥 벤처펀드별 순자산 규모에 따라 공모주 배정 비율이 정해진다. 공모펀드에 최대 10% 공모주 물량이 추가로 배정된다.
 
사모형 코스닥 벤처펀드 설정 후 1년이 지나기도 전에 청산한 자산운용사는 불성실 기관투자가로 지정된다. 환매도 1년 6개월(미정) 이내에는 금지된다. 사모펀드의 장기 투자를 유도하는 장치다.
 
‘적격기관투자가(QIB) 시장’에 등록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채권(BW)이라면 신용등급 평가가 없더라도 공모펀드에서 투자할 수 있다. 공모펀드 추가 출시에 필요한 시간이 줄도록 현행 15일인 증권신고서 효력 발생 기간이 7일로 단축된다.
 
하지만 공모펀드와 사모펀드 근본적 불균형을 바로 잡기엔 이번 대책이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공모펀드는 꾸준히 투자하는 일반인을 위한 펀드이고, 사모펀드는 위험을 감수할 돈 많은 사람을 위한 펀드”라며 “정부가 지원하고 육성해야 할 대상은 공모펀드”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공모펀드는 지나친 규제를 받다 보니 시장에서 외면받는다”며 “코스닥 벤처펀드뿐 아니라 공모·사모펀드 차별 문제를 폭넓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모펀드와 사모펀드
공모펀드는 누구나 투자할 수 있도록 공개적으로 모집(공모)하는 펀드를 말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분산투자 등 자산운용 규제, 외부 감사 등 엄격한 규제가 적용된다. 사모펀드는 소수(한국은 49인 이하)의 고액 투자자를 대상으로 해서 비공개로 자금을 모집(사모)하는 펀드다. 완화된 규제가 적용되거나 아예 규제가 없다.

 
조현숙·정진호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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