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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노하우 확보한 북, 이번엔 비핵화 쪽으로 방향 튼 듯”“남북 관계, 비핵화 속도 맞춰야 … 진짜 봄인지 더 볼 필요”

중앙일보 2018.05.01 00:02 종합 22면 지면보기
2018 남북정상회담 중앙일보 외교안보 전문기자들 관전기 
27일 판문점 도보다리를 산책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김 위원장이 국제무대에 정상국가의 지도자로 데뷔하는 효과를 낳았다. [김상선 기자]

27일 판문점 도보다리를 산책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김 위원장이 국제무대에 정상국가의 지도자로 데뷔하는 효과를 낳았다. [김상선 기자]

진행 김수정 정치국제담당

진행 김수정 정치국제담당

지난달 27일 열린 2018 남북 정상회담에선 극적인 장면이 많이 나왔다.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길잡이’ 회담이었던 만큼 이만하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 혹은 기대에 못미쳤다로 평가도 엇갈린다. 합의 내용을 어떻게 실현하느냐에 북·미 정상회담과 그 이후의 성과도 달라지게 된다. 30일 중앙일보의 외교안보 전문기자들이 모여 ‘4·27’ 그 날의 장면과 성과, 과제를 짚어봤다. 배명복 대기자,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유상철 중국전문기자, 오영환·남정호 논설위원,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가 자리를 함께 했고, 진행은 김수정 정치국제담당 부국장이 맡았다.
 
배명복 대기자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인게 다행
그가 몰아붙였기에 이 상황 굴러가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도보다리 밀담, 강력한 첫 인상
국제무대 김정은 화려하게 데뷔

유상철 중국전문기자
중국, 남·북·미 3자 표현 매우 예민
주한미군 문제도 민감하게 볼 것
 
배명복 칼럼니스트·대기자 전 파리 특파원

배명복 칼럼니스트·대기자 전 파리 특파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보가 파격이었다.
배명복=도보다리에서 공개된 밀담에서 김정은은 대화 상대로서의 진지함을 보여줬다. 도보다리 밀담은 사전에 기획·연출된 것 같다. 전세계로 생중계되면서 북한이 정상국가로 등장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실속면에서도 상당히 깊이 있는 얘기가 오갔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필요한 얘기를 했고, 김정은도 문 대통령의 얘기를 듣고 자기 생각을 밝혔을 것이다. 향후 북·미 대화의 진전과 주변국과의 관계, 남북 관계를 풀어가는데 44분 도보다리 미팅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남북 지도자가 나란히 서서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는 모습, (김정은의 부인인) 이설주의 만찬장 등장은 김정은이 ‘철부지’, ‘미치광이’가 아니라 대화상대로서 충분히 역할할 수 있는 정상국가 지도자라는 모습을 각인시켰다.

유상철=의장대 사열과 신뢰 구축을 위한 산책 등 정상국가 간에 나올 수 있는 모습이 나왔다. 김정은의 입장에선 굉장히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설주 효과’도 있었다. 최근 북·중 정상회담 때 중국 현지에서 이설주의 등장에 관심이 쏠렸고 호의적인 평가가 아주 많았다. 이전 김정은의 이미지 불식에 큰 도움이 됐다.

문재인·김정은·트럼프 케미스트리 맞아

이영종
=남북 정상회담은 종합예술의 측면이 있고, 이벤트로서는 200점, 300점 줄 수 있다. 서훈 국정원장 등 눈물을 흘린 사람이 많았다. 감성적 접근이 많았다는 얘기다. 합의 내용은 별론으로, 그런 면에선 충분한 효과를 거뒀다. 앞선 두 차례(2000·2007년) 정상회담처럼 북한 지역에서 회담이 열렸다면 이런 결과를 얻기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 주도로 준비했기에 가능했다. 판문점이라는 열린 공간에 라이브로 그들을 끌어내고, 김정은을 포함한 북한 지도부에 열린 세상을 보여준 것은 상당히 평가한다.

오영환=북한은 김정은의 일거수 일투족이 전 세계에 생중계 된다는 것을 고려했을 것이다. 김정은은 자신이 협상 가능한 정상적인 지도자라는 점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려고 노력했다. 대내적으로 통치 기반을 공고히하고 노선 전환을 하는데도 도움이 됐다고 본다. 남북한 지도자가 긴밀한 유대감을 보여준 것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을 없애나가는 측면도 있다. 다만, 회담 형식을 보면 우리는 비서실장과 국정원장, 북측은 통전부장과 김여정이 배석했다. 확대 회담은 열리지 않았거나 공개되지 않았다. 통일장관, 국방장관처럼 정책을 집행하는 장관이 함께 했더라면 남북 관계 정상화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남북 정상간 도보다리 대화도 향후 기록으로 남겨두었으면 한다.

김민석=도보다리 밀담이 우발적으로 이뤄진 것처럼 보이는 것조차 기획했을 것이다. 도보다리가 파란색으로 돼있는데 평화의 상징이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앉은 배경인 소나무숲은 북측 배경, 앉아 있는 자리는 남쪽이다. 남과 북의 흑과 백의 평화를 동시에 보여주는 기획된 장면이다. 중간에 문 대통령이 손짓하며 설명하고, 김정은은 우리(카메라)쪽을 바라보며 안경을 만지며 웃기도 했다. 세계에 신중한 대화 상대라는 강력한 첫인상을 심어준 거다. 김정은은 지난해 미국을 공격한다고 했고, 실제 여러 발을 시험발사했다. 그런것 조차 사람들이 다 잊어버릴 정도로 김 위원장을 화려하게 (국제사회에) 초대했다.

남정호=이번에 북한의 매력공세에서 이설주 이상으로 큰 몫을 한 것이 김정은 본인이다. 처음에 판문점에서 경호원에 둘러싸여 나타나는 장면에서 ‘진짜로 은둔의 지도자가 나타나는구나’하는 생각에 일산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이 탄성을 냈다. 인상적인 것은 정상회담 모두 발언을 원고를 안 읽고 아주 논리적으로 얘기했다는 점이다. 포악 무도한 독재자가 아닌, 상당히 능력있는 지도자일 수 있다는 인상을 줬다. 성공한 매력공세였다.
  
도보다리 밀담도 기록으로 남겨야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전 국방부 대변인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전 국방부 대변인

북한이 주도적, 주동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왜 그럴까.
유상철=4·20 발표로 그동안 핵·경제 병진노선에서 경제로 노선을 수정한 것처럼 얘기했다. 그러나 핵을 포기하고 경제로 가겠다는 것으론 해석되지 않는다. 지난해 핵이 먼저 완성됐고 이제는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의미로 본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여러 문제가 많아 제재를 풀기 위한 취지에서 나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가장 얘기하기 편한 대상이 한국이다. 2000년 이후 북한도 남북과 북·미 대화가 같이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김민석=북한 입장에선 자신감과 어려움이 동시에 있다. 핵·미사일 개발을 지난해 80~90% 완성한 상태에서 핵무력 완성을 선포했고, 핵·경제 병진 노선을 하려다보니 경제가 어려워졌다. 핵무력 완성을 조급하게 발표한 바람에 국제사회 제재가 강력히 들어갔고, 중국의 북·중 국경무역 차단으로 북한 내부 장마당(시장)을 견인해주는 블랙마켓(암시장)조차 와해될 상황이다. 1년 내 심각한 위기가 올 수 있다는 보고를 받았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문 대통령이 평창 겨울올림픽을 통해 대화를 제의하니 김정은이 그 손을 잡고 나온 것이다.

오영환=출발점은 지난해 11월 29일 북한의 핵무력 완성 선언이다. 북한은 지금 핵 보유국 입장에서 안보와 체제 보장의 새 판을 짜겠다는 것이다. 반세기에 걸친 북한 핵 문제의 총결산이기도 하다. 기본적 방식은 선남후미(先南後美)였는데 먼저 중국 요인 해소를 위해 방중부터 했다. 북한의 방향 전환에는 2006년 이래 10차례 진행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가 한몫했다고 본다. 특히 최근 네 차례 결의는 엄중하고 여기에 트럼프의 최대한 압박 정책이 겹쳐졌다. 중국의 동참도 북한에 뼈아픈 대목이다. 파이가 커진 시장이 축소되면서 ‘70일 전투’, ‘200일 전투’ 등 노력동원 캠페인이 한계에 직면했다. 군사적 측면에선 트럼프의 불확실성, 다시 말해 전쟁의 공포가 있었다고 본다. 전쟁 공포는 남북이 연결되는 계기도 만들었다.

배명복=김정은은 어렵게 핵무력을 완성했고, 헌법에 명시했다. 젊은 지도자로서 정통성의 근거로까지 핵무기를 만들고 있는 상태에서 이것을 포기한다는 것이 김정은 혼자 마음 먹는다고 될 수 있을까. 북한 내부, 특히 군부 중심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북한에는 이미 핵 개발에 대한 지금까지의 경험과 노하우가 쌓여있다. 이번에 미국이 원하는대로 비핵화 하더라도 나중에 얼마든지 다시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핵심 과학자가 200~300명이고,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기술 인력은 8000~1만5000명이라 한다. 핵 개발에 손을 떼더라도 딴마음 먹지 않고,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지식 통제(knowledge control)’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예전에 우크라이나 등 구소련 국가(CIS) 국가들을 비핵화할 때도 그 사람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심각한 문제였다. 그에 대한 대책을 미국을 중심으로 세운 적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엔 비핵화의 진정성은 80~90%는 되지 않나 싶다.

북, 보상 확실할 때까지 모호한 전략 펼 듯

이영종=북한에서 평양시(時)를 바꾸는 것은 엄청난 상징성을 갖고 있다. 표준시 변경으로 감당하기 힘든 혼란도 있을 수도 있는데 이번에 바꾸겠다고 한 것을 보면 분명히 김일성·김정일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당장 자기가 갖고 있는 중요한 것을 버리기보다는 바둑으로 보면 사석부터 버리는 단계로 볼 수 있다. 김정은이 트럼프와 대좌를 앞두고 여러차례 만나겠다는 것 자체가 트럼프식의 한 번 담판이 아니라 여러차례 대화를 통해 점진적으로 핵카드를 내려놓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맞추지 않으면 권력 유지가 어렵겠다 여긴 것 같다. 김정은이 핵·경제 병진노선을 겉으로는 수정전환이라고 했지만 (핵을) 포기하는 과정으로 보기에 큰 무리가 없다.

남정호=과거에도 북한이 6자회담을 통해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부수고 경수로를 받았을 때는 상당히 핵을 포기할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부시 정부가 들어오고 공화당으로 바뀌면서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서로가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 과거 6자회담 결과를 북한이 일방적으로 깬 것처럼 대부분 얘기하는데 그렇지 않은 측면도 있다. 서로 더 신중해야 한다.

배명복=지금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인 것이 정말 다행이다. 트럼프란 존재가 있기에 이 상황이 시작됐고, 트럼프에 공을 돌리는 것이 맞다. 트럼프가 이 문제에 천착해 강력하게 밀어붙이지 않았으면 김정은의 태도 변화는 없었을 것이다. 김정은·문재인·트럼프 셋 사이에 형성된 케미스트리, 희한하게도 세 사람의 공조가 주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북·미 회담을 받아들인 것을 보고 생각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못된 판단, 무모한 협상이라고 했다. 소위 전문가 집단 뿐아니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내부에서조차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것을 무시하고 몰아붙이는 트럼프가 있었기에 이 상황이 굴러가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중간선거에서 이겨야하고, 2020년 재선을 해야하고, 정치적으로 처한 곤경에서도 벗어나야 하는 개인적 필요로 북핵 카드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오영환=북핵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3대에 걸친 마라톤의 결정체로서 완성된 것이다. 핵무력 완성 후 정말 핵을 버릴 수 있을 것인지 3세대 지도자로서 굉장히 중압감을 갖고 있을 것이다. 북한은 지금 비핵화 의지에 대해 애매모호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북한이 핵을 보유했는지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NCND) 정책을 취해온 것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북·미 정상간 담판에서 진실의 순간을 맞을 것이다. 북한은 비핵화와 반대급부에 대한 완벽한 청사진이 나올 때까지 모호한 전략을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김정은 스스로도 완전한 비핵화를 할 수 있을 지 아니면 중도에 그만둘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은 사실 불안할 것이다. 중동이 수십년 이래 저렇게 조용한 적이 없다. 현재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에 집중할 여력이 생긴 것이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서는 무역 전쟁을 통해 중국이 대북 경제제재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잡고 있다. 러시아도 트럼프가 대선 초기에 푸틴을 많이 도와줬기에 완전히 배신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모든 에너지를 북한에 쏟을 여건이 조성돼있다. 너무 섣부르게 제재를 풀거나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면 김정은이 자기 숨을 곳을 찾을 수 있다. 냉정해야 한다.

중국처럼 경제 개방하고 권위주의 유지 가능
 
유상철 논설위원·중국전문기자 전 베이징 특파원

유상철 논설위원·중국전문기자 전 베이징 특파원

북한이 핵 없는 상태, 개혁·개방 상태에서 정권을 유지할 수 있느냐에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유상철=핵을 갖고 있어야지만 정권 유지할 수 있다는 시각은 잘못됐다. 중국은 핵이 있지만 권위주의적 정치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는 개방해 나름대로 부국강병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것을 중국은 ‘등체모용(鄧體毛用)’의 길이라 한다. 등소평(鄧小平)의 ‘등(鄧)’, 모택통(毛澤東)의 ‘모(毛)’다. 경제는 개혁개방의 시장경제를 충분히 포용하되 정치는 권위주의적 마오 시대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시진핑(習近平) 시대에 상당히 구현되고 있다. 중국의 모델을 많은 개발 도상국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다고 시진핑 주석이 19차 당대회서도 얘기했다. 북한도 지금 핵을 갖고는 있지만 중국처럼 경제를 개방하고 정치도 권위주의적으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남정호=북한은 리비아처럼 핵이 없어지면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들이 내정 간섭을 하고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 리비아에서 카다피가 핵을 포기하고 나서 처음엔 서방이 굉장히 칭송을 하다 반군을 영국 등이 지원했다. 우려되는 것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리비아식 모델을 강조하는 점이다.

이영종=북한이 핵을 포기할지는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 김정은은 핵을 끝까지 쥐고 가겠다기보다 여러가지 대응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겉으로는 공세적·주동적 조치를 취한다고는 했지만 집권 이후부터 상당히 수세적 국면이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인민을 위해 잘해보려했는데 부족함과 자책 뿐이다”고 했다. 이번에도 “핵을 가지고 왜 어렵게 살겠느냐”고 했다. 가장 진솔하고 핵심적인 발언은 3월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특사로 갔을 때 “진지한 대화 상대로 인정받고 싶다”고 한 말이다. 체제보장이 있다면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의 본질적 변화 시험대는 북·미 회담, ‘트럼프’와의 만남이다.

배명복=김정은이 북한의 세습 왕조 체제가 ‘나로서 마지막’이라고 판단한다면 중국 모델을 따라가야 한다. 김정은은 군을 약화시키고 당을 강화하고 있다. 자신은 중국의 시진핑처럼 당의 1인자가 되고, 당이 나라를 끌고 가면 된다. 자신이 죽고 난 후에는 김씨 세습이 아니라 노동당 중심 체제로 가는것이다. 그런 판단을 했다면 개혁·개방으로 외부 문물이 유입이 되더라도 중국처럼 통치체제를 끌고갈 수 있다.
 
오영환 군사안보연구소 부소장 논설위원·전 도쿄 특파원

오영환 군사안보연구소 부소장 논설위원·전 도쿄 특파원

오영환 논설위원
클린턴 땐 임기 말이라 결실 못 맺어
지금은 한·미 임기 초 … 시간과 싸움

남정호 논설위원
모두 발언 원고 안보고 논리적 얘기
김정은, 이설주 만큼 매력공세 성공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트럼프식 한 번의 담판이 아니라
여러차례 대화로 핵 내려놓을 듯 
 
남정호 논설위원 전 뉴욕 특파원

남정호 논설위원 전 뉴욕 특파원

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국 문제도 있다. 중국은 특히 ‘3자(남·북·미) 혹은 4자(남·북·미·중)’ 언급에 예민한데.
유상철=중국은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서 남·북·미 3자라 얘기하는데 굉장히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 예민하게 지켜보는 것이 주한미군 문제다. 남북통일이 됐을 때 중국 사람들은 일단 한국인의 선택을 존중하겠다고 하지만 내면으론 주한미군을 반대한다. 우리와 수교할 때만 해도 주한미군 존재를 거론 안하겠다고 했는데 중국이 부상하면서 입장이 변했다. 북핵 문제를 잘 해결하고 한반도를 평화통일하려면 중국의 도움 받아야 하는데 지금 남·북·미 3자 얘기를 하며 중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3자 혹은 4자 부분은 북한의 의사가 상당부분 반영된 것 같다. 중국 사람들 얘기는 북한이 미국이 아니라 중국을 상대로 싸움을 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이 대화에 나오게 된 것도 중국이 계속 도와줬으면 버틸 수 있었는데 중국이 (교역을) 막았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배신감이 하늘을 찌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이 ‘미국 카드’를 꺼내 중국에 자극을 줘서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오영환=2007년 10.4 선언에 있는 ‘3자 또는 4자’를 그대로 가져온 측면이 있다. 이번에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으로 명시했는데, 3자가 할 경우 완전 무결한 종전선언이 될지 짚어봐야 한다. 법적 논란과 더불어 중국의 반발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 북한은 중국에 대해 외교적 협상 레버리지로 쓰려한 것 같다.

남정호=국제법의 해석·적용도 상당히 유연해서 중국을 빼놓고도 할 수 있다. 6·25 전쟁 당시 중국은 의용군이고 국가 자격으로 참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김민석=‘남·북·미’는 철저히 수요자 위주로 꼭 필요한 국가만 포함시킨 것이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구분해야 한다. 종전선언에서는 당사국이라 하더라도 평화협정은 다같이 할 필요 없다. 평화는 맺고 싶은 사람끼리 맺는 것이다.

오영환=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에 속도가 붙을 경우 일·러의 협조도 필요하다고 본다. 문 대통령이 서훈 국정원장을 일본에 다시 보내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푸틴 대통령과 통화해 러시아의 협조를 요청한 것은 평가하고 싶다. 다만 ‘재팬 패싱’이라는 말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 김정은이 회담으로 나온 것은 트럼프와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의 강한 결속, 압박의 산물이라는 측면도 있다. 북·미 회담이 잘 끝나면 결국 북·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북한은 향후 비핵화 문제가 진전될 경우 일본의 경제 협력을 기대할 수도 있다.

국민 여론·보수 야당 보듬으며 가야  

유상철
=북한이 대화로 나온 것에 대해 트럼프를 많이 띄워줬는데 중국에 대해서도 성의를 보였어야 한다. 냉정하게 따져 미·일이 아무리 압박해도 중국이 나서지 않으면 북한이 대화로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은 미국이 무역으로 압박했고, 북핵 고도화에 따른 주변국 핵 부담도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북한이 중국의 영향력 안에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대북 제재에 동참했다. 그래서 북한의 장마당 등이 붕괴한 것이다. 그런데 중국을 빼는 얘기를 하면 대국 지위를 인정받고 싶어하는 중국으로선 서운할 수밖에 없다.
 
합의에 따른 이산가족 상봉, 가을 평양 답방 등 여러 일정이 이어진다.
유상철=비핵화 속도에 맞춰서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좋겠다. 실제적으로 남북이 한겨울에 눈보라 치다가 잠시 해가 비추고 있는데 이게 진짜 봄인지 아닌지는 조금 더 봐야한다. 국민들에게 너무 기대를 과도하게 부여하는 것도 문제다. ‘임중도원(任重道遠)’ 이라고 임무는 막중한데 갈 길이 멀다. 너무 흥분하고 들뜨면 안되고, 우리 스스로도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현실을 봐야 한다.

배명복=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살얼음판일수록 빨리 걸어야 한다는데 위험한 발상이다. 이번 판문점 선언문을 보면 지나치게 민족 단결이라든가 자주 민족, 자주 결정, 민족의 자결권 등을 앞세우고 강조한 느낌이 든다. 특히 요즘 젊은 세대들은 북한의 비정상성에 대한 냉소나 반감이 굉장히 강한데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니 국제사회에 공연한 반감과 경계심을 일으키는 측면이 있다. 국내 세대 간 갈등이라든가 남남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국론을 모아 가야 하는데 너무 문재인 정부의 사람들과 그들의 지향점 위주로 남북관계를 끌고가는 것은 위험하다. 여론을 다독이고 소위 보수야당과도 잘 얘기하며 진행해야 한다.
 
이영종 통일문화연구소장 통일북한전문기자

이영종 통일문화연구소장 통일북한전문기자

북한의 인권 문제나 연평도 포격 같은 과거사 문제가 해결 안됐는데 축제 분위기로 흘러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영종=‘판문점’이라는 극장에서 12시간 벌어진 이벤트를 보며 절망한 사람들도 있었다. 아베 총리가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얘기해달라고 부탁하자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이를 꺼냈다는데, 정작 억류된 우리 국민 6명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못했다. 우리 국민은 지난해 1년 간 우리가 북한보다 (경제규모로) 40배나 우월한데 ‘리틀 로켓맨(김정은)’에 대응도 못한다는 점에서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다. 향후 회담에선 국민들의 그런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요소가 나와야 한다.

지금은 주한미군 논의할 단계 아니다

남정호=북한에 철도를 놓겠다는 것은 유엔 제재와 관련된다. 이건 문제가 있다. 지금까지 경제적 압박 봉쇄를 해왔는데 실행이 된다면 명백하게 제재 위반이다.

김민석=종전선언을 하면 미국의 중요한 군사옵션이 사라진다. 북한을 압박하는 큰 제재 수단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남북 교류와 철도 건설, 연락사무소 개성공단 설치, 군사회담 등 여러가지를 동시에 할텐데 이해관계가 굉장히 복잡하다. 막연하게 기대심리도 많다. 이러다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비핵화는 뒤로 갈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해야 한다고 남북 화해와 교류를 차단한다면 그 비난이 트럼프에게 쏠릴 수도 있다.

배명복=비핵화가 된다면 한·미동맹에 대한 재검토, 조정 내지 재구성은 불가피하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현재와 똑같이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을 유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그러나 지금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 지금은 비핵화까지 가야 하고, 그에 따라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본문이든 의정서든 거기에 다 담기게 돼있다. 미리 앞장서 나서도 안되고 잊고 있어서도 안된다.
 
종전선언을 올해 안에 한다고 했다.
배명복=가장 중요한것은 속도다.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인가는 다른 얘기다. 악마가 디테일 속에 있다고 하지만 실제 구체화해서 협상하고 이행단계까지 가려면 얘기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그 짧은 시간 북·미 사이에 신뢰가 형성돼 장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상당히 의문이다.

유상철=그럼에도 불구하고 속도는 내야 한다. 속도를 냄으로써 상대의 진정성을 알아보는 계기가 생길 것이다.

오영환=향후 비핵화 문제의 쟁점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2000년 빌 클린턴 행정부 때 북미 관계가 진전됐지만 임기 말이라 결실을 맺지 못했다. 2007년 아들 부시 행정부에서도 10.3 불능화 조치가 나왔지만 임기말이라 동력이 떨어졌다. 북한은 관계국의 제한된 임기를 활용해 핵 개발을 몰래한 측면이 있다. 지금은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정부 모두 초기다. 비핵화의 시한을 설정하는 것이 긴요하다. 여기에 맞춰 종전과 평화체제 구축의 틀을 잘 짤 필요가 있다.

이영종=정상회담 환송만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 마술사를 불렀다. 5만원권 지폐를 100달러로 순식간에 둔갑시켜 문재인 대통령과 좌중을 놀라게 했다. 북미 협상은 결코 매직쇼가 아니란 걸 김정은이 잊지 말았으면 한다.
 
정리=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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