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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1조 자사주 소각에 엘리엇 “기대 크게 못미쳐”

중앙일보 2018.04.30 19:20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현대자동차의 1조원 규모 자사주 소각을 두고 “기대에 못 미친다”고 밝혔다.



30일 엘리엇은 “현대차의 주주로서 경영진이 발표한 자사주 일부 소각과 추가 주식 매입 후 소각 계획이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이는 긍정적인 발전이기는 하지만 주주들이 경영진에 기대하는 바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내용의 입장 자료를 냈다.



현대차는 자사주 853만9567주를 소각하겠다고 지난 27일 발표했다. 전체 발행 주식의 2.99% 규모다. 장부상 금액으로는 9723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한다.



지난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 앞. [연합뉴스]

지난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 앞. [연합뉴스]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보유한 자사 주식을 없애는 걸 뜻한다. ‘소각’이라는 표현 그대로 주식을 태워 없애버리는 것과 같은 효과다. 자사주 소각을 하면 발행 주식 총량이 줄어들지만 기업 가치엔 변화가 없다. 기존 주주가 보유한 지분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를 낸다.



엘리엇은 주주 행동주의 투자 방식을 쓰는 미국계 헤지펀드다. 지난 4일 엘리엇은 현대차ㆍ현대모비스ㆍ기아차 주식 10억 달러(약 1조700억원)를 사들였다고 발표했다. 3주 후인 지난 23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합병 후 지주회사 분할 설립 ▶유보 현금 감축과 자사주 소각 ▶배당 지급 확대 ▶다국적 회사 경험 이사 3명 추가 선임 등 구체적 요구를 공개했다.



이후 나흘 만인 27일 현대차는 1조원 규모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의 자사주 소각은 2004년 이후 처음이다. 현대차 경영진은 엘리엇의 주장과 자사주 소각의 연관성에 대해 부인했지만, 시장은 14년만의 자사주 소각 배경으로 엘리엇의 공격을 지목했다.



그러나 엘리엇은 현대차의 1조원 자사주 소각에 대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엘리엇은 이날 배포한 입장 자료에서 “현대차는 보다 효율적인 지주회사 구조의 도입뿐만 아니라 자본관리 최적화, 주주 환원 개선, 그룹 전반에서 기업 경영 구조를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채택할 것을 재차 요청한다”고 밝혔다.



폴싱어 엘리엇 매니지먼트 회장. [중앙포토]

폴싱어 엘리엇 매니지먼트 회장. [중앙포토]

현대차ㆍ현대모비스 합병을 비롯한 기존 요구를 관철할 것임을 다시 알렸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합병에 대해 현대차 경영진은 물론 당국도 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6일 한 강연에서 “엘리엇의 요구는 부당하며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산하엔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같은 금융 계열사가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산업자본이라 할 수 있는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회사를 소유하지 못하도록(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일명 금산 분리) 규정하고 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해 지주회사화 하면 금산 분리 위반이라 게 당국과 현대차 해석이다.



이에 대해서도 엘리엇은 “해당 법률과 규정에 따라 2년의 유예 기간 내에 해결돼야 함을 명확하게 밝혔다”는 입장을 27일 내놨다. 2년 기간을 두고 금융 계열사를 정리한 후 지주회사로 설립하라는 주장이다.



한편 이날 현대차 주가는 전일 대비 2000원(1.27%) 오른 16만원으로 마감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이번 주식 소각을 통해 약 3%의 주당 순이익(EPS) 증가 효과를 기대한다”면서도 “다만 아쉬운 점은 시점과 방법론, 주주 환원 정책에 대한 시장 기대가 높았기 때문에 주식 소각 결정의 배경과 내용, 향후 전망 등 현대차그룹 전반적인 주주 환원 정책 방향성에 대한 설명이 동반됐다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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