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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 "1일부터 대북 확성기 철거"

중앙일보 2018.04.30 17:12
2004년 6월 16일 서부전선 무력부대 오두산 전망대에서 군인들이 대북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 당시 남북은 군사분계선 일대의 선전활동 중지와 선전수단 제거에 합의했다. [연합뉴스]

2004년 6월 16일 서부전선 무력부대 오두산 전망대에서 군인들이 대북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 당시 남북은 군사분계선 일대의 선전활동 중지와 선전수단 제거에 합의했다. [연합뉴스]

 
군 당국이 남북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을 철거한다.
국방부 최현수 대변인은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조치는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를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한다’고 한 판문점 선언을 준수하는 행동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국방부는 남북 정상회담 나흘 전인 지난 23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 북한도 이에 호응해 대남 확성기 방송을 멈췄다.
 
국군심리전단은 최전방 지역에서 40여 대의 고정식 확성기와 10여 대의 이동식 확성기를 통해 대북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고출력으로 송출하기 때문에 밤에는 20여 ㎞ 떨어진 곳에서도 들린다는 보고가 있다. 군 당국은 지난해 11월 북한군 병사의 공동경비구역(JSA) 귀순 사건 등 북한 관영 매체가 보도하지 않는 뉴스를 대북 확성기 방송을 통해 전달하는 방식으로 심리전을 펼쳐 왔다. 이때문에 북한의 '물리적 핵폭탄'에 대응하는 한국의 '심리전 핵폭탄'이라는 평가도 있다.
 
군 관계자는 “대북 확성기 철거 작업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군은 북한을 상대로 하는 전단 살포를 이미 중단한 상태”라며 “대북 전단은 현재 민간단체가 하고 있고 이는 군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남북은 정상회담에서 확성기 방송 시설 철거에 합의했지만, 실제 철거는 5월 예정된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이 열린 뒤 시작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전 남북 군사실무회담 수석대표인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 때 만들어진 판문점 선언을 보면 1일은 확성기 방송 등 적대 행위를 중지하는 시점이며, 시설 철거는 남북이 앞으로 논의할 일로 읽힌다”며 “선언의 2조 마지막 부분에 이런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5월 중 장성급 회담 등 남북 군사당국자 회담을 자주 열기로 돼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 철거는 한국의 일방적 조치다. 최 대변인은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한 초보적 단계로서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 먼저 시작했다”면서도 “철거에 나서는 데 대해 남북이 서로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한국이 확성기 방송을 먼저 중단했을 때 북한이 호응했던 것처럼 북한이 (자신들의 확성기 방송 시설 철거를) 이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센터장은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 철거는 성급한 행동”이라며 “남북 간 신뢰는 차근차근 쌓이는 것인데, 국방부는 판문점 선언 후 곧바로 북한을 100% 믿을 수 있는 대상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은 1963년 5월 1일 처음 시작된 뒤 남북 관계에 따라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2004년 6월 남북 합의로 대북 확성기 방송은 꺼졌지만 2016년 1월 북한의 제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이 다시 시작됐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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