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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현옥의 글로벌J카페] T모바일·스프린트 합병 ‘삼고초려’한 손정의 왜?

중앙일보 2018.04.30 11:36
미국 이동통신업계 3위, 4위 업체인 T모바일과 스프린트가 29일(현지시간) 합병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미국 이동통신업계 3위, 4위 업체인 T모바일과 스프린트가 29일(현지시간) 합병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삼고초려가 통했다.미국 이동통신업계 3ㆍ4위 업체인  T모바일과 스프린트의 인수ㆍ합병(M&A) 협상이 타결돼서다.  
 

가입자 1억2700만, 1460억 달러 규모
버라이즌, AT&T 이은 3위 업체로 우뚝
“5G 서비스 경쟁 위해 규모의 경제 추구”
합병 관건은 미 반독점규제 당국 승인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두 회사의 M&A 금액은 총 260억 달러 규모다. 규제 당국의 승인이 이뤄지면 계약자 수 1억2700만명, 기업 가치 1460억 달러(부채 포함)의 거대 통신사가 탄생한다. 
 
미국 이동통신 1ㆍ2위 업체인 버라이즌(가입자 1억5000만명)과 AT&T(가입자 1억4000만명)의 뒤를 바짝 쫓으며 3강 구도를 형성하게 된다. 
 
2013년 스프린트를 인수한 뒤 미국 통신 시장을 3강 체제로 재편하려 했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구상 대로다. T모바일과 합치려는 스프린트의 시도는 이번이 세 번째다. 
 
2014년 합병을 추진했지만 미국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무산됐다. 지난해 11월에는 합병 법인의 지분 문제로 협상이 결렬됐다. 하지만 스프린트 지분의 85%를 보유한 소프트뱅크가 경영권에서 한발 물러서며 협상이 성사됐다. 
 
그 결과 합병 기업의 경영권은 T모바일의 모기업인 도이체텔레콤이 갖는다. 합병이 이뤄지면 신규법인의 지분 42%를 도이체텔레콤이, 27%를 소프트뱅크가 보유하게 된다.  
 
두 회사가 한 지붕 아래로 들어가려는 것은 5G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몸집을 불려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겠다는 포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5G 서비스를 위한 네트워크 업그레이드에는 수십억 달러의 자금이 소요될 전망”이라며 “T모바일은 이번 협상이 마무리되면 앞으로 3년간 5G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데 400억 달러의 자금을 투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320억 달러의 부채를 안고 있는 스프린트 입장에서는 T모바일과 손을 잡는 것이 꼭 필요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에릭 고든 미시간대 로즈스쿨 교수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할인 전략을 통해 시장을 확대해 온 스프린트 입장에서는 T모바일 없이는 네트워크 확대와 같은 투자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존 레저 T모바일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트위터에 “T모바일과 스프린트의 합병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보다 크고 더 강력한 경쟁자가 돼 미국 내 소비자와 기업들에 긍정적 변화를 불러오는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손 회장의 삼고초려로 합병 협상은 성사됐지만 아직 낙관하기는 이르다. 미 규제 당국의 승인이라는 문턱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2014년 합병을 추진할 때도 규제 당국의 벽을 넘지 못해 무산됐다. 규제 당국은 통신회사가 3개로 줄어드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2011년 AT&T가 T모바일을 인수하려 할 때도 이를 저지했다.
 
분위기는 좋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뒤 기업 친화적인 환경이 조성되며 합병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규제 당국의 입장은 다르다. 
 
FT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AT&T와 타임워너의 합병을 반대하고 있다. 경쟁을 해치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FT는 “투자자와 거래 당사자는 트럼프 정부가 규제의 문턱을 낮출 것으로 기대했지만 올해와 지난해 여러 거래가 규제 당국에 의해서 막히면서 이러한 전망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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