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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생기는 ‘지연성 뇌 손상’MRI로 발생 가능성 예측

중앙일보 2018.04.30 10:15 주말섹션 4면 지면보기
병원리포트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전상범 교수팀'
 

급성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
소실된 뇌 신경 하얗게 변색
특정 부위 패턴 분석해 판별

국내 의료진이 일산화탄소 중독 후 뒤늦게 찾아오는 ‘지연성 뇌 손상’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다.
 
지연성 뇌 손상은 일산화탄소에 노출된 후 몇 주에 걸쳐 신경학적 변화가 서서히 진행되는 것을 말한다. 일산화탄소 중독 응급처치 후 멀쩡하게 퇴원했다가 뒤늦게 뇌 손상이 발생해 의식이 흐려지거나 대소변을 조절하지 못하게 된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전상범, 응급의학과 김원영·손창환 교수 연구팀은 2011년 4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응급처치를 받고 신경학적 이상 없이 퇴원한 환자 387명을 대상으로 뇌 자기공명영상촬영(MRI)에서 뇌 신경 소실 여부를 분석했다. 급성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의 뇌 신경이 소실되면 뇌 MRI상 해당 부위가 하얗게 변해 구별할 수 있다. 분석 결과 뇌 MRI 검사상 특정 부위의 뇌 신경이 소실되는 급성 이상 패턴을 보인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지연성 뇌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8배 이상 높았다. 뇌 MRI에서 급성 이상 패턴을 보인 그룹에서 지연성 뇌 손상이 발병한 비율은 73.1%인 반면 급성 이상 패턴이 없었던 그룹에서는 8.8%에 불과했다.
 
연구팀은 뇌신경이 소실되는 급성 이상 패턴 양상을 ▶대뇌 깊숙한 곳에 대칭적으로 발생하는 창백핵 병변 ▶뇌의 회질 또는 백질에 좌우 대칭적으로 발생하는 미만성 병변 ▶다양한 부위에 비대칭적으로 발생하는 국소 병변으로 구분했다.
 
급성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가 응급처치 후 특별한 신경학적 증상이 없더라도 MRI에서 급성 이상 패턴이 확인되면 적극적으로 지연성 뇌 손상 예방 치료인 고압산소 치료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결과다. 급성기 뇌 MRI 이상 패턴 분석의 지연성 뇌 손상 민감도(질병이 있는 사람을 걸러내는 정확도)는 75%, 특이도(질병이 없는 사람을 없다고 판별하는 정확도)는 90%로 지연성 뇌 손상의 예측 가능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다.
 
가스 누출이나 화재 등의 사고로 일산화탄소에 노출됐을 때 신속하게 응급처치를 받으면 큰 문제 없이 일상으로 복귀한다. 하지만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치료받은 후 회복한 환자의 20~40%는 지연성 뇌 손상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상범 교수는 “앞으로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를 치료할 때 단순히 응급처치에서 끝내지 않고 지연성 뇌 손상 발병을 체계적으로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연성 뇌 손상은 ‘챔버’라는 특수 의료장비를 이용한 고압산소 치료를 받으면 예방할 수 있다. 혈중 산소 농도를 의도적으로 높여 일산화탄소를 해독한다. 손창환 교수는 “고압산소 치료는 일산화탄소 중독이 심각할 때만 받는다”며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 치료를 위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자마 뉴롤로지(JAMA Neur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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