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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신분증' 있어야 진짜 귀농·귀촌인, 혜택도 듬뿍

중앙일보 2018.04.29 15:00 경제 8면 지면보기
[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19) 
경북 봉화군 비나리마을의 4050 귀농인들이 농사일을 하던 중 활짝 웃고 있다. 70세 넘어서도 일할 곳을 찾아 퇴직 전 귀농해 품앗이로 서로의 농사를 돕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경북 봉화군 비나리마을의 4050 귀농인들이 농사일을 하던 중 활짝 웃고 있다. 70세 넘어서도 일할 곳을 찾아 퇴직 전 귀농해 품앗이로 서로의 농사를 돕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이제 귀농·귀촌은 사자성어나 다름없는 관용어로 매우 익숙해졌다. 그러나 귀농과 귀촌의 차이는 매우 크다. 귀농은 시골로 가 농사를 전업으로 삼는 것이고, 귀촌은 농사가 아닌 다른 일을 하며 사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지방에서는 귀농하건 귀촌하건 상관없이 지역살이를 하려는 사람을 반긴다. 그러므로 귀농·귀촌하더라도 반드시 농업에 종사할 필요는 없다.
 
어느 논문에서는 귀농·귀촌을 U턴, J턴, I턴 3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U턴은 어릴 적 시골 고향에서 살다 성인이 되어 도시 지역으로 나가 직장 잡고 산 뒤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경우를 말한다. J턴 역시 어릴 적 시골에서 살다가 성인이 되어 도시 생활을 하고 다시 시골로 내려오는데, 고향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가는 경우다. J자와 U자 모양을 비교하면 알 수 있다. I턴은 글자 모양처럼 도시에서 바로 시골, 즉 농촌으로 직행하는 경우를 이야기한다.
 
최근 몇 년간 귀농·귀촌이 많이 늘었다. 통계에 따르면 귀농·귀촌 가구 수는 2014년 31만115명, 2015년 32만 9368명, 2016년 33만 5383명으로 늘고 있다. 해마다 1만명 정도가 느는 추세다.


귀농보다 귀촌이 압도적으로 많아
여성 귀농 4인방의 가을걷이. 젊은 세대, 30대 귀농귀촌이 늘고 있다. 전체 15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중앙포토]

여성 귀농 4인방의 가을걷이. 젊은 세대, 30대 귀농귀촌이 늘고 있다. 전체 15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중앙포토]

 
주목할 것은 젊은 세대, 30대의 귀농·귀촌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적으로 15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귀농·귀촌이 반드시 은퇴자가 노후를 보내기 위해 가는 것만은 아니라는 의미다. 농어촌이 삶터이자 일터로 주목받고 있다. 물론 귀농보다는 귀촌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고, 50대 이상이 다수를 차지한다.
 
귀농이든 귀촌이든, 어떠한 방법으로 리턴을 하든 간에 권장하고 싶은 것은 농업인으로 등록하는 것이다. 농업인 등록을 마쳐야  법적으로 귀농·귀촌인으로 인정받는다. 농업인이 되지 않으면 단순히 이사해 전입하는 것이 된다. 직장을 지방으로 옮기거나 새로운 사업 거리를 찾아가는 경우가 해당한다. 농업인으로 등록하면 귀농·귀촌인으로서 여러 가지 혜택이 주어지고, 새로운 사업이 주어질 기회를 얻는다.
 
농업인이란 1000㎡(302.5평) 이상의 농지에서 농작물 또는 다년생 식물을 경작 또는 재배하거나 연 90일 이상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그리고 농지에 333㎡(100평)의 고정식 온실이나 비닐하우스 같은 농림수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농업 생산에 필요한 시설을 설치해 농작물 또는 다년생 식물을 경작하거나 재배하는 사람을 말한다.
 
축산의 경우에 대가축 2두, 중가축 10두, 소가축 100두, 가금 1000수, 꿀벌 10군 이상을 사육하거나 1년 중 120일 이상 축산업 종사하는 사람을 농업인이라 한다. 또 농업경영을 통한 농산물 판매액이 연 120만원 이상인 사람도 농업인에 해당한다.
 
농지도 농촌에 있는 아무 땅이나 농지라 하지 않고 전, 답, 과수원 등 지목을 불문하고 실제로 3년 이상 이용되는 토지를 의미한다. 이런 농지도 농민이 실제로 소유하고 농사를 짓도록 하기 위해 농지취득자격증명제도라는 것을 만들어 비농업인의 투기를 방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귀농·귀촌인은 농지를 취득할 때 신청서와 농업경영계획서를 작성해 해당 읍면에 제출해 농지취득자격증명원을 받아야 한다.


농업인 되면 면세유 같은 세제 혜택
농지를 사거나 임차한 이후에는 농업인을 증명하는 농지원부를 발급받는다. 농지원부는 '농부 신분증'과 같다. 농부 신분증이 있으면 면세유와 같은 다양한 혜택을 볼 수 있다. [사진 한국농어촌공사]

농지를 사거나 임차한 이후에는 농업인을 증명하는 농지원부를 발급받는다. 농지원부는 '농부 신분증'과 같다. 농부 신분증이 있으면 면세유와 같은 다양한 혜택을 볼 수 있다. [사진 한국농어촌공사]

 
농지를 사거나 임차한 이후에는 농업인을 증명하는 농지원부를 발급받는다. 농지원부는 '농부 신분증'과 같다. 농지원부가 있어야 면세유 같은 정부 지원 혜택이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농업인 주택은 농업 비중이 50% 이상인 전업농가가 생활하는 공간이다. 대지 평수 660㎡(200평) 이하, 건물면적 150㎡(45평) 이하인 경우 세대주가 신청한다. 농지를 다른 용도로 바꿀 때 전용 부담금이 면제되고 건축할 때 건폐율을 높게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있다.
 
그리고 농업경영체 등록을 해야 한다. 지역마다 있는 농산물품질관리원이라는 곳에서 신청할 수 있다. 농지원부의 정보 외에 본인이 소유한 생산농산물, 생산방법, 가축 사육 마릿수, 축사, 원예시설 등을 스스로 등록하고 관리하도록 하는 제도다. 농업경영체 등록이 되지 않으면 정부의 소득안정 사업에서 제외되니 주의해야 한다. 그러면 비로소 농부가 된다. 공식용어는 농업인이다.
 
귀농인에게는 농어업 창업 및 주택 구입 지원사업 기회가 주어진다. 농업에 필요한 제조가공시설을 신축하거나 구입하는데 자금 지원을 받고, 주택을 구입하거나 신축할 때 지원금이 나간다. 
 
지원금의 형태는 주로 대출 기간 5년 거치 10년 분할상환의 대출금이지만, 귀농하면서 자금이 한꺼번에 나가 고갈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으니 알아볼 만하다.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귀농인 정착 지원 사업, 농기계 임대 사업 등이 있어 쏠쏠하다. 도시에 살면서 누리기 어려운 혜택이다.


미혼 귀농인에게 결혼비용 지원도 
지역마다 양육비, 출산 장려금, 건강보험료, 연금보험료를 지원하는 경우가 있고, 미혼인 경우 결혼비용도 지원해준다. [사진 픽사베이]

지역마다 양육비, 출산 장려금, 건강보험료, 연금보험료를 지원하는 경우가 있고, 미혼인 경우 결혼비용도 지원해준다. [사진 픽사베이]

 
귀농인 자녀에게 학비를 제공하거나 기숙사비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양육비 지원, 출산 장려금, 건강보험료 지원, 연금보험료 지원제도가 있고 미혼인 경우 결혼비용도 지원해 준다. 물론 50세 이하에 적용되니 반백이 넘은 분들은 그냥 포기하라.
 
법률 용어를 그대로 옮겨서 건조하게 글이 읽혔겠지만, 귀농·귀촌에 대해 오로지 낭만과 추억만을 생각하지 말고 현실적인 지원과 혜택을 알아보면 생활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이다.
 
생각에 따라 왜 이렇게 농민에게 혜택을 주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농업은 우리 먹거리를 책임지는 산업이고 식량 안보라고까지 말할 정도로 중요한 산업이다. 그런데도 현재 농가 인구는 256만명이고, 전체 5%에 불과하다. 매우 적은 인력이 고생하면서 농업을 지키고 있는데 이 정도는 필요하지 않겠는가.
 
귀농·귀촌을 지원금과 혜택만 바라보고 시작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지역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면 눈여겨 볼만한 제도들이 지역마다 있으니 잘 알아보고 상담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sungz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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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필진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 농촌이나 어촌에서 경험한 아름다운 기억을 잊지 못해 귀농·귀촌을 지르는 사람이 많다. “나는 원래 농촌 체질인가 봐”라며 땅 사고 집도 지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그러나 그것이 착각이었음을 깨닫고 후회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귀농·귀촌은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녹록지 않다. 필자는 현역 때 출장 간 시골 마을 집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소리가 그리워 귀농·귀촌을 결심한 농촌관광 컨설턴트다. 그러나 준비만 12년째고 아직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준비한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정착한다고 했다. 귀농·귀촌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통해 정착 요령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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