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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 없는 전주, 빈 상가 화장실" 女치위생사 급습 50대 구속

중앙일보 2018.04.29 14:14
폭력 이미지. [중앙포토]

폭력 이미지. [중앙포토]

전북 전주에서 40대 여성 치위생사를 흉기로 찌르고 달아난 50대가 구속됐다. 광주에 사는 이 남성은 완전범죄를 위해 일부러 연고가 없는 전주를 범행 장소로 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낮 도심 상가 건물 화장실서 강도짓
흉기 찌르고 달아나…나흘 만에 검거
경찰, 강도살인미수로 검찰 송치 예정

전주 완산경찰서는 29일 "주말 대낮 도심 한복판 상가 건물 화장실에서 혼자 있던 40대 여성 치위생사를 흉기로 찌르고 달아난 혐의(강도살인미수)로 박모(59)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지난 21일 오후 4시3분쯤 전주시 효자동 한 상가 건물 2층 공중 여자화장실에서 용변을 마치고 나온 A씨(45·여)의 가슴을 흉기로 한 차례 찌르고 달아난 혐의다.
 
A씨는 해당 건물 2층 치과에서 일하는 치위생사다. 이날 마지막으로 병원 문을 닫고 퇴근한 A씨는 화장실에 들렀다 봉변을 당했다. A씨는 피해자 조사에서 "화장실 밖에서 누군가 계속 문을 두드리며 안으로 들어오려고 해 노크도 하고 헛기침도 했다. 잠잠해져서 아무도 없는 줄 알고 밖으로 나가니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박씨가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박씨가 A씨를 밀치는 과정에서 몸을 화장실 밖으로 피하려던 A씨를 흉기로 찌른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피습 직후 현직 경찰관인 남편에게 휴대전화로 도움을 요청해 목숨을 건졌다. A씨 남편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A씨가 화장실 앞 복도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흉기 이미지. [중앙포토]

흉기 이미지. [중앙포토]

경찰은 해당 건물 폐쇄회로TV(CCTV)를 토대로 사건 발생 나흘 만인 25일 오후 8시쯤 광주광역시 남구 한 임대아파트에서 박씨를 긴급체포했다. 미혼인 박씨는 일정한 직업 없이 광주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차례 전과가 있는 박씨는 강도 등의 혐의로 구속돼 2004년 교도소에서 출소했다.  
 
박씨는 경찰 수사망을 따돌리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그는 경찰에서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많은 광주보다 아무 연고가 없는 지역이 범행하기 쉬울 것 같아 전주에 왔다"고 말했다. 박씨는 범행 당일 자가용 없이 주로 도보로 이동하며 강도 대상을 찾아 다녔다. 
 
경찰은 박씨가 도심 한복판에 있지만, 토요일 오후라 인적이 드문 상가를 범행 장소로 고른 것으로 봤다. 더구나 여자 공중화장실은 키 160㎝에 왜소한 체격을 가진 박씨가 여성 한 명을 제압하기 쉬운 구조다. 
  
박씨는 범행 이후에도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 건물에서 빠져나온 그는 3㎞가량 도보 후 택시를 타고 금암동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내려 거주지가 있는 광주로 이동했다. 이날 오후 7시쯤 광주에 도착한 그는 10시에야 집에 들어갔다. 3시간 동안 시내버스를 번갈아 타거나 골목길과 천변 등을 배회했다.      
 

수갑 이미지. [중앙포토]

수갑 이미지. [중앙포토]

경찰은 수사 초기 박씨에 대해 강간미수 혐의를 검토했다. "성폭력 목적인 같다"는 A씨의 진술과 검거 당시 "성폭행할 여성을 찾았다"는 박씨의 주장, 피의자와 피해자가 남녀인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경찰은 지난 26일 박씨에게 강도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씨가 2차 조사에서 "돈이 필요해서 강도짓을 했다"며 진술을 뒤집어서다. 그는 "동종 전과가 있어 사실대로 말하면 가중 처벌을 받을 게 두려워서 거짓말했다"고 털어놨다. 법원은 28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완산경찰서 관계자는 "박씨가 범행을 시인한 데다 사실 관계가 입증돼 현장 검증은 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이번 주 안에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겠다"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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