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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언엔 김정은의 제재완화 전략이 숨어있다"

중앙일보 2018.04.29 13:59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특히 인프라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표출했다. 한국의 힘을 빌려 관계국들에 제재완화를 촉구하려는 전략이 보였다.”
이주인 아쓰시 일본 경제연구센터 수석 연구원[중앙포토]

이주인 아쓰시 일본 경제연구센터 수석 연구원[중앙포토]

 

日 북한전문가 이주인 아쓰시 일본경제연구센터 수석연구원
본지 인터뷰서 "한국의 힘을 빌리고, 중국 러시아에도 러브콜"
"동해선 연결은 러시아, 경의선 연결은 중국과 관련된 문제"

"개성 사무소 설치와 회담 정례화 역시 제재완화에 관련"
"당초 플랜B였던 선남후미,트럼프와 文 등장이후 플랜A"

일본 내 북한 전문가인 이주인 아쓰시(伊集院敦) 일본경제연구센터 수석 연구원은 29일 중앙일보와의 전화·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분석했다. 
 
그는 또 "남북간 합의를 지렛대로 대미 관계를 타개하겠다는 북한의 작전이 선명하게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이 특히 관심을 보인 테마는 무엇인가.  

“북한 인프라 정비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아무리 좋은 합의나 글이 나와도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면 기대를 품었던 분들한테 오히려 더 낙심을 주지 않겠나’는 발언은 2007년 합의의 대부분이 아직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한 불만으로 들린다. 판문점 선언에서 언급된 동해선 사업은 남북을 잇는 동해선을 러시아와 연결시키는 계획인데 러시아로부터 제재완화에 대한 지지를 노린 프로젝트라는 시각도 있다. 경의선의 경우도 중국의 단둥과 연결된다. ”

 
한국 관련 대목은.

“남북 쌍방의 당국자가 상주하는 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에 설치키로 한 것은 납북경제협력의 상징이지만 북한의 핵ㆍ미사일 실험을 이유로 2016년 박근혜 정부에서 가동이 중단됐던 개성공업단지의 재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남북은 2월 평창 올림픽때 비록 일시적이라고는 하지만 인적인 왕래를 부활시켰고, 만경봉 92호도 한국에 왔다. 실질적으로는 제재가 완화됐다. 이번 회담에서 정상회담의 정기적인 개최가 합의돼 다음엔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간다. 이를 계기로 남북한의 교류와 협력을 더 확대시켜 한국의 힘을 빌려 타국과 유엔의 제재완화로 연결시키려는 게 북한의 전략으로 보인다.”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판문점=한국공동사진기자단]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판문점=한국공동사진기자단]

북ㆍ미 회담에 앞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의 의미는.

“미국의 협력 없이 북한에 대한 제재완화나 남북 경제협력은 진전될 수 없다. 남북의 정상이 각종 퍼포먼스를 통해 ‘평화가 도래했다’는 분위기를 연출한 건 당사자인 남북이 견인차 역할을 맡고, (여기에) 미국과 중국을 끌어들여 한반도의 평화 체제 구축으로 연결시키겠다는 의도다. 이번 공동선언은 북ㆍ미 합의를 유도하는 마중물로 보면 된다. 하지만 (남북한의) 의도대로 한국전쟁의 종결이 연내에 선언되고 휴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전환돼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이 가능할지의 성패는 모두 북·미회담에 달려있다.”

 
북한이 급속도로 한국에 접근하는데. 

“먼저 남북대화를 한 뒤 이를 통해 북ㆍ미협상의 토양을 다지는 이른바 ‘선남후미(先南後美)’의 시나리오를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선명하게 전개했다. 남북간 합의를 지렛대로 대미 관계를 타개하겠다는 북한의 작전은 (일본이 주장하는 것 처럼)단순한 미소외교나 단기적인 외교전술을 넘어서 이제 (북한의 외교)전략 차원으로 자리매김한 것 같다.”

 
큰 틀의 전략 변화로 볼 수 있다는 것이냐.  

“북한은 동서냉전 붕괴 뒤 대미관계 타개를 외교의 우선과제로 내걸었다. 1990년대 초반의 1차핵위기때부터 미국을 상대로 벼랑끝 정책을 반복해왔다. 유일한 초강대국인 미국과의 관계수립을 체제유지의 방안으로 봤다. 핵과 미사일은 외부의 공격을 억제하는 수단이면서 한편으로는 외교의 도구였다. 미국과 직접 교섭하겠다는 목표는 김정은의 조부인 김일성 주석때부터 바뀌지 않았다. 김정은도 그래서 미국으로부터의 군사보복 위험을 감수하고 2016년부터 핵ㆍ미사일 실험을 집중해왔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의 생각대로 따라줄지는 기대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준비한 플랜B가 ‘선남후미’다.”

 
선남후미 정책이 이제는 플랜B가 아닌 플랜A가 됐나.

“북한의 선남후미 정책은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며 군사 옵션을 배제하지 않는 트럼프 정권이 등장하면서 메인 시나리오로 부상했다. 한국에 접근해 미군의 군사보복을 회피하면서 북·미협상의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박근혜 정권이 탄핵되고,남북 화해와 협력에 적극적인 문재인 정권이 탄생한 것이 선남후미 정책에 도움을 준 건 말할 필요도 없다.”

 
판문점 선언내 비핵화 관련 부분은 어떻게 평가하나.

“어차피 비핵화는 남북정상회담에서 결정될 이야기가 아니다. 이번 회담의 성격은 북ㆍ미 회담의 준비모임이나 작전 모임으로 봐야한다. 비핵화에 대한 필요 최소한의 방향성이 제시된 정도인데,북ㆍ미 회담에서 어떻게 구체화될지를 봐야한다. 지금 평가하기는 이르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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