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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문 여니 4m 낭떠러지…‘비상구 추락사’ 노래방 업주 징역형

중앙일보 2018.04.29 10:47
지난해 4월 30일 강원도 춘천의 한 노래방 건물 2층 ‘낭떠러지 비상구’(원 안)에서 50대 남성이 추락했다. 이 남성은 나흘 만에 숨졌다. 박진호 기자

지난해 4월 30일 강원도 춘천의 한 노래방 건물 2층 ‘낭떠러지 비상구’(원 안)에서 50대 남성이 추락했다. 이 남성은 나흘 만에 숨졌다. 박진호 기자

 
비상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50대 남성이 4m 아래로 떨어져 숨진 이른바 ‘낭떠러지 비상구 추락사’ 사건(본지 지난해 5월 18·19일자 12·16면)과 관련해 해당 노래방 업주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노래방 화장실 찾던 B씨(58) 비상문 4m 아래로 추락해 숨져
재판부, 안전조치 관한 업무상 주의의무 다하지 못했다 판단

 
춘천지법 형사 1단독 조정래 부장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48)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춘천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해 4월 30일 오후 9시20분쯤 자신이 운영하는 노래연습장에 찾아온 B씨(58) 일행을 카운터 맞은편 방으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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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가량 뒤 손님 B씨는 화장실에 가기 위해 노래방 복도 끝에 있는 첫 번째 문을 지나 또 다른 문을 열었고, 4m 아래로 추락했다. 건물 2층에서 추락한 B씨는 나흘 만인 지난해 5월 3일 ‘뇌간 마비에 의한 심폐 정지’로 숨을 거뒀다.
 
이 사건으로 재판을 받게 된 노래방 업주 A씨는 “법령에 따라 소방시설을 설치한 것이어서 과실이 없고, 설령 과실이 있더라도 피해자의 사망과 인과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사고가 난 노래연습장은 2층에 있다. 복도 끝 첫 번째 문을 열면 약간의 공간이 나오고 벽에 두 번째 문인 비상문이 설치된 구조다.
 
비상문은 외부 벽을 뚫어 설치한 것으로 지상에서 높이는 4.17m다. 손님 등이 비상문을 열고 발을 내디디면 곧바로 추락하는 구조라는 게 재판 과정에서 확인됐다.
B씨가 추락한 낭떠러지 비상구. [사진 피해자]

B씨가 추락한 낭떠러지 비상구. [사진 피해자]

 
비상문 밖에는 몸을 지지할 장치가 전혀 없고 지상으로 내려가는 계단·로프·사다리 등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다만 첫 번째 문 앞에 피난 사다리가 있다는 표시가 있다. A씨는 B씨 추락사건 이후에야 비상문 앞에 양쪽 기둥을 세워 쇠사슬로 위험 방지 조치를 했다.
 
재판부는 복도 끝 첫 번째 문 위에 ‘추락 주의’라는 표시와 화분을 놓아두기는 했으나 술에 취한 손님이 그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화장실과 비상문의 위치, 술에 취한 손님의 돌발적 행동 가능성을 고려하면 노래방 손님들이 비상문 쪽으로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B씨가 추락한 낭떠러지 비상구. [사진 피해자]

B씨가 추락한 낭떠러지 비상구. [사진 피해자]

 
재판부는 “비상문을 보통의 출입문으로 오인해 열고 나갈 수도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피고인은 화장실을 찾는 피해자가 비상문을 열고 나갈지를 면밀히 관찰하거나 사전에 필요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며 “이 비상문은 통상 갖춰야 할 비상시설의 안정성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소방관서의 안전점검을 적법하게 받았다 하더라도 이는 화재 등 위급한 상황에서의 구조활동을 위해 법령이 요구하는 시설의 적합성을 확인받은 것에 불과하다”며 “사망사고가 발생한 이 사건 경우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시설에 대한 안전조치에 관한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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