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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합격률’ 공개 후폭풍…사법시험 부활론까지 등장

중앙일보 2018.04.29 08:00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매년 낮아지면서 로스쿨 학생들에게 변시 합격은 최대의 과제가 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열린 제 5회 변호사시험. [중앙포토]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매년 낮아지면서 로스쿨 학생들에게 변시 합격은 최대의 과제가 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열린 제 5회 변호사시험. [중앙포토]

 

"입학 정원 대비 누적합격률로 따지면 우리가 전국 1위다.(고려대 로스쿨)"

"전국 25개 로스쿨을 통폐합하고 입학정원을 줄여야 한다.(대한변호사협회)"

"로스쿨 제도가 완전히 실패한 제도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대한법학교수회)"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변호사시험(변시) 합격률 공개의 후폭풍이 거세다. 대한변호사협회가 법무부를 상대로 로스쿨별 합격자 수 등의 정보를 공개하라며 낸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면서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법무부는 올해 변시 합격자 발표 이틀만인 22일 로스쿨별 합격률을 공개했다. 이후 일부 로스쿨은 “(합격률) 산정방식이 잘못됐다"며 법무부가 발표한 숫자에 불만을 제기했다. 변호사 단체와 법과대학 교수들은 로스쿨 제도 자체를 공격하고 나섰다. 
 
법무부가 공개한 것은 지금까지 치러진 7차례의 변호사시험에서 학교별로 몇 명이 응시했고 그중 몇 명이 합격했는지에 대한 합격률과 각 학교를 졸업한 학생 중 재수·3수·5수를 포함해 최종적으로 합격한 사람이 몇 명인지를 말하는 누적합격률이다.
 
문제는 어떤 식으로 합격률을 계산하는 것이 각 대학을 평가하기에 정확한 숫자인가 하는 점이다. 분모와 분자를 어떻게 둘 것이냐에 따라 숫자와 순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1회부터 7회까지 응시자 대비 합격률을 평균 내 보면 서울대가 1위, 연세대가 2위, 아주대가 3위다. 하지만 초기 시험은 요즘보다 합격하기 쉬웠다는 평이 많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다 돌아선 학생들이 대거 로스쿨로 입학했기 때문에, 그런 학생들에게 변시 합격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얘기도 있었다. 최근 3년 합격률로만 평균을 내면 '서울-연세-고려' 순으로 아주대가 빠지고 고려대가 들어간다. 
 
지난 2016년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5회 변호사시험. [중앙포토]

지난 2016년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5회 변호사시험. [중앙포토]

 
변시는 최대 5번 칠 수 있다. 이 5번 한도 안에서 언젠가는 합격할 확률을 계산한 '누적합격률'로 보면 순위는 또 달라진다. 법무부는 졸업생 중 지금까지 최종적으로 변시에 합격한 학생들의 비율을 계산했는데 이 숫자로는 연세대가 서울대를 제치고 1위, 고려대가 3위다. 
 
고려대가 발끈한 건 누적합격률을 낼 때 분모를 '졸업생'으로 둘 게 아니라 '입학생' 기준으로 둬야 한다고 주장해서다. 입학한 학생 중 학교를 그만두거나 다른 학교로 옮기는 이들도 있는데, '중도탈락률'이 높다는 것은 그 학교에 문제가 있다는 걸 방증하는 수치라는 주장이다. 
 
또 몇몇 학교에서는 졸업시험 탈락자를 늘려 변호사시험에 응시 인원 자체를 통제하는 소위 '졸시 거르기'를 한다는 의혹도 나온다. 그래서 고려대가 생각하는 '입학정원 대비 누적합격률'로 따지면 고려대-서울대-연세대 순이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산정해도 하위권에 속하는 일부 지방 로스쿨에서는 이 같은 '1위 다툼'은 한가한 얘기다. 원광대·전북대·동아대·제주대 로스쿨은 법무부가 발표한 누적합격룰로나 최근 3년 합격률 평균으로나 하위 1~4위를 차지했다. 
 
로스쿨 수험생과 재학생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 '서로연(서로 돕는 로스쿨 연구회)'에서는 "지방 로스쿨에서는 패배주의에 빠져 교수도 학생도 의욕을 잃었다"는 글도 올라온다. 일부 수험생은 "이러다 로스쿨이 폐지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표출하기도 한다. 변호사단체와 교수단체가 맹공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한변호사협회 로고

대한변호사협회 로고

대한변호사협회(회장 김현)은 법무부가 자료를 공개한 22일 곧바로 보도자료를 냈다. 변협은 "합격률 편차가 점차 심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로스쿨 간의 학력 수준 차이가 매우 큰 것으로 확인됐다"며 "장기적으로 전국적으로 난립해 있는 25개 로스쿨을 통폐합해서 균등한 교육 제공의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로스쿨과 비교하며 우리도 "수험생 수만 늘리기보다는 결원보충제 폐지, 입학정원 축소를 통해 불합격자 양산을 막고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변협은 변시 합격자 수를 줄여 변호사 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오고 있는데, 여기에 로스쿨 학생 수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더한 것이다.
 
대한법학교수회(회장 백원기)는 변협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냈다. 23일 성명서를 통해 "법무부가 공개한 내용을 보면 한마디로 우리 로스쿨제도가 완전히 실패한 제도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절대다수 국민이 사법시험의 부활을 지지한다"고 주장했다. 법학교수회는 로스쿨이 설치되지 않은 대학의 법과대 교수들의 모임이다. "로스쿨에 진학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도 응시할 수 있는 '신사법시험'을 도입"하는 것이 이들이 생각하는 더 나은 길이다.
 
저마다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주장을 내놓는 것도 결국은 ‘집단 이기주의’ 아니냔 비판이 나온다. 시험에 합격한 소수의 법조인이 높은 소득을 보장받던 기득권을 놓치기 싫어서란 주장이다. 각양각색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도입 10년을 맞은 로스쿨 제도의 취지가 퇴색하는 것 아니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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