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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맞은 레고…디지털시대 극복 전략은 100만 성인 팬의 아이디어

중앙일보 2018.04.29 00:03
덴마크 빌룬트 레고하우스

덴마크 빌룬트 레고하우스

[하현옥의 글로벌 J카페]
 
 올해는 세계적인 완구업체 레고(Lego)가 태어난 지 60주년이 되는 해다.  
 
 레고는 1932년 덴마크의 소도시 빌룬트에서 설립됐다. 목수인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얀센이 세운 목재 완구 회사였다.  
 
 이름은 덴마크어로 ‘잘 논다’는 뜻을 가진 ‘레그고트(Leg Godt)’에서 따온 말이다.  
 
 34년부터 레고 장난감을 팔았고 끼워 맞추는 형태의 ‘시스템’이 적용된 브릭 장난감의 형태로 자리 잡은 건 1958년 특허를 내면서다.  
 
 이 장난감이 전 세계 동심을 사로잡으며 이 회사의 이름은 브릭 장난감의 대명사가 됐다.  
 
 13년 만의 매출 감소에도 76억 달러에 달하는 기업가치
 
 하지만 환갑을 맞은 레고의 표정은 밝지 않다. 지난해 13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이 감소하는 등 다시 위기를 맞고 있어서다.  
 
 지난달 실적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레고 매출은 전년 대비 8% 감소한 350억 덴마크 크로네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16% 줄었다.  
 
 회사는 재고 정리에 따른 매출 감소라고 설명했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매체는 휴대전화와 태블릿 PC 등 디지털 기기와의 경쟁에서 밀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선임된 닐스 크리스티안센 최고경영자(CEO)가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그런데도 레고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지난해 부진한 성과에도 레고는 여전히 전 세계 어린이가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다.  
 
 세계 최고의 장난감 브랜드로의 지위도 유지하고 있다. 브랜드 파이낸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레고 그룹의 가치는 75억7100만 달러에 이른다. 2위인 일본의 게임 및 완구회사인 반다이 남코(10억3800달러)와의 격차도 상당하다.
 
덴마크 빌룬트 레고하우스

덴마크 빌룬트 레고하우스

 CNBC는 27일(현지시간) ‘마케팅 전략이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장난감을 만들었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레고의 전략을 집중 조명했다.
 
 레고의 가장 큰 힘은 세대로 이어지는 공감이다. 레고의 마케팅총책임자(CMO)인 줄리아 골딘은 “모든 사람이 그들만의 레고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며 “자신이 처음 레고를 만들었던, 그리고 자신의 아이에게 레고를 사주고 그들이 만든 것을 보았던 순간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레고를 만들면서 자랐던 아이가 부모가 된 뒤 교육과 창의성 계발, 놀이 등의 목적을 위해 레고를 사주고, 이런 경험이 세대를 지나며 이어지는 것이다.
 
 레고 신상품 개발까지 참여하는 성인 팬
 
 레고의 성인 팬(AFOL)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은 경영의 중요한 또 다른 축이다. 레고는 거의 100만 명에 달하는 성인 팬을 보유한 브랜드다. 이들은 제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 장이 레고사가 운영하는 ‘아이디어스 사이트’다. 온라인 커뮤니티인 이곳에서 자신이 개발한 레고 상품을 공유한다.  
 
 레고사는 이 중 매년 4개 제품을 출시한다. 최소 1만명 이상이 지지를 받으면 한정판으로 제작된다. 상품화된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판매 실적에 따른 돈도 받는다.
 
레고 '나사의 여성들'

레고 '나사의 여성들'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한 대표적인 제품이 지난해 출시된 ‘미 항공우주국(NASA)의 여성들’ 시리즈다.  
 
 과학 전문 기자이자 레고 마니아인 마이아 웨인스톡이 제안한 것으로 출시 24시간 만에 아마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상품에 이름을 올렸다.  
 
 성인 팬의 충성도를 엿볼 수 있었던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8월 영국 채널4에서 ‘레고 마스터스’라는 TV쇼가 방송됐다. 영국 최고의 레고 빌더를 찾는 프로그램이다. 매회 2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시청했다. 트위터 등 SNS에서도 단연 화제였다. 이들의 관심은 실제 구매로도 이어졌다.  
 
 골딘 CMO는 “(성인 팬들은) 매장을 찾아가 원하는 것을 사고, 직접 만든다”고 말했다.  
 
 성인 팬의 열정은 ‘레고 재테크’로도 이어진다. 지난해 10월 나온 ‘레고 스타워즈 밀레니엄 팔콘’의 출시가격은 800달러였다. 하지만 출시 한 달 뒤에 미국 경매 사이트 이베이에서 네 배 이상 오른 가격에 거래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레고 스타워즈 밀레니엄 팔콘

레고 스타워즈 밀레니엄 팔콘

 팬들을 위한 견학 프로그램도 있다. 이틀간 레고 빌룬트 공장 내부와 창업자인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얀센의 집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참가비는 2396달러다.
 
 TVㆍ영화사와 손잡고 캐릭터 상품 출시하며 승승장구
 
 방송과 영화사 등 미디어 기업과의 협업도 레고의 주요 전략 중 하나다. 2004년 파산 위기에 처했던 레고가 살아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레고는 워너브러더스나 디즈니 등과 손잡고 스타워즈와 배트맨 등 영화와 TV 시리즈의 캐릭터 상품을 내놓으며 승승장구했다. 워너브러더스와는 함께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레고 무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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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NBC는 “레고는 외부 팬과 제작자들에게 문을 열고 함께 일하는 전략을 통해 자신들의 브랜드를 지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디지털과의 공존을 위한 시도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골딘 CMO는 “디지털화는 레고에 위협 요인이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시도를 보여주는 것이 지난해 8월 출시한 ‘레고 부스트’다. 레고에 모터와 센서, 블루투스 제어기를 붙여 소프트웨어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이다. 만 7~12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제품이다.
 
레고코리아가 지난 20일 서울 중구 롯데 영플라자 2층에 국내 5번째 공식 레고스토어를 열었다.

레고코리아가 지난 20일 서울 중구 롯데 영플라자 2층에 국내 5번째 공식 레고스토어를 열었다.

 시장 확대 전략도 함께 구사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두 자릿수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데다 올해 두바이에도 사무소를 개설한다. 
 
 레고는 지난 1월 중국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중국 어린이를 겨냥한 온라인 게임과 비디오, 소셜 네트워크를 만들 계획이다.
 
 골딘 GMO는 “매년 매출의 25~30%는 신제품에서 이뤄진다”며 “새로움을 주는 것이 레고의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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