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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수컷 치타 '네로'가 아빠가 될 수 있던 비결은?

중앙일보 2018.04.29 00:00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의 로스트 밸리에 사는 치타(cheetah) 가족에게 경사가 났다. 
아빠 치타 네로와 엄마 치타 아만다가 지난달 13일 암수 쌍둥이를 낳은 것이다. 

에버랜드 치타 부부 네로·아만다 지난달 출산
2011년 동갑내기로 자연 번식으로 암수 2마리 낳아
치타는 가임기간이 1년에 1~2일로 짧아 번식 힘들어
에버랜드, 네로의 활동성 보여주는 등 매력 발산해 합방
사람 나이로 30대 초·중반이라 추가 출산도 가능할 듯

이들 치타 부부의 출산을 '경사'라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치타는 먹이가 나타나면 100m를 3초(시속 110㎞)대에 달릴 정도로 빠른 속도를 가진 사냥꾼이지만 지나치게 예민한 성격인 데다 암컷의 임신가능기간이 1년에 1∼2일 정도로 짧아 자연은 물론 인공 임신도 쉽지 않다. 
지난달 13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로스트밸리에서 태어난 아기 치타들. 아빠 치타 네로와 엄마 치타 아만다가 자연번식으로 낳은 새끼들이다. [사진 에버랜드]

지난달 13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로스트밸리에서 태어난 아기 치타들. 아빠 치타 네로와 엄마 치타 아만다가 자연번식으로 낳은 새끼들이다. [사진 에버랜드]

 
어렵게 태어난 새끼도 표범이나 사자 같은 맹수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으면서 자연 상태의 어린 치타 생존율은 10%에 불과하다. 
그래서 치타는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보호 협약인 CITES (Convention on International Trade in Endangered Species of Wild Flora and Fauna)에서도 최상급인 '부속서 1종'으로 지정돼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7500여 마리만 남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 부부가 자연 번식으로 새끼를 낳은 것이다. 
특히 아만다는 2차례에 걸쳐 자연 번식으로 5마리의 새끼를 낳은 국내 유일의 치타가 됐다.  
국내에서 치타가 자연 번식으로 출산한 경우는 에버랜드가 최초이기 때문이다. 
기가 센 엄마 치타 아만다. 치명적인 매력으로 전 남편 타요, 현 남편 네로와의 사이에서 5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국내에서 자연 번식으로 2차례에 걸쳐 새끼를 낳은 치타는 아만다가 유일하다. [사진 에버랜드]

기가 센 엄마 치타 아만다. 치명적인 매력으로 전 남편 타요, 현 남편 네로와의 사이에서 5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국내에서 자연 번식으로 2차례에 걸쳐 새끼를 낳은 치타는 아만다가 유일하다. [사진 에버랜드]

고개숙인(?) 수컷 치타였던 아빠 네로. 하지만 운동 등으로 매력을 되찾아 아내 아만다와의 사이에서 암수 쌍둥이를 낳았다. [사진 에버랜드]

고개숙인(?) 수컷 치타였던 아빠 네로. 하지만 운동 등으로 매력을 되찾아 아내 아만다와의 사이에서 암수 쌍둥이를 낳았다. [사진 에버랜드]

 
아만다와 네로가 아들·딸을 낳기까진 우여곡절도 많았다.
에버랜드는 2007년 처음 치타를 도입한 뒤 번식을 위해 사육사와 수의사들이 똘똘 뭉쳐 힘썼다. 
하지만 번번이 수포가 되었다. 치타의 습성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야생의 암컷 치타는 홀로 생활한다. 그러다 수컷과 눈이 맞아 임신하면 새끼들이 자랄 때까지 돌보며 가족 단위 생활을 한다. 
그렇다 보니 암컷 치타는 수컷이나 새끼 등과 집단생활을 할 때는 발정(동물이 성호르몬에 의해 성적 충동을 일으키는 행동)이 오지 않는다.
암수 동물이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동물원의 특성상 치타들의 임신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13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로스트밸리에서 태어난 아기 치타들. 아빠 치타 네로와 엄마 치타 아만다가 자연번식으로 낳은 새끼들이다. [사진 에버랜드]

지난달 13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로스트밸리에서 태어난 아기 치타들. 아빠 치타 네로와 엄마 치타 아만다가 자연번식으로 낳은 새끼들이다. [사진 에버랜드]

 
에버랜드는 2013년쯤 2011년생 동갑내기 수컷 치타 네로와 암컷 치타 아만다를 새로운 식구로 들였다.
처음 네로의 짝으로 정해진 것은 기존 에버랜드서 생활하고 있던 1살 연상의 암컷 치타 번개였다. 
하지만 네로의 적극적인 구애에도 번개는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다른 수컷 등과 오랜 기간 집단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불임이 된 것 같다고 사육사들은 설명했다. 
 
아만다도 초혼(?)은 아니다. 사육사들이 정한 아만다의 첫 남편은 1살 연상의 수컷 치타 타요였다. 
콧대가 높은 아만다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 사육사들은 치타 같은 고양잇과 동물들이 좋아하는 사향 고양이의 향이 담긴 향수를 타요에게 뿌리는 등 노력했다. 정성은 통했다. 2015년 6월 아만다는 세쌍둥이 치타 대한·민국·만세(암컷 1, 수컷 2)를 낳았다. 
하지만 출산 후 아만다는 더는 타요에게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달 13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로스트밸리에서 태어난 아기 치타들. 아빠 치타 네로와 엄마 치타 아만다가 자연번식으로 낳은 새끼들이다. [사진 에버랜드]

지난달 13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로스트밸리에서 태어난 아기 치타들. 아빠 치타 네로와 엄마 치타 아만다가 자연번식으로 낳은 새끼들이다. [사진 에버랜드]

 
타요와 아만다가 이별하자 사육사들은 네로와 아만다를 이어주기로 했다.  
그런데 번식장에 네로를 밀어 넣자 아만다가 무섭게 공격하기 시작했다. 타요 때처럼 사향 고양이 향이 담긴 향수를 뿌려도 소용없었다.
네로가 '컹컹'거리고 우는 등 구애의 행동을 해도 아만다는 으르렁거리고 물어뜯는 등 여전히 거부 반응을 보였다. 
 
아만다의 격렬한 거부에 네로는 고개 숙인(?) 수컷이 됐다. 아만다가 이만 드러내도 구석으로 피할 정도였다. 
이들을 돌보는 문인주 사육사(35)는 "암컷이 거부 반응을 보여도 수컷이 계속 구애 행동을 해야 하는데 기가 센 아만다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네로는 도망만 다녔다"고 했다.  
지난달 13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서 태어난 아기 치타들이 전담 사육사 문인주씨와 포즈를 취했다. 100m를 3초대에 주파할 정도로 빠른 치타는 가임 기간이 1년에 1~2일 정도로 짧아 자연 번식이 어렵다. 하지만 이들 아기 치타는 아빠 치타 네로와 엄마 치타 아만다가 자연번식으로 낳은 새끼들이다. [사진 에버랜드]

지난달 13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서 태어난 아기 치타들이 전담 사육사 문인주씨와 포즈를 취했다. 100m를 3초대에 주파할 정도로 빠른 치타는 가임 기간이 1년에 1~2일 정도로 짧아 자연 번식이 어렵다. 하지만 이들 아기 치타는 아빠 치타 네로와 엄마 치타 아만다가 자연번식으로 낳은 새끼들이다. [사진 에버랜드]

 
사육사들은 네로를 강한(?) 수컷으로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먼저 소심해진 남성을 찾는 것이 중요했다. 
이후 아만다와 네로의 한 지붕 이중생활이 시작됐다. 오전에 아만다가 머물었던 번식장을 오후엔 네로가 사용했다. 
암컷 치타와 달리 수컷 치타는 발전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아만다가 남긴 채취는 네로를 저절로 남자답게 만들었다. 
아만다도 네로의 향기에 익숙해졌다. 
 
네로가 주도권을 찾을 수 있도록 특훈도 이뤄졌다. 사육사들은 번식장에 나무토막 등 장난감을 넣어 네로가 더 많이 움직이고 운동할 수 있도록 했다. 여러 출입문을 열어 미로처럼 만든 뒤 자신의 우리를 직접 들어가도록 하는 훈련도 했다. 
치타는 다른 동물보다 소화기관이 약해서 지방을 제거한 닭고기와 소고기도 먹는다. 이런 먹이도 곳곳에 숨기는 등 운동을 하면서 먹도록 했다.
이런 모습을 아만다에게도 보여줬다.   
문 사육사는 "암컷 사자가 갈기가 풍성한 수사자에 매력을 느끼는 것처럼 수컷 치타가 활동적이고 카리스마가 있어야 암컷 치타도 매력을 느낄 것 같아서 훈련에 집중했는데 활발한 네로의 모습에 아만다도 아주 부드러워졌다"고 말했다.    
지난달 13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서 태어난 아기 치타들이 전담 사육사 문인주씨와 포즈를 취했다. 100m를 3초대에 주파할 정도로 빠른 치타는 가임 기간이 1년에 1~2일 정도로 짧아 자연 번식이 어렵다. 하지만 이들 아기 치타는 아빠 치타 네로와 엄마 치타 아만다가 자연번식으로 낳은 새끼들이다. [사진 에버랜드]

지난달 13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서 태어난 아기 치타들이 전담 사육사 문인주씨와 포즈를 취했다. 100m를 3초대에 주파할 정도로 빠른 치타는 가임 기간이 1년에 1~2일 정도로 짧아 자연 번식이 어렵다. 하지만 이들 아기 치타는 아빠 치타 네로와 엄마 치타 아만다가 자연번식으로 낳은 새끼들이다. [사진 에버랜드]

 
아만다의 상태도 살폈다. 사육사들은 끈질긴 관찰 끝에 아만다가 발정이 찾아오면 평소보다 행동이 활발하고 바닥에 몸을 뒤집고 굴리는 등 이상 행동을 하는 것을 알게 됐다. 사료 섭취량도 현저하게 줄었다. 
이듬해 아만다가 몸을 뒤집는 등 이상행동을 시작했다. 이후 강한 수컷이 된 네로는 아만다와의 합방에 성공했다.  
 
그리고 90~95일 뒤인 올해 3월 13일 아들·딸 쌍둥이가 태어났다. 새로 태어난 아기 치타들은 24일부터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문 사육사는 "치타의 평균 수명이 12~18년인 만큼 7살인 네로와 아만다는 사람 나이로 따지면 30대 초·중반인 셈"이라며 "두 치타의 사이가 여전히 좋은 상태라 자연 번식 출산은 계속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용인=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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