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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미래 건 44분 '도보다리' 독대…"북·미 회담 등 '포스트 회담' 논의"

중앙일보 2018.04.27 19:42
 한반도의 미래 운명을 건 남북 정상의 44분간의 담판이었다.
 
27일 오후 4시 36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공동기념식수를 끝내고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대화 내용을 들을 수 없도록 10m가량 앞에 북측의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과 남측 조한기 의전비서관을 제외하고 모든 수행원을 물렸다. 배석자 없는 단독회담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남과 북 양 정상은 이날 세계 유일 분단국가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남과 북 양 정상은 이날 세계 유일 분단국가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공동취재단

두 사람은 판문점 내 ‘도보다리’까지 걸어갔다. 처음에는 김 위원장이 주로 말했고, 문 대통령은 들었다. 파란색 페인트가 칠해진 도보다리에 진입할 때쯤에는 문 대통령이 손을 써가며 무언가를 설명했고, 김 위원장이 진지한 표정으로 끄덕였다. 김 위원장은 두 차례 오른손을 주머니에 넣었다가 뒷짐을 지고 걸었다. 파란색 난간을 몇 차례 툭툭 치는 모습도 보였다.
 
보도다리 끝 녹슨 군사분계선에 도착한 두 사람은 잠시 얘기를 나눈 뒤 옆에 설치된 벤치에 마주 앉았다. 카메라는 두 사람이 앉은 곳에서 멀리 빠져 있었다. 마지막 근접 촬영을 허가받은 남북 취재진이 마주 앉은 두 정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북한 취재진에게 손으로 손짓해 밖으로 빠질 것으로 지시했다. 문 대통령 역시 국내 취재진의 퇴장을 요청했다.
 
4시 44분. 완전히 둘만 남았다. 원거리 카메라를 등지고 앉은 문 대통령의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김 위원장의 입 모양과 표정, 행동은 고스란히 노출됐다.
 
취재진이 사라지자 양 정상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벤치에 앉아서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더 많았다. 김 위원장은 내내 고개를 끄덕였다. 간간이 미간을 찌푸리다 허공을 보며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다 큰 손짓을 하며 문 대통령에게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도보다리 위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도보다리 위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단

두 사람은 5시 12분 자리에서 일어나 평화의집까지 다시 걸었다. 환담장에 입장한 시간은 5시 20분이다. 그리고 40분 뒤인 오후 6시 양 정상은 공동선언문에 서명하고 언론발표를 했다.
 
4시 36분부터 5시 20분까지 나눈 대화 내용은 오직 두 사람만 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날 남북이 합의해 발표한 선언문을 넘는 대화가 오갔다는 점이다. 보도다리에서의 단독 회담이 진행되고 있던 5시 12분 공동선언문이 이미 기자들에게 배포됐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포스트 남북정상회담’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크다. 핵심은 5월 말 또는 6월 초로 예상된 북ㆍ미 정상회담이다. 남북은 이번 회담에서 경제협력 분야를 의제에서 제외했다.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동의와 이에 따른 제재 해제가 전제되지 않고는 진행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은 “미래의 방향성에 대해 아직은 공개할 수 없는 어려운 생각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며 “특히 미국과의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문 대통령의 조언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근우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의 관심은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서 북한의 체제보장을 담보할 수 있느냐에 있다”며 “김 위원장이 미국의 의도를 묻고, 문 대통령이 그런 부분을 확실히 약속하는 대화가 오갔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도보다리 산책 회담을 마친 후 평화의 집으로 걸어오고 있다. 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도보다리 산책 회담을 마친 후 평화의 집으로 걸어오고 있다. 공동취재단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 과정을 지켜봤던 한 인사는 “과거 회담 때는 합의문에 상당한 이견을 가진 채로 정상회담이 진행되면서 합의 도출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합의가 이뤄진 상태에서 미래를 논하는 회담이었다”며 “당시에는 ‘도보다리 회담’ 같은 별도 독대가 없었지만, 비공개 환송 오찬에서 언론에 공개하기 어려운 미래에 대한 솔직한 얘기가 오갔다”고 전했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양 순안공항에서 백화원 영빈관까지 김정일 위원장과 차량에 동승해 비밀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판문점=공동취재단, 강태화ㆍ송승환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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