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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뉴스정책, 사회갈등·양극화 부르고 여론 왜곡"

중앙일보 2018.04.27 18:42
네이버의 뉴스댓글 정책이 사회구조적으로  대립과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재처럼 호감·비호감 숫자에 따른 댓글 배열에선 여론조작을 막을 수 없으며 일반시민의 의견까지 왜곡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네이버가 공론장 역할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27일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사회과학데이터혁신연구센터 주최로 열린 '댓글조작을 통해 본 한국 인터넷 여론형성의 현황과 개선방안' 토론회에서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네이버가 댓글조작 등의 문제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상업성에 치중해 공론장 역할에서 책임 있게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 데에 같은 의견을 냈다.  
 
이날 발제자 중 한 명으로 참여한 한규섭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과)는 포털의 뉴스정책 문제점으로 '가두리 양식의 비즈니스 모델'을 지목했다. 한 교수는 "기사 노출이 포털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에서 기사 품질과 무관하게 노출도만 높이면 언론사가 성립할 수 있으며, 그 결과로 언론사 난립과 어뷰징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중앙DB]

[사진=중앙DB]

"네이버의 조치 이후 댓글여론 왜곡 더 악화" 
한 교수에 따르면 2015년에 상위 20개 검색어 기준으로 네이버 첫 페이지에 등장한 언론사 584곳 중 '인터넷 뉴스사'가 62.16%(363번)로 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에 반해 종합일간지는 3.6%(21번), 지상파는 0.68%(4번)밖에 되지 않았다. 이런 뉴스 노출이 충분한 취재력을 갖춘 '고비용' 구조의 언론사의 생존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게 한 교수의 분석이다.  

 
토론자로 참여한 강정한 연세대 교수(사회학과)는 '네이버 댓글 설계의 수정으로는 댓글에 나타난 여론이 왜곡되는 것을 개선할 수 없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순호감도순으로 댓글이 노출되게 하고 있다. 순호감도 기준은 '추천 수-비추천 수X3'에서 지난해 11월 말 '추천 수-비추천 수'로 바뀌었다. 강 교수는 이와 관련해 "기계적 댓글작업에 따른 랭킹뉴스 숫자가 올 1월에 급증했으며, 댓글 여론 왜곡이 더 악화됐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호감순 댓글 배열, 사회 분열 위험 요소"
경희대 이훈 교수(언론정보학과)는 "인터넷상에서 왜곡되기 쉬운 여론 동향이 일반 시민의 의견까지도 변질시킬 수 있으며, 나아가 사회구조적인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이번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특정 집단의 여론 조작에 대한 책임 여부를 떠나 인터넷이 시민의견의 공론장으로서 갖는 역할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는 데서 심각성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네이버의 호감순 방식은 특정 담론에 대한 질적 검증보다 단순히 양적 비교에 따른 가치판단을 유도할 위험성이 있으며, 댓글을 둘러싼 의견 대립은 여론 왜곡의 가능성을 넘어 우리 사회를 더욱 분열시킬 수 있는 위험요소로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댓글의 폐해가 심각하다면 구글처럼 원천적으로 댓글을 달 수 없게 하거나, 현재의 호감 순 방식에서 과거의 최신순 방식으로 회귀해 여론 조작의 가능성을 최소화하자"고 제안했다. "포털 사이트를 통한 뉴스의 인링크를 폐지하고 아웃링크를 의무화하면 댓글 경쟁과 양극화 구도를 방지하는 효율적 수단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계적 댓글작업 랭킹뉴스 기사 건수 추이. [정지완 등]

기계적 댓글작업 랭킹뉴스 기사 건수 추이. [정지완 등]

"인링크 유지 시엔 댓글 기능 없애야" 
박영득 연세대 사회과학데이터혁신연구센터 교수는 "네이버 댓글정책이 다수 의견이 더욱 강조되게 만들고 소수 의견은 위축시킨다"고 지적했다. "진리가 다수결로 정해질 수 없는 것처럼 공감 수가 비공감수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의견이 더욱 많이 노출되어야 하는 의견은 아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인링크 방식을 유지할 경우엔 포털에서 댓글 기능을 제공하지 않을 것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포털에서 댓글을 달 수 없어도 이용자의 소셜미디어 계정이나 언론사 홈페이지의 댓글 기능에서 의견 표명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포털에서 댓글 기능을 유지할 경우엔 추천·비추천 기능을 폐지하는 방법도 대안의 하나로 제시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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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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