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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날, 간첩 잡던 공안검사들 '노동법' 열공

중앙일보 2018.04.27 16:20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대검찰청 공안부는 서울 서초동에서 학술대회를 열었다. 
대검은 "노동법 이론실무 학회와 ‘형사법의 관점에서 바라본 노동법’이라는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대검이 노동 분야 학회와 학술대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북회담에 새 역할 찾아야 하는 공안검사들
최초로 노동 학회와 공동학술대회 열어
문무일 “노동 전문성 키우는데 도움될 것”
김선수 변호사 “공안 폐지 내지 축소” 주장
공안사건 특수성 인정해야 한단 반론도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담당하는 공안부는 그동안 대공(對共ㆍ공산주의자를 상대) 분야가 역할의 핵심이었다.
이를 지휘하는 대검 공안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쪽 땅에 첫 발을 내디딘 날 ‘노동’에 방점을 둔 세미나를 개최한 것이다. 문무일 검찰총장도 참석했다.
대검찰청 공안부가 노동법이론실무학회와 '형사법의 관점에서 바라본 노동법'을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27일 개최했다. 문무일 검찰총장도 참석했다. 현일훈 기자

대검찰청 공안부가 노동법이론실무학회와 '형사법의 관점에서 바라본 노동법'을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27일 개최했다. 문무일 검찰총장도 참석했다. 현일훈 기자

일각에선 이를 두고 “공안 검사들이 사회 흐름에 맞춰 새 역할 찾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크게 ①대공 ②선거 ③노동 사건을 다루는 공안부가 ‘전공’을 대공 수사에서 노동 쪽으로 옮기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문 총장은 이날 “논의되는 내용은 검찰이 노동 사건의 전문성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고 강조했다.
 
공안부의 대공 수사는 특수부와 함께 검찰 수사의 중요한 한 축이었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계속 바뀌었다. 
과거 보수정부 시절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실제로 이명박ㆍ박근혜 보수 정부 10년간 공안 검사 출신들이 요직에 배치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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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들어 법조계에선 한국 사회가 냉전 패러다임에서 남북 화해·협력에 중점을 두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 중이기에 바뀐 상황에 맞게 공안부 역할을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이날 기조연설을 한 김선수 변호사는 “대기업은 그동안 갑질하고 노동법을 무시했다”며 “이는 검찰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노동법 위반에 대한 검찰의 처벌이 미온적이었다는 지적이다.  

또 노동 문제가 공안에서 처리하는 사건의 대부분이라며 “공안부를 폐지하거나, 적어도 노동ㆍ학원ㆍ종교 이런 분야는 공안부 관할에서 떼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공동학술대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는 문무일 검찰총장. 현일훈 기자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공동학술대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는 문무일 검찰총장. 현일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법무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검찰이 2015~2017년 공안사건으로 접수한 사건(27만3911건) 중 노동사건(24만2011건)이 88.4%를 차지했다. 반면 대공사건은 3331건으로 100건 중 1건(1.2%)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산하 개혁위원회를 중심으로 공안부의 조직 개편과 명칭 변경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면 공안 검사 본연의 역할은 시대 변화와 관계없이 일정하게 유지돼야 하며, 수사의 특수성 또한 인정돼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공안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간첩은 조직범죄 중에서도 가장 은밀하다. 일반 형사범들과 같이 수사할 순 없다”고 반박했다. 현직에 있는 한 공안부 검사는 공안부 폐지론에 대해 “공안사건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는 데 목적이 있다. 공안사건의 특수성에 대해 이해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MBC 비제작 발령, 부당노동행위”=이날 대검 공안부의 공동학술대회에선 MBC 사측이 파업에 참가한 노조원 수십명을 취재ㆍ제작 부서에서 배제한 후 신설된 비제작부서로 발령 낸 것이 부당 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도엽 서울서부지검 검사는 “조합원 개인에 대한 부당한 전보라 할지라도 노조 조직ㆍ운영에 대한 지배ㆍ개입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며 “부당 전보가 노조 가입이나 활동을 이유로 이뤄진 것이라는 점이 입증되면 ‘지배ㆍ개입’과 함께 ‘불이익취급’에도 동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김 검사는 부당한 발령이 사측의 인사권 행사와 쉽게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검찰 등 수사기관이 충분한 사례를 축적해 혐의를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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