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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합병은 금산분리 위반" 김상조 발언에…엘리엇 반박

중앙일보 2018.04.27 15:43
현대차 대 엘리엇의 ‘결투’는 2라운드로 접어들고 있다. 현대차는 1조원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지만 엘리엇은 공세를 늦추지 않을 모양새다.  
  
27일 엘리엇은 하루 전인 26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합병 후 지주사 분할 현행법 위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입장문을 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중앙포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중앙포토]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지주회사 전환 시 금융 자회사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법률 준수 문제에 관한 김상조 위원장의 언급에 주목하고 있다”며 “그런 우려가 바로 엘리엇이 23일 자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문제가 해당 법률과 규정에 따라 2년의 유예 기간 내에 해결돼야 함을 명확하게 밝힌 이유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상조 위원장은 26일 한 포럼 기조 강연에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해 지주회사화하는 것은 금산 분리를 규정한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짚었다.  
 
금산 분리는 산업 자본에 해당하는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사를 소유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이다. 현대차 계열사로는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등 금융사가 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지금 상태에서 합병한 후 지주회사로 분할 설립하면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사를 소유하게 되는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음을 김 위원장은 지적했다.
 
하지만 엘리엇은 2년 유예 기간 현대차그룹이 금융 계열사를 정리하고 지주회사 설립에 나서야 한다며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한편 현대자동차는 27일 1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발표했다. 현대차가 자사주를 소각하는 건 2004년 이후 14년 만의 일이다.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현대차 경영진을 겨냥한 ‘도발’을 시작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나온 결정이다.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사옥. [중앙포토]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사옥. [중앙포토]

현대차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보통주 660만8292주, 우선주 193만1275주 등 총 853만9567주를 소각하기로 의결했다. 전체 발행 주식(2억8548만 주)의 2.99%에 달한다. 장부상 금액으로는 9723억2222만원이다.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보유한 일정량의 자사 주식을 없애는 걸(소각) 말한다. 전체 기업 가치는 그대로지만 발행 주식 총량은 줄어든다. 소각한 자사주 가치만큼 다른 주주가 보유한 지분 가치가 올라가는 효과가 난다. 
 
자사주 소각은 배당과 함께 기업이 벌어들인 돈의 일부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주요 방식으로 꼽힌다.  
 
보통 기업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자기 회사 주식을 소각하거나, 아니면 시장에서 자사 주식을 사들인 다음 소각하는 방식을 쓴다. 현대차는 이 두 가지 방법을 다 활용할 계획이다. 
 
소각하기로 한 주식(보통ㆍ우선주 합산) 가운데 568만4784주는 기존에 현대차가 갖고 있던 주식이다. 현대차는 나머지 285만4783주는 30일부터 오는 7월 27일까지 장내에서 사들인 다음 소각한다. 
 
자사주 소각 예정일은 7월 27일이다. 현대차 측은 자사주 소각 이유를 “주주 가치 제고”라며 엘리엇과는 상관없다고 밝혔다.
 
폴 싱어 엘리엇 매니지먼트 회장. [중앙포토]

폴 싱어 엘리엇 매니지먼트 회장. [중앙포토]

 
하지만 시장에선 엘리엇의 공격을 주요 배경으로 본다. 엘리엇은 지난 4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주식 10억 달러(약 1조700억원) 상당을 보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3주 뒤인 23일 네 가지 요구를 공개했다. 
 
①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합병 후 지주회사화 ②유보 현금 축소와 자사주 소각 ③ 배당 지급률의 인상 ④다국적 회사 경험 이사 3명 추가 선임 등이다.  
 
엘리엇은 주주 행동주의 투자 방식을 쓰는 헤지펀드다. 폴 싱어(74) 회장이 1977년 설립했다. 다양한 국적의 연기금, 국부펀드, 자산운용사로부터 위탁받은 약 350억 달러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주주 행동주의 투자를 표방하는 헤지펀드 중에선 세계 최대 규모로 꼽힌다.
 
현대차 경영진 측은 자사주 소각 결정과 엘리엇의 관련설을 부인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현대차가 엘리엇 요구 가운데 두 번째인 ‘유보 현금 축소와 자사주 소각’을 받아들인 셈이 됐다. 
 
시장에선 올 1분기 영업실적을 두고 투자자의 실망감이 번지고 있는 것도 14년 만의 현대차 자사주 소각 결정 이유의 하나로 보고 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영업이익 잠정치는 본사 추정치와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를 각각 30.6%, 29.9% 하회했다”며 “영업이익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늘어난 인센티브와 불리했던 환율”이라고 분석했다. 
 
강 연구원은 “현대차는 이날 공시를 통해 발행 주식 수 대비 3%의 소각 계획을 밝혔다”며 “지배구조 변화 과정에서 처음 나온 주주 친화 정책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며, 향후 추가 계획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현대차 주가는 1조원 자사주 소각 결정에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지 않았다. 전일 대비 1500원(0.96%) 오른 15만8000원으로 마감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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