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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경협할 때, 중국을 끼워야 하는 이유는?"

중앙일보 2018.04.27 11:48

수교 1년전인 1991년 중국을 여행한 뒤 25년동안 현지에서 살게 된 학자가 있습니다. 베이징대 세계 경제학과 연수를 거쳐서 중국 인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북경외국어대학 국제상학원 교수로 재직중인 우진훈 교수의 이야기입니다.  

2002년부터 동북아 경제협력포럼의 사무총장과 싱크탱크 포럼오래의 운영위원을 겸하고 있습니다. 우 교수를 차이나랩이 4월 24일 만났습니다. 그는 올해 1월 나온 <중국식 경영>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25년간 중국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중국 시장을 연구하며 얻은 지식들이 담긴 책입니다. 우 교수가 중앙일보 중국 연구회를 위해 준비한 '중국 이해와 중국식 경영' 강연을 소개합니다.  
 

-<중국식 경영>저자 우진훈 교수 강연
- "상하이 정부가 이랜드 보고 영원히 있어달라고 했다"

사드 사태로 인해 어려움을 겪으셨던 사업가들, 향후 중국 사업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심중이신 분들과 내용을 공유합니다.  

우진훈 교수 [출처: 차이나랩]

우진훈 교수 [출처: 차이나랩]

한국인들이 중국서 사업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중국에서 매년 실종자 혹은 돌연사 접수를 받는 한국인들을 보면 통상 1000명이라고 하는데 많이 잡으면 5000명은 될 거다. 사연을 들으면 마음이 아프다. 세관에서 물건 통과가 안 되어서 고민하다가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이런 현장을 보면서 제가 중소기업 대상으로 매번 드리는 말씀이 있다. "암 걸리고 부인께 이혼 통보 받고 싶으시면 지금 그냥 오세요. 대신에 대를 이어 사업하고 싶으시면 지금의 중국을 반드시 공부하세요" 라고 말이다.

 
사드 사태는 이미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앞으로도 이런 일이 없으리란 보장이 없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중국에 대한 이해부터 높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중국식 경영'을 해야한다. 중국식 경영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중국 공산당과 호흡을 같이 하고 실용주의자인 중국인을 만족시키는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마음을 사고, 중국 국가 자본주의의 조력자가 되어라"이다. 이게 되어야 '극중'도 가능하다.  
 
한중간에 물적 교류의 황금기는 끝났다. 이제는 '극중'의 정신으로 무장하고 사업에 임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게 우 교수의 제언이다. [출처: 차이나랩]

한중간에 물적 교류의 황금기는 끝났다. 이제는 '극중'의 정신으로 무장하고 사업에 임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게 우 교수의 제언이다. [출처: 차이나랩]

일단 공산당과 중국인들의 사고를 알아야 한다. 저는 평소부터 중국을 무시하거나 무례하게 했던 것부터가 잘못됐다고 본다. 어린 연차라고 중국인 비서관, 서기관 등에게 한국 측에서 '갑질'을 한 건 아닌지, 화장품 사지 않고 나가는 중국 고객 뒤에 한국어로 욕을 한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일본의 사례를 보자. 중국은 영토분쟁 때문에 일본에 대한 감정이 있었는데도 많은 중국 청년들이 일본을 가고 싶은 나라로 꼽고 관광을 간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자국 내에서 일상적으로 겪는 천박함과 무례함이 일본에는 없기 때문이다.  

 

1. 중국이 선택한 최고의 상품은 공산당

 
중국을 이해하는데는 4가지 대전제가 있다.  
 
1. 운명적 발전. 2. 중국 공산당. 3. 사회안정. 4. 중국식 자본주의.
단언컨대 중국인들이 선택한 최고의 '상품 및 서비스'는 공산당이다. 중국은 공산당이나 강자가 권력을 잡아도 그걸 "독재다"라고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지극히 실용주의적으로 받아들인다. "아~당분간은 전란이 없겠구나. 내 이익을 창출할수 있겠구나. 강력할수록 독재할수록 사람들은 발뻗고 자겠구나. 내가 몇십년간은 벌어먹고 살겠구나"라는 식이다. 이게 사회안정과도 연결된다고 본다.  
중국의 실용주의자들이 절실히 요구하는 것이 사회 안정이다. 안정을 위해서는 청나라나 명나라나 어떤 정부나 상관이 없다.  
 
언론들에게 "시진핑 1인 독재"라고 강조하는데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오히려 인민들의 실용주의가 낳은 결과로 봐야 한다.  
 
인민들은 시장을 통해 비즈니스를 하고 이윤을 누린다. 이걸로 중국 내수가 팽창된다. 공산당의 통치 기법은 더 세련되어지고 만족스러워진다. '시진핑'이라는 좋은 상품을 신세대들이 택했다. 그리고 시진핑이 잘 하는지를 지켜 보겠다는 게 중국인들의 입장이다.
 
시진핑은 이제 향후 5년의 실적을 중국인들에게 증명해내야 한다. 양안통일문제, 빈곤탈출, 환경오염 등이 그가 해결해야할 문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중국은 후륜구동으로 가는 차다. 지도자가 허접하든 똑똑하든 앞에 세워놓고 게임의 룰 제정자인 공산당이 사실상 지배를 한다. 한국이나 미국은 전륜구동이라고 보면 된다.  
 
이걸 전제에 두지 않고 중국서 사업을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런데 우리는 공산당을 너무나 연구하지 않는다. 한국인 2000여명이 중국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500명은 중의학이고 중국 공산당 당사 연구는 거의 없고 제가 아는 분은 한 분에 불과하다. 공산당의 뿌리와 그 탄생배경을 봐야지만 중국의 경제 국제 교류 등 모든 걸 볼  수 있다.  
 

2. CEO의 중국관 정립과 학습  

 
각 그룹별로 중국 공부를 다시 해야하는 것 아닌가 할 정도다. 지금은 중국 업체의 경쟁력을 이기기 어려워졌다. 유통만 예를 들어 봐도 그렇다. 중국 로컬 기업은 중간상과의 관계, 협상 능력 등 모든 분야에서 외국 기업이 이길 수 없는 실력을 갖췄다.   
 
중국은 공산당의 영도하에 국가 자본주의를 이끌어가는 체제로 되어 있다. [출처: 이매진 차이나]

중국은 공산당의 영도하에 국가 자본주의를 이끌어가는 체제로 되어 있다. [출처: 이매진 차이나]

3. 현지화를 넘어서서 동화된다는 전략적 사고  

중국에 아예 안 갈 거면 안 가도 된다. 그러나 일단 가게 되면 거기에 동화되어야 한다. 혹자는 중국 사업에서는 제도의 불합리함이 발목을 잡는 게 아니라 가장 큰 적은 한국 본사라고 할 정도다. 현지화를 뛰어넘는 '동화'까지 생각해야 한다.  
 

4. 제품의 기술력과 디자인에 승부  

현대차 제조시간도 중국 공장이 이미 한국보다 9시간을 단축해버렸다. [출처: 차이나랩]

현대차 제조시간도 중국 공장이 이미 한국보다 9시간을 단축해버렸다. [출처: 차이나랩]

한국은 중국보다 1시간 빠르다. 그래서 한국의 기술수준은 마치 영원히 1시간 빠른 '시차'처럼 항상 중국과 격차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중국의 하청업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중국인들은 더욱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출처: 이매진 차이나]

중국인들은 더욱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출처: 이매진 차이나]

 

5. 필드 전투형 핵심 엘리트 육성  

중국인들은 출신 배경을 보지 않고 사람 그릇에 따라서 대우한다. 그리고 중국은 공산당의 나라다. 그러니 당연히 한국에선 공산당을 다룰만한 인물을 키워야 한다. 한국의 관료나 위정자를 보는 중국인들의 반응을 아는가? 삼국지를 스무 번을 봐도 제갈량이 없다는 평가를 들어서야 되겠는가. "한국인들은 조어대에 묵게 해주고, 사진 찍게 해달라면 세 번 정도 거절했다고 들어주자"는 게 통한다면 얼마나 답답한가. 중국은 우리보다 한국을 더 많이 조사했다. 국회의원들의 성향도 다 안다. 1회성으로 교류하는 것에 대해서도 중국 측에서는 불만이 많다. 당파나 파벌, 개인의 입신양명만을 위해서 움직이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은 얕잡아 보고 있다. 한국에는 그래도 서희 장보고 김춘추 같은 인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할 텐데...직급 고하를 막론하고 제대로 된 인재가 없다는 정서가 중국에 정착되어선 안 된다.    
 
중국인들은 사업에 있어서는 자비가 없다. 한국인들이 실수로 내부 가격을 다 오픈하면 중국은 잔인할 정도로 깎아칠 것이다. 우리는 더 영악하게 그리고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 과거엔 그냥 불나방처럼 달려들듯 했다면 이제는 전략적 인내심도 발휘하고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  
 

6. 중국 신세대 관리와 CSR 적금  

 
중국의 중산층은 엘리트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진 중국에게 부족한 건 만족스러운 사회적 '가치' 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한국의 도덕적 수준이 중국과 별 차이 없으면 안 되지 않는가. 중국 신세대들이 원하는 높은 도덕적 가치를 만족시켜주는 국가, 이런 국가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또한 중국의 신세대를 잘 지켜보고 이들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들은 좋은 상품을 선택하는 데서 자유와 만족을 느낀다. 특히 가정의 교육과 소비 담당의 대부분은 여성이므로 중국 여성들은 중요한 연구 대상이다.  
 
그렇다고 중국 신세대와의 관계를 다질 때 굳이 아부하거나 아첨할 이유는 없다. 조조는 아부하는 사람의 목을 베라고 했다. 중국인들은 최근 들어 사회적 도의적 책임에 대해 엄격하게 생각하고 있다. 자기가 듣고 싶은 말만 하는 사업 파트너가 아닌 자신의 주장을 말할 땐 확실히 말하는 파트너를 오히려 선호한다. 중국의 노조에 해당하는 공회도 자발적으로 설립해서 중국 근로자와의 교감 증대가 필요하다. 기업의 사회적책임(CSR)과 관련해서는 "오랫동안 '적금'을 부은 사람에게는 약하다"는 명제를 설명하고 싶다. 제가 중국에 25년을 있으니 중국인들도 아무래도 몇 차례 중국 오고 가는 사람에 비해서는 신뢰를 준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 깊이 사귀자.    
 

7. 중국 문화 사상을 비즈니스와 외교 전략에 활용(한류는 신중하게)

 
이게 가능한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국의 문화와 사상을 잘 버무려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과도한 한류 마케팅은 독이다. 예전에 우리 자동차 업체가 부스를 가장 크게 해서 프로모션을 했고 케이팝 스타를 데려가서 신형 제품 발표회를 성황리에 끝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정작 차를 구매하기 위해서 갔던 사람은 접근도 못했고 옆 부스는 한국 차 업체 때문에 장사 망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물론 한류 스타들이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는 있지만...신중하게 마케팅을 해야한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이제 한국은 변화하는 중국 내 산업환경에 적응하며 다음의 5대 행복산업 (관광 / 문화 / 체육 / 건강 / 양로)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 5대 행복산업은 또 우리나라가 경쟁력이 있는 사업들이다.  
 
우진훈 교수는 과거 한국이 영위하던 중국 사업들이 의식주행 위주였다면 이제는 과학, 교육, 문화 등으로 포커스를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출처: 차이나랩]

우진훈 교수는 과거 한국이 영위하던 중국 사업들이 의식주행 위주였다면 이제는 과학, 교육, 문화 등으로 포커스를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출처: 차이나랩]

 

중국에선 어떤 기업들이 성공을 거뒀는가.  

 
[출처: 차이나랩]

[출처: 차이나랩]

 
이랜드가 대표적이다. 이랜드 옷 브랜드 2개가 들어가면 중국 3~4선 도시에선 성공한다는 공식 아닌 공식이 있다. 납세 모범 기업이기도 해서 한정이 상하이 시장을 할 때 "상하이에서 떠나게 하고 싶지 않은 외국 기업 두 개가 있다. 첫째가 코카콜라, 둘째가 이랜드"라고 했다. 현대차는 '베이징'현대로 파트너를 맺은 게 잘 한 것이다. 중국서 '베이징'이라는 건 일종의 개런티다.  
 
[출처: 이랜드 그룹 중국 홈페이지 캡처]

[출처: 이랜드 그룹 중국 홈페이지 캡처]

 
하나은행의 경우는 지린 은행의 18% 지분 인수를 통해 꾸준하게 2선도시에서 실적을 내고 있다. 오리온은 한국 브랜드임을 크게 강조하지 않고 어린이 입맛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이런 기업들도 안심할 수 없다. "내가 천하 제일"이라고 떠들면 언제나 죽는다. 각 분야 2등이라도 각 분야에서 2등으로 길고 오래가는 게 낫다. 무조건 1등만 사수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우 교수는 기술 혁신, 인재 역량, 시장 팽창이 경제를 성장시키는 3대 젖줄이라고 봤다. [출처: 차이나랩]

우 교수는 기술 혁신, 인재 역량, 시장 팽창이 경제를 성장시키는 3대 젖줄이라고 봤다. [출처: 차이나랩]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도 잘 연구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일대일로를 뜯어보면 육상은 시장 창출, 해상은 원자재 수입 통로 확보다. 즉, 육상 실크로드는 경제, 해상은 군사로 귀결된다.  
 
중국은 자원 부국인 것처럼 보여도 소비가 워낙 많아 자원 빈국이다. 과거 말라카 해협이 차단되었을 때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걸 중국도 봤다. 그러므로 한국은 중-한-북-러 경제 회랑 사업을 주도하는 한편, 일대일로 사업에 대한 레버리지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 우리가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저는 중국과의 사업이 한국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라고 본다. 일례로 남북한의 협력은 남에서도 북에서도 그리고 제3국에서도 할수 있다. 중국 창춘이나 선양(심양)에다가 공단 등을 세우면 중국 정부가 반길 테고. 북한의 개혁 개방이 모세혈관처럼 작용하도록 만드는 걸 한국과 중국이 같이 하는 것이다.  
 
김정은 정권은 경제를 중시한다. 우스개말로 북한의 당은 두 개다. 장마당(시장을 의미) 그리고 공산당이라고들 한다. 장마당이 결국 김정은을 국제 무대로 나오게끔 했다. 중국과 같이 한국-북한-중국이 경협을 하게 되면 우리가 중국에 대한 상당한 레버리지를 갖게 될 수 있다. (변수는 3개의 회담이다. 4월 27일에 열리는 남북 회담, 북미 회담, 북중회담, 이 세 가지에 달렸다.)
 
중국 경제에 대해서는 붕괴론이 항상 있지만 내수 위주로 안정되게 성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민간 투자가 증가한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위안화도 장기적으로 절상될 것이다. 인프라를 깔아주는 중국이 고마워서라도 세계는 위안화를 쓰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대중수출에는 장기적으로 유리한 국면이다.  
 
차이나랩 서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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