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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공천심사장에 장관이,이재명은 '일베' 논란…민주당 공천 잡음

중앙일보 2018.04.27 06:00
지난 25일 서울시 구청장 선거에 내보낼 후보를 정하는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 회의. 전혜숙 위원장을 비롯해 강병원·김병기·남인순·박용진 등 위원들이 공천 심사를 진행하는 도중에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회의실을 찾았다.
 
영등포갑 지역구 국회의원 자격으로 이곳을 찾은 김 장관은 조길형 현 구청장이 영등포구청장 선거에 나갈 기회를 줄 수 있도록 채현일 전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과 경선을 붙여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공천관리위원들은 결국 이날 회의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영등포구청장 후보는 이날 발표에서 제외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왼쪽)이 지난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건설업 안전보건 리더 회의’에 참석한 모습. [뉴스1]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왼쪽)이 지난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건설업 안전보건 리더 회의’에 참석한 모습. [뉴스1]

 
김 장관의 행보는 당내에서 논란이 됐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공심위의 판단에 맡겨야 하는 일인데 한국GM 사태 등 심각한 현안이 있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역구 구청장 공천 문제 때문에 굳이 회의장까지 직접 찾아올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6·13 지방선거의 후보 공천을 놓고 민주당 내부의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공천 경쟁의 후유증은 더 커질 조짐이다. 일단 공천을 받으면 당선될 가능성이 큰 만큼 ‘내전’이 본선보다 더 치열한 것이다.
 
최성 고양시장은 26일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하자 반발했다. [트위터 캡처]

최성 고양시장은 26일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하자 반발했다. [트위터 캡처]

 
26일 경기도 고양시장 후보 공천에서 탈락한 최성 현 시장은 트위터에 “갑질 국회의원에 의한 희생은 저 최성에서 끝나기를 희망한다”며 “민주당 대선 경선 출마 이후 지역 국회의원의 ‘최성 시장 죽이기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더니 드디어 저를 경선조차 배제하네요…. 참 충격적”이라고 썼다. 자신이 지난 대선 때 민주당 후보 경선에 나섰다는 이유로 이번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최 시장은 그러면서 공천 심사 재심을 신청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민주당 공천=당선’ 공식이 성립할 가능성이 농후한 광주와 전남 지역에서도 공천에서 배제된 예비후보들이 잇따라 재심 신청을 하며 강력하게 반발을 하고 있다.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를 놓고 경쟁했던 이재명 전 성남시장과 전해철 의원 [중앙포토]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를 놓고 경쟁했던 이재명 전 성남시장과 전해철 의원 [중앙포토]

 
이런 후유증은 광역단체장 단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일 경선을 통해 친문계의 핵심인 전해철 의원을 꺾은 이재명 전 성남시장은 경기지사 후보로 확정된 뒤에도 당내 반대 진영으로부터 끊임없이 공격을 당하고 있다.
 
이 전 시장은 이미 경선 기간에 ‘혜경궁 김씨(@08_hkkim)’ 트위터 계정이 누구 것인지를 놓고 전 의원 측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전 의원 측은 이 문제를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까지 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에는 보수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에 회원으로 가입한 전력이 공격 소재가 되고 있다. 이 전 시장 측은 “(일베에서) 허위 사실 유포와 관련된 글을 찾아내 대응하기 위해 가입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재명 전 성남시장은 지난 24일 일베 회원 가입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전 성남시장은 지난 24일 일베 회원 가입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페이스북 캡처]

 
그러자 이 전 시장은 지난 24일 밤 페이스북에 ‘치열했던 나의 과거를 되돌아보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아무것도 없이 맨주먹으로 일어서서 이곳까지 왔다. 치열한 삶은 선택이 아닌 유일한 생존수단이었다”며 “트위터 계정 논란도, 일베 활동설도 모두 제 업보일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고는 “수많은 공격을 모두 달게 받겠다. 그렇게 상대의 상처가 조금이나마 치유될 수 있다면 기꺼이 감내할 준비가 돼 있다. 저에게 상처받았을 모두에게 마음을 담아 사과드린다”고 썼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오늘의유머(오유)’를 비롯한 진보 성향 커뮤니티에는 계속해서 이 전 시장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고, 일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는 이 전 시장의 후보직 사퇴를 촉구하는 신문 광고를 내자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공천도 갈등을 낳고 있다. 추미애 대표는 당초 광주 서갑에 박혜자 전 의원을 전략공천 하려 했지만 공천 신청자인 송갑석 광주학교 이사장이 반발했다. 당 지도부 일각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자 결국 민주당은 전략 공천 대신 박 전 의원과 송 이사장의 경선을 통해 후보를 정하기로 지난 25일 결정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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