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금으로 라스베이거스 누빈 대구 지방의원들

중앙일보 2018.04.27 01:48 종합 20면 지면보기
지난해 10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방문한 대구 남구의회 의원. 이들은 지난해 10월 30일부터 11월 7일까지 미국 서부 국외연수를 떠났다. [사진 대구 남구의회]

지난해 10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방문한 대구 남구의회 의원. 이들은 지난해 10월 30일부터 11월 7일까지 미국 서부 국외연수를 떠났다. [사진 대구 남구의회]

#. 대구 남구의회 의원 5명과 공무원 1명은 지난해 10월 30일부터 11월 7일까지 미국 서부지역으로 국외연수를 떠났다. 이들은 연수 보고서에서 ‘미국 서부지역의 지방자치·도시기반시설·교육지원 방안·관광자원 벤치마킹을 통해 의원의 안목과 소양을 높이려고 한다’고 목적을 밝혔다.
 

작년 유럽·북미 등 세계 각국 연수
1인 연 최대 250만원씩 세금 지원

대부분 일정에 관광명소 포함돼
보고서에는 발췌·표절 수두룩
정부 차원서 철저한 관리 필요

하지만 이들이 방문한 지역 중 일부가 연수 목적과는 어긋나는 관광지로 이뤄져 있어 논란이 됐다. 대표적인 곳이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과 관광과 도박의 도시로 알려진 라스베이거스다.
 
익명을 요구한 남구청 한 공무원은 “로스앤젤레스 유니버셜 스튜디오나 샌프란시스코 케이블카는 각각 앞산공룡공원, 앞산 케이블카와 연결지을 수 있지만 남구(17.4㎢)의 280배가 넘는 면적(4930㎢)인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에서 무슨 벤치마킹을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대구 달서구의회 김해철 의장과 박세철 의원은 지난해 12월 21~26일 일본 오사카(大阪)·고베(神戶)·교토(京都) 등을 방문했다. 일본의 지진 정책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1~2일차에 오사카부청 위기대책과, 오사카 쓰나미 해일 스테이션, 고베 지진 메모리얼 파크 등 지진 관련 기관을 견학했다.
 
3~4일차엔 유명 사찰인 교토 긴카쿠지(金閣寺·금각사), 나라(奈良) 도다이지(東大寺·동대사)이나 오사카성(大阪城)을 방문했다. 이들 지역은 일본 관서지방의 대표적 관광 명소다. 연수 후 작성한 보고서에서 이들 관광지가 연수에 어떤 이유로 포함됐는지 설명한 내용은 없었다.
 
지난해 대구 8개 구·군 의회 의원들은 아시아·유럽·북미·오스트레일리아 등 세계 각국으로 국외연수를 떠났다. 연수 일정에는 대부분 해당 국가의 관광명소가 포함됐다. 이탈리아 나폴리 해안이나 피사의 사탑, 러시아 크레믈린궁,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등이 대표적이다. “세금으로 외국 놀러 다닌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는 지방의원 1인당 연간 최대 250만원의 여비가 세금으로 지원됐다.
 
전국 지방의원 국외연수 현황

전국 지방의원 국외연수 현황

전국의 지방의원들이 세금으로 매년 1~2차례 국외연수를 떠난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은 많지 않다. 국외연수는 선진국의 지방자치·자치행정 현장을 견학해 안목을 넓히기 위한 제도다.
 
하지만 일정을 들여다 보면 연수나 선진문물 견학보다 관광이 주목적인 경우가 허다하다. 대놓고 패키지 관광 일정을 짜기도 한다. 연수 보고서를 작성할 때도 온라인에서 발췌한 내용을 출처 표시 없이 사용하거나 다른 의회 보고서를 표절해 보고서를 만들기도 한다.
 
전국 3692명(정수)의 지방의원 중 대부분이 1년에 한 번 이상 국외연수를 다녀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 차원에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년 수십억의 세금이 들어가서다.
 
2015년 발간된 행정안전부 ‘지방의회백서’에 따르면 지난 민선 6기(2010년 7월~2014년 6월) 기간 2282차례의 국외연수가 이뤄졌다. 백서에 따르면 이 기간 ‘1만2727명이 3257개국’(중복 누적 계산)을 방문했다. 민선 6기 4년간 지방의원 국외연수에는 모두 279억5900여만원이 들어갔다.
 
반면 지방의원들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대구·경북 기초의원들만 따지더라도 4년 임기 동안 조례안을 1건도 발의하지 않은 의원이 400명(대구 116명·경북 284명) 중 72명(18%)에 달한다. 이 중 32명은 시정질문이나 5분 발언조차 하지 않았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연수에 관광성 일정이 많은지 사전에 꼼꼼히 심의하고 연수에서 배운 것들을 의정에 잘 반영하는지도 철저히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