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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대북 확성기 꺼지니 … 파주 부동산 가격이 들썩

중앙일보 2018.04.27 01:38 종합 20면 지면보기
남북 정상회담과 남북 간 확성기 방송 중단 등으로 파주·연천 등 경기 북부 접경지역에 훈풍이 불고 있다. 민통선 지역 주민들은 오랜만에 조용한 일상을 맞았고, 민통선 지역을 중심으로 땅값도 들썩이고 있다.
 

남북 ‘훈풍’에 파주·연천 ‘온풍’
양측 확성기 중단, 조용한 밤 보내
주민들 “평화 오는 듯 … 실감 안 나”

민통선 땅값 20% 상승, 품귀현상도
전문가 “리스크 커 투자 주의해야”

지난 24일 오전 11시쯤 경기도 연천군 중면 중부전선 민간인 출입통제선 내 임진강 평화습지원. 이곳과 군사분계선 간 거리는 1㎞가량이다.
 
기자가 찾은 이날  평화습지원은 그야말로 조용했다. 평소 대북·대남 방송이 온종일 이뤄지던 곳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바람 소리, 새소리, 임진강 물소리만이 들려왔다. 이광길(64) 임진강 평화습지원 관리소장은 “어제 오전 대북 확성기 방송이 중단되더니 오후부터는 북한이 온종일 시끄럽게 틀어대던 대남 방송도 멈췄다”며“평소 밤이면 마을 방송 소리보다 시끄럽게 북한 체제 선전 등의 내용을 남쪽으로 틀던 북한 확성기 방송이 끊겨 오랜만에 조용한 밤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가 소음도를 측정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가 소음도를 측정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이날 대남·대북 방송 실태 현장조사에 나선 이석우(59)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는 “소음측정기로 재보니 소음도가 확성기 방송이 나오던 때의 절반 정도인 30∼50㏈(데시벨)로 나타났다”며 “민통선 지역이 고요함을 되찾았다”고 했다. 그는 “우리 측이 대북 방송을 중단함과 동시에 북한 측도 대남 방송을 중단한 것을 볼 때 이제야 접경지역에 평화가 정착될 조짐을 보이는 것 같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남·대북 방송으로 인한 소음에 무방비로 노출돼 고통을 겪었던 민통선 내 횡산리 마을 주민들도 모처럼 찾아온 대남·대북 방송 동시 중단을 반겼다. 이정열(65) 부녀회장은 “그동안 대남 방송보다 대북 방송 소리가 더 크게 들려 힘들었는데, 어젯밤에는 아무런 소음이 들리지 않아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서쪽도 마찬가지였다. 경기도 파주시 진동면 동파리 민통선 내 해마루촌의 조봉연(63) 농촌체험마을추진위원장은 “대북 방송이 어제 오전부터 중단되고 오후엔 북한의 대남 확성기 소리도 끊겼다”며 “그동안 집 바깥으로 나서면 온종일 윙윙거리는 대남 방송 소리가 들려 늘 힘들었는데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통일전망대에서 관광객들이 망원경으로 북한 지역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통일전망대에서 관광객들이 망원경으로 북한 지역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군은 지난 23일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대북 확성기 40여 대를 껐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진 조치다. 1963년 5월 1일 서해 부근 휴전선 일대에서 처음 시작된 대북 확성기 방송은 남북관계가 호전됐을 때는 중단됐다가 악화했을 때는 다시 켜지기를 55년간 반복해 왔다.
 
민통선 지역 땅값도 최근 크게 오른 상태에서 매물이 없을 정도로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파주시 아동동 고려부동산 황봉모(63) 대표는 “남북 화해 무드가 본격 조성되고 있는 요즘 하루 3∼4건 정도 민통선 지역 땅을 사려는 부동산 투자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올해 들어 나와 있던 민통선 땅 4건이 최근 모두 팔린 데다 추가 매물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어서 매물을 구하러 다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추세가 반영돼 지난해 말 12만∼15만원(3.3㎡당) 하던 민통선내 도로변 땅값이 현재는 20% 정도 올라 15만~20만원한다”고 말했다.
 
이 같이 민통선을 중심으로 한 접경지역 부동산의 과열현상을 놓고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파주 지역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과거 사례를 볼 때 남북관계는 항상 변동성이 컸기 때문에 지금 당장의 기대심리에서 무리하게 부동산 투자를 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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