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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빅뱅 회담, 극장 회담

중앙일보 2018.04.27 01:27 종합 34면 지면보기
정효식 워싱턴 특파원

정효식 워싱턴 특파원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인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열린 ‘2018년 대북정책 전환’이란 정책토론회. “빅뱅 서밋” “극장 서밋”이란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오늘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개막하는 남북 정상회담과 이르면 다음달 열릴 북·미 정상회담 성격을 간결하게 규정해서다.
 
빅뱅 서밋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단계적·점진적이 아니라 모두 한꺼번에 해결하는 일괄 타결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미 정부 관료와 전문가들이 붙였다. 새로운 우주를 창조하는 빅뱅 기원설을 북핵 문제 해결에 비유했다. 토론에서 민주당 정권 인사들이 주로 참여해 회의적 시각이 많았다.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안보정책보좌관이었던 제이크 설리번은 “트럼프는 김정은과 마주 앉아 제재 완화, 평화조약은 물론 연합훈련 중단까지 모든 종류의 카드를 올려놓고 합의문을 만들려고 할 것”이라며 “수개월 뒤 가시적이고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지느냐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존 울프스탈 오바마 정부 국가안보회의(NSC) 비확산국장이 이를 받아 “차라리 이란 핵 합의는 간단했다”며 “북한이 8개든, 12개든 핵무기를 트럭에 싣고 폐기하면 어떻게 검증할 거냐. 협상에 수개월이 걸린다면 검증엔 수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극장 서밋은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건너 평화의집 회담장까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걷는 걸 포함한 회담 과정을 TV로 생중계하는 걸 두고 한 말이다. 회담장 풀기자단 50여 명을 포함해 내외신 기자 3000여 명이 집결하는 대규모 미디어 쇼이기 때문이다.  정 박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어떤 얘기를 했는지 억측이 난무하는 것보다는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북·미 정상회담은 그 이상 규모의 세계적 미디어 쇼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적 회담(또는 합의)의 세계적 주목을 받기 위해 회담 장소를 결정하는 요소로 미디어 접근성을 중시해서다.
 
남북 정상회담이 2000년 6·15 정상회담보다 더 큰 남북 화해의 열기를 조성해낼지, 트럼프·김정은 비핵화 합의문이 얼마나 포괄적이고 또 세세한 부분을 담아낼지는 사실 부차적이다. 얼마나 짧은 시간에 합의문이 종잇조각이 되고 열기가 식는지 우리 국민이 겪어봐서 안다. 핵 개발 장본인이 25년을 도돌이표로 만든 때문이다.
 
이번 국면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1월 1일 신년사부터 시작됐다. 미국과 한국 주도의 과거 협상은 합의문을 쓰고도 끝내 실패했다. 분단 70년 군사분계선을 넘는 첫 북한 지도자인 김 위원장이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돌아갈 길은 없다.
 
정효식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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