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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입으로 비핵화 약속하느냐에 회담 성패 달렸다

중앙일보 2018.04.27 01:22 종합 3면 지면보기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오른쪽 둘째) 등 정상회담 준비위원들이 지난 6일 판문점에 있는 도보다리를 점검하고 있다. 27일 남북 정상은 도보다리에서 친교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눌 예정이다. [연합뉴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오른쪽 둘째) 등 정상회담 준비위원들이 지난 6일 판문점에 있는 도보다리를 점검하고 있다. 27일 남북 정상은 도보다리에서 친교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눌 예정이다. [연합뉴스]

2018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26일 정상회담 일정 브리핑에서 “우리 특사단이 평양을 방문해 확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양 정상이 직접 어느 수준에서 합의할 수 있을지, 이를 어떤 표현으로 명문화할 수 있을지가 어려운 대목”이라고 밝혔다. 임 실장의 언급대로 27일 남북 정상회담의 성패는 비핵화 관련 합의가 어느 수준에서 이뤄지느냐에 달려 있다.
 

남북 정상 비핵화 합의 어디까지

지금까지 김정은의 비핵화 의사는 전언의 형태로 알려진 게 전부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방북 뒤 돌아와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3월 6일). 북·중 정상회담 뒤 중국 측은 김정은이 “선대의 유훈을 받들어 조선반도 비핵화 실현에 힘을 다하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고 발표했다(3월 28일). 정 실장이 밝힌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에는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이라는 두 가지 조건도 붙어 있었다.
 
 
이행 로드맵은 북·미 간 논의 가능성
 
27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김정은은 처음으로 자신의 입으로 비핵화에 대한 생각을 밝히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김정은의 메시지를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북한의 핵무기 제거’로 규정했다(24일 미·프랑스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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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남북 정상 간 핵 관련 합의에 꼭 들어가야 할 키워드로 ‘완전한’을 꼽았다. 문 대통령도 수차례 강조한 완전한 비핵화는 미국이 목표로 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CVID)와 연결된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남북 정상회담이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중간 길목에서 열리는 만큼 기존의 원론적인 비핵화 의지와 차별화되는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김정은 입으로 분명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핵 운반수단인 미사일까지 명확히 포함하는 의미의 ‘포괄적 비핵화’라는 약속이 나온다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정인 "북에 트럼프타워 세우면 … ”
 
26일 정상회담 메인프레스센터가 설치된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특별토론회에서 ‘북한이 비핵화 조건으로 요구하는 체제 보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북한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대동강에 트럼프타워를 세우거나 평양에 맥도날드 가게를 여는 것”이라며 “그래야 미국의 군사적인 공격으로도 안전을 보장받는다고 북한은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 의제인 비핵화는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직접 만나 담판 지을 문제다. 회담 전날까지 합의문 발표 형식과 장소 등을 확정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임 실장은 “합의 내용과 수준에 따라 (형식과 장소를) 결정하기로 했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로까지 정상 사이에 공감을 이룰 수 있을지는 참모진이 결정할 수 없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대북 소식통은 “그간 접촉에서 북측 인사들은 ‘핵은 최고지도자가 결정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고 전했다. 결국 김정은의 구체적인 언급이 나오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비핵화의 구체적인 조치나 이행 로드맵 등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외교 소식통은 “이번에는 우선 남·북·미 간 비핵화 접근법에 대한 공통분모를 최대한 넓혀 놓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만 한·미가 비핵화 프로세스의 압축을 중시하기 때문에 김정은이 초기 조치에 대해 시점을 특정하지는 못하더라도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라는 식의 두루뭉술한 언급이라도 한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핵우산 제거 ‘비핵지대화’ 꺼낼까
 
이미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이 기존의 ‘비핵지대화(nuclear free zone)’ 주장과 관련한 요구를 할지도 주목된다. 북한이 쓰는 비핵지대화 개념은 핵보유국이 특정 지역에서 핵을 사용하지 않기로 하는 것이다. 북핵을 문제 삼으려면 미국의 핵우산부터 걷어내야 한다는 게 북한의 주장이다. 북한은 2016년 7월 정부 대변인 성명에서도 비핵화 5대 조건 중 하나로 미국의 한반도 주변 핵 전략자산 전개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또 다른 핵심 의제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5일 “(남북 정상이) 불안정한 정전체제 대신 평화체제를 정착할 수 있는 제도화된 평화 구축 방안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평화협정을 염두에 둔 종전선언에 대한 공감대를 확보하고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 및 신뢰 구축 조치 등을 합의하는 게 정부의 목표다. 구체적으로는 비무장지대(DMZ) 내 경비초소(GP) 철수 등 실질적 비무장화, 서울과 평양에 대표부 연락사무소 설치, 이산가족상봉 정례화 등이 거론된다. 특히 남북의 공식 수행단에 군 핵심라인(송영무 국방부 장관·정경두 합참의장-이명수 총참모장·박영식 인민무력상)이 포함되면서 군사적 대결 종식 등을 위한 구체적 조치 합의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연평해전, 목함지뢰 도발 등 과거 충돌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번 합의에서 ‘남북 간에 어떤 경우에도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명시를 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그러면서 우리 안보를 취약하게 만드는 쪽으로 가면 안 된다. GP를 뒤로 무르더라도 휴전선의 이상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는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26일 열린 특별토론회에서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남북 평화 공조 방안을 제시하고 국회 동의 절차 등을 거치는 법제화가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 정례화할지도 관심
 
남북 정상회담 정례화 합의나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 등에 대한 언급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김정은은 지난 2월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에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특사 자격으로 보내 문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고 답했다.
 
특별토론회에 참석한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회담 장소가 판문점 남측이라는 점에서 다음에는 판문점 북측에서 하는 식으로 정례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지혜·박유미·김준영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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