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독] 특수부 엘리트 검사 사표, 시작은 불법주차 민원

중앙일보 2018.04.27 01:00 종합 18면 지면보기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민신문고' 홈페이지에 지난해 말 이상한 민원이 하나 접수됐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종종 찾는다는 민원인이 “검찰청사 내 장애인 주차구역에 장애인 차량 표지가 없는 검은색 승용차(구형 제네시스)가 계속 주차돼 있다”고 신고한 것이다.
 
이 사건은 검찰청사를 관리하는 서울고검 관리과로 전달됐다. 관리과 직원이 차적 조회에 나섰지만 불법주차 용의자(?)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차주가 검찰 직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관련 보고를 받고 현장을 확인한 서울고검 고위 인사는 "저기에 차를 댄 친구는 어떤 훌륭한 분이냐"며 신원 확인을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서울고검 감찰부가 은밀하게 감찰에 착수했다. 감찰관은 차량 주인으로 등록된 사람의 거주지를 수소문해 찾아갔다.  
 
그런데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내 이름으로 된 차량은 맞지만 친구인 A검사가 타고 다니는데 왜 그러십니까?”  
 
배짱 좋게 ‘장기 불법주차’를 감행한 인물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A검사임을 확인한 서울고검 감찰부는 그를 즉각 소환해 차량 이용 여부와 현재 거주지를 추궁했다. 이후 A검사의 실거주지를 추적하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해당 거주지의 등기부등본에 한 여성의 이름이 등장하는데 부인이 아니었던 것. 고검 관계자는 “A검사가 동거녀 명의의 전세주택에 함께 살고 있었고, 주차할 데가 마땅치 않자 친구 명의의 차량을 검찰청사 장애인 주차구역에 장기 주차해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A검사는 불화를 겪은 부인과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여성과 살고 있었다고 한다. 감찰부의 추궁이 계속되자 그는 “동거녀와 살고 있는 것이 맞고 사표를 내라면 내겠다”고 하고는 사표를 던졌다고 한다.  
  
본래 사건은 주차 위반에서 시작됐지만 검사로서의 품위, 사생활 문제 등이 드러나면서 서울고검은 A검사의 사표를 받기로 했다. 해당 내용을 보고받은 문무일(57ㆍ18기) 검찰총장은 “검사로서 자세가 잘못됐다. 사표를 수리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A검사는 서초동의 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임관 후 잘 나가던 엘리트 검사의 곡절 많은 사표 소식을 접한 고검장 출신 K변호사는 “요즘 젊은 검사들이 패기가 넘치는 건지, 검사직에 대한 소명의식이 없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검의 한 간부는 "진경준 사건, 우병우 사태 등 검찰 간부들의 일탈 사례도 경험했지만 요즘 젊은 검사들의 공직자 소명 의식은 더 취약한 것 같다"며 "외부 인사들과의 사적 거래나 교류가 많아질수록 내부 기강이 무너진다는 게 큰 문제"라고 말했다.  
 
예비 법조인인 공익법무관들의 빈번한 해외 여행도 서초동에선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서울고검은 최근 소속 공익법무관들을 상대로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외여행은 1년에 1회만 허락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서울고검의 실태 조사에서 공익법무관 중 매달 한차례 이상, 연간 10회 이상 해외에 나간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공익법무관 관리지침’에 따르면 공익법무관은 자신이 배치받은 각 기관장의 추천ㆍ허락에 따라 국외여행을 나갈 수 있다. 육군의 경우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서만 출국이 허용된다.
 
한 검찰 관계자는 "법조인이 되려는 사람들이 일반 병사와 달리 특권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 성추행진상조사단(단장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은 26일 전직 검사 진모씨 등 7명을 기소하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검찰에 따르면 진씨는 3년 전 회식 자리에서 술에 취한 같은 후배 여검사를 숙박시설로 데려가 성추행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