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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만 버거·산체스 브리또 … 일단 한번 잡숴봐

중앙일보 2018.04.27 00:02 경제 6면 지면보기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린 2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 1층 1루쪽 복도에 자리잡은 햄버거 가게 ‘버거트레일러’에는 음식을 주문하려는 관중이 길게 줄을 서있었다. 이날 야구팬들이 가장 많이 찾는 음식은 ‘산체스 브리또’와 ‘힐만스테이크 버거’였다. 외부에서 30~40개만 만든 한정 품목인 ‘산체스 브리또’는 오후 8시쯤 다 팔렸다. 판매 직원은 “요즘 제일 인기가 높은 메뉴”라고 했다.
 

야구장 별미 ‘선수 이름 딴 음식’
1998년 아이스바 ‘찬호박’이 원조
일본선 승엽 도시락·태균 버거도
스타 후광 효과 노린 음식 마케팅

프로야구 SK 와이번스는 지난해부터 야구장 내 음식의 다양화를 추진하면서 스타의 이름을 활용한 메뉴를 개발했다. 투수 산체스의 ‘산체스 브리또’. [사진 SK 와이번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는 지난해부터 야구장 내 음식의 다양화를 추진하면서 스타의 이름을 활용한 메뉴를 개발했다. 투수 산체스의 ‘산체스 브리또’. [사진 SK 와이번스]

1개당 5000원인 ‘산체스 브리또’는 지난 17일 출시된 신상품이다. 브리또는 콩·고기·밥 등을 멕시코 전통 빵인 토르티야에 말아서 먹는 음식이다. 도미니카공화국을 비롯한 중남미 국가에서 즐겨 먹는다. 올 시즌 SK 유니폼을 입은 외국인 투수 앙헬 산체스(29)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이다. SK는 산체스의 고향에서 즐겨 먹는 브리또를 개발하면서 산체스의 이름을 붙여 ‘산체스 브리또’를 선보이게 됐다. 야구장을 찾은 박지영씨는 “어떤 맛일지 궁금해서 주문했는데, 야구장에서 경기를 보면서 간단하게 먹기에 좋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야구장을 찾을 때마다 ‘힐만스테이크 버거’를 즐겨 먹는다. ‘골든켈리 키위에이드’와 같이 먹으면 더 맛있다”고 했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는 지난해부터 야구장 내 음식의 다양화를 추진하면서 스타의 이름을 활용한 메뉴를 개발했다. 힐만 SK 감독의 이름을 딴 ‘힐만스테이크 버거’. [사진 SK 와이번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는 지난해부터 야구장 내 음식의 다양화를 추진하면서 스타의 이름을 활용한 메뉴를 개발했다. 힐만 SK 감독의 이름을 딴 ‘힐만스테이크 버거’. [사진 SK 와이번스]

6600원짜리 수제버거인 ‘힐만스테이크 버거’는 트레이 힐만 SK 감독의 이름을 딴 제품이다. 3500원인 ‘골든켈리 키위에이드’는 4년차 SK 투수 메릴 켈리(30)의 이름을 넣었다. 둘 다 지난해에 나왔는데, ‘힐만스테이크 버거’는 지난 시즌 6개월 동안 2800여개나 팔릴 정도로 인기 품목이 됐다. 홈 경기(총 72경기) 하루 평균 40여개가 팔린 셈이다. 지난해 7월 출시된 ‘골든켈리 키위에이드’는 3개월 만에 1000개 넘게 판매됐다. 떡볶이·순대·치킨 등 다양한 음식이 장외에서 경쟁을 벌이는 야구장에서 이 정도 판매량은 꽤 높은 수치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는 지난해부터 야구장 내 음식의 다양화를 추진하면서 스타의 이름을 활용한 메뉴를 개발했다. 투수 켈리의 ‘골든켈리 키위에이드’. [사진 SK 와이번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는 지난해부터 야구장 내 음식의 다양화를 추진하면서 스타의 이름을 활용한 메뉴를 개발했다. 투수 켈리의 ‘골든켈리 키위에이드’. [사진 SK 와이번스]

양용석 SK 와이번스 마케팅 매니저는 “지난 시즌부터 선수들과 연계된 스토리가 있는 먹거리를 개발했다. 상품 주인공인 선수들도 만족스러워하고 팬들 반응도 좋다. 앞으로도 계속 선수 이름을 딴 메뉴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SK는 올해 홈런 11개(25일 기준)를 때려내며 특급 타자로 떠오른 제이미 로맥의 이름을 딴 햄버거도 개발 중이다.
 
국내에서 스포츠 선수의 이름을 딴 음식이 처음 시장에 나온 건 1998년 롯데삼강에서 출시한 ‘찬호박’ 아이스바였다. 당시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서 뛰었던 박찬호의 영어식 이름 ‘찬호박’의 이름을 딴 호박맛이 나는 아이스크림이었다. 박찬호의 인기와 더불어 출시되자마자 6개월 만에 20억원어치 이상을 판매했다. 2011년 한국 프로야구 화제 감독이었던 ‘야왕(野王)’ 한대화 감독(당시 한화)과 ‘야신(野神)’ 김성근 감독(당시 SK)의 별명을 딴 ‘야왕바’ ‘야신바’ 아이스크림도 있었다.
 
일본프로야구는 선수 이름을 딴 음식 마케팅에 일찌감치 눈을 떴다. 2010년 일본 지바롯데에서 뛰었던 김태균(한화)이 맹활약하자 ‘태균 김치 버거’를 개발했다. 당시 김태균이 홈런을 치면 400엔짜리 버거를 50엔으로 할인 판매하기도 했다. 또 이승엽(은퇴)이 요미우리에서 활약하던 당시엔 ‘이승엽 도시락’이 나왔고, 한신에서 뛰었던 오승환(토론토)이 주가를 올리자 ‘오승환 덮밥’도 덩달아 인기를 끌었다.
 
스포츠 스타 이름 딴 음식

스포츠 스타 이름 딴 음식

메이저리그에서도 한국 선수를 내세워 음식 마케팅이 활발하다. 지난 2014년 텍사스 레인저스는 7년 1억3000만 달러(약 1400억원)에 FA 계약을 맺은 추신수를 환영하며 샌드위치 ‘추멍거스’를 내놨다. 추신수의 성 ‘추’와 ‘휴멍거스(humongous·거대한)’를 합성한 이름으로 길이가 24인치에 달하는 대형 샌드위치였다. 개당 26달러(약 2만8000원)였는데 개막전에서 50여개가 팔렸다.
 
국내 프로야구 구단들도 최근 스타를 활용한 음식 마케팅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는 추세다. NC 다이노스 투수 이재학은 홍조증이 있어서 팬들 사이에서 ‘딸기’로 불린다. 그러자 2014년 NC 홈인 창원 마산구장에는 ‘이재학 딸기 주스’가 등장했다. 이재학이 당시 10승을 올리며 활약하자 이 메뉴는 폭발적으로 팔려나갔다. 그 뒤를 이어 NC 2루수 박민우의 이름을 딴 ‘민우에게 바나나’가 등장했다. 박민우가 바나나 우유를 좋아한다는 점에 착안해 만든 음료다.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유명 선수들의 이름을 쓰면 제품을 쉽게 홍보할 수 있다. 더구나 소비자가 해당 선수를 좋아한다면 후광 효과로 인해 그 음식이 더욱 맛있게 느껴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며 “그러나 스타를 활용한 마케팅은 리스크도 크다. 선수가 물의를 일으키거나 성적이 떨어지면, 해당 메뉴도 바로 외면당해 매출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했다.
 
인천=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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