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동 건 대포군단, 9년 만의 정상 넘보는 뉴욕 양키스

중앙일보 2018.04.26 18:17
뉴욕 양키스 외야수 애런 저지. [AP=연합뉴스]

뉴욕 양키스 외야수 애런 저지. [AP=연합뉴스]

대포군단의 질주가 시작됐다. 슬러거들을 앞세운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가 연승 행진을 달리며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 추격에 나섰다.
 

50홈런 듀오 저지-스탠턴 홈런포 가동 시작
그레고리우스 활약까지 이어져 MLB 홈런 1위
최근 5연승 달리며 AL 동부지구 2위로 부상

개막 전 MLB 최고 화제의 팀은 양키스였다. 지난해 센세이션을 일으킨 수퍼 루키 애런 저지(26)에 메이저리그 최고의 파워를 자랑하는 지안카를로 스탠턴(29)까지 합류했기 때문이다. 키 2m, 체중 128kg의 거구인 저지는 지난해 타율 0.284, 52홈런·114타점으로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을 차지했다. 신인 50홈런은 역대 최초였다. 마이애미에서 트레이드된 스탠턴은 지난해 타율 0.281, 59홈런·132타점을 기록했다. 스탠턴은 타구 추적 시스템 스탯캐스트가 출범한 뒤 최장거리, 최고속도 홈런 기록을 밥 먹듯이 갈아치웠다.
뉴욕 양키스 외야수 지안카를로 스탠턴. [AP=연합뉴스]

뉴욕 양키스 외야수 지안카를로 스탠턴. [AP=연합뉴스]

 
리그 최정상급 거포 듀오가 한 팀에서 뛴다는 사실은 팬과 미디어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홈구장인 양키스스타디움은 오른쪽 담장이 가까워 좌타자에게 유리한 구장이지만 둘에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비거리 1,2위를 다투기 때문에 깊숙한 우중간 담장도 문제없이 넘길 수 있어서다. 1961년 로저 매리스(61개)-미키 맨틀(54개) 이후 MLB 사상 두 번째로 한 팀에서 두 명의 50홈런타자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신임 애런 분 감독은 둘이 최대한 많은 타석에 설 수 있도록 저지를 2번 우익수, 스탠턴을 3번 좌익수로 배치했다.
 
양키스가 기대를 모은 건 둘 말고도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들이 많아서다. 개리 산체스는 MLB에서 가장 파워가 뛰어난 포수다. 지난해 122경기에서 홈런 33개를 쳤다. 유격수 디디 그레고리우스도 2년 동안 45번이나 담장을 넘겼다. 타일러 오스틴, 애런 힉스, 미겔 안두하 등 힘있는 유망주들이 즐비하다. 메이저리그를 뒤흔들고 있는 '뜬공 야구'의 진수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됐다. 양키스는 미국 스포츠 매체 ESPN이 실시한 전문가 설문조사에서 31표 중 23표를 받아 동부지구 우승 후보 1위로 꼽혔다.  
MLB 타율 1위, 타점 1위, 홈런 2위를 달리고 있는 디디 그레고리우스 [AP=연합뉴스]

MLB 타율 1위, 타점 1위, 홈런 2위를 달리고 있는 디디 그레고리우스 [AP=연합뉴스]

 
시즌 초반 출발은 기대에 못 미쳤다. 그레고리우스가 타율 1위(0.372)를 달리는 등 맹타를 휘두르지만 핵심인 저지와 스탠턴이 다소 부진했기 때문이다. 스탠턴은 이적 후 첫 경기에서 홈런 2개를 터트렸지만 이후 16경기에서 한 번도 손맛을 보지 못했다. 저지도 초반 15경기에서 홈런 4개에 머물렀다. 자연히 팀 성적도 기대에 못 미쳤다. 승률 5할 언저리에 머무르며 치고 나가지 못했다.
 
하지만 둘의 방망이는 금세 불이 붙었다. 저지는 지난 17일 마이애미전에서 통산 60호 홈런을 때렸다. 마크 맥과이어가 기록한 최단 경기 60홈런(202경기)를 5경기 앞당겼다. 이후부터 2~3경기마다 홈런 1개씩을 꼬박꼬박 터트렸다. 1할대 타율까지 떨어졌던 스탠턴도 최근 7경기에선 홈런 2개를 터트리며 살아났다. 자연스럽게 저지-스탠턴-그레고리우스-산체스로 이어지는 타선에도 힘이 붙었다. 경기당 평균 득점(6.2점), 팀 홈런(38개), 팀 OPS(장타율+출루율, 0.835) 모두 양키스가 1위다. 최근 5연승을 달리면서 지구 2위(14승9패)까지 올라섰다. 1위 보스턴(18승5패)과 승차는 4경기까지 좁혀졌다.
 
양키스는 메이저리그 최다 우승팀(27회)이다. 한때는 스타플레이어들을 돈으로 끌어모아 '악의 제국'이란 별명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선 두 차례(2000년, 2009년) 우승에 그쳤다. 부자 팀의 독주를 막는 사치세 도입, 효율적인 팀 운영체제인 머니볼의 등장, 그리고 수비 시프트의 발전 등 네임 밸류보다 효율의 중요도가 높아진 제도와 이론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때문에 천하의 양키스도 사치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투자를 줄이고 젊고 유망한 선수를 모으기 위해 성적을 포기하는 리빌딩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1~2년 사이 젊은 선수들의 잠재력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양키스는 빠르게 강해지고 있다. 지난 시즌엔 홈런포를 앞세워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까지 진출했다. 올해 루이스 세베리노-다나카 마사히로-C.C 사바시아-조던 몽고메리-소니 그레이의 선발진을 구성한 양키스는 아롤디스 채프먼, 데이비드 로버트슨 등 불펜진도 강력하다. 강력한 타선과 투수력의 균형을 맞춘 양키스는 서서히 9년 만의 정상 복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